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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國 修練道敎의 生命觀
-金時習의 [雜著]를 중심으로-
梁 銀 容
Ⅰ. 序 言
한국에 있어서 전통사상은 佛.儒.道三敎가 주류를 이루어 왔다. 仙과 巫가 원형을 이루는 고유신앙이 전통사상의 바탕이 되고는 있지만 사상의 주류는 외래사상인 삼교가 점하게 되었다. 따라서 理國治世의 이념은 물론 修養觀이나 死生觀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인 사상은 삼교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삼교의 세력차는 현저하였다. 불.유이교가 국교적 위치를 담당했던데 비하여 도교는 국가를 움직일만한 세력을 형성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고래로 이들은 삼교로 통칭되면서 鼎足的 治世觀을 전개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佛.道.儒를 각각 心.氣.理에 配對시키는 등식은 삼교를 等次元으로 본데 연유하며, 도교사상의 평가는 이 등식에 의하는 것이 마땅하다.
도교는 不老長壽 道通神仙을 목적하는 민중종교로, 한국에 있어서도 그 성격에는 변함이 없으나, 시대에 따라 성격에 상당한 변화를 보인다. 불로장수나 도통신선을 구하는 방법이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는 말이다. 이러한 눈으로 한국도교를 살펴보면, 고대는 神仙道敎的 성격이 강하고, 중세는 科儀道敎, 그리고 근세는 修練道敎的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최근세에 이르면 民間道敎로의 변모를 발견하게 된다.
본고에서 다루려고 하는 修練道敎의 흐름은 근세, 그러니까 조선왕조대에 유행한 도교의 思潮이다. 고려시대에 왕실의 祈福을 목적으로 삼았던 과의도교가 조선시대의 抑佛崇儒政策 아래 탄압을 받으면서 지식인사이에 확대되고, 마침내 다수의 練丹逸士의 무리를 탄생시킨다. 특히 戰爭과 政爭이 겹치면서 가난속에 穀 등의 丹學修練이 강조되고 超世間적인 일사들의 세력권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수련도교가 전개한 生命觀은 어떤 것인가? 도교는 본질적으로 불.유이교에 비하여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생명인식을 가지고 있다. 수련도교는 그러한 생명관에 바탕하여 단학수련에 의한 成仙을 목표로 삼는다. 性命雙修論을 전개하지만, 인간의 육체는 우주의 큰 생명을 담는 爐鼎이며, 穀 . 服氣 . 導引 . 房中 . 服餌의 養生五大要를 방법으로 丹을 완성시키려고 한다는 점에서 命이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이 단학수련은 그 원리나 방법에서 항상 생명문제와 마주하고 있어서 어떠한 생명관이 전개되었는지 주목되는데, 본고에서는 한국 수련도교의 전개에 있어서 가장 중시되는 김시습의 {雜著}를 통하여 다루어 보기로 한다.
Ⅱ. 朝鮮 修練道敎上의 金時習
조선시대의 수련도교는 金時習(雪岑, 1435-1493)을 그 비조로 일컫는다. 유학자로 출가하여 승려의 신분이면서도 단학수련에 침잠했던 함으로써 三敎融會적 성격이 드러나는 것도 한국에 있어서 삼교전개의 한 典型을 이루고 있다.
한국에 있어서 단학의 도맥은 신라말 이후 면면히 상승된 것으로 기록되고는 있으나 그에 이르러 史實的 성격을 띈다. 즉 丹學계보를 밝힌 韓無畏의 {海東傳道錄}(1610)에는, 중국에서 전래된 도맥이 신라말 崔致遠(857-?)에서 몇대를 거쳐 그에게 전해지는데,
<1>[(申元之로부터 상승해 온 練丹道脈을) 元 賢은 김시습에게 전수하였다. 시습은 天遁劍法鍊魔訣을 洪裕孫에게 전수하고, 또 玉函記 . 內丹法을 鄭希良에게 전수하고, 參同 . 龍虎秘旨를 尹君平에게 전수하였다. 군평은 郭致虛에게 전수하고, 정희량은 승 大珠에게 전수하고, 대주는 鄭 과 朴枝華에게 전수하고, 홍유손은 密陽孀婦 朴씨 . 妙觀에게 전수하였다. 묘관은 張道觀에게 전수하고, 곽치허는 한무외에게 전수하였다.]([元 賢授金時習. 時習授天遁劍法鍊魔訣於洪裕孫. 又以玉函記 . 內丹之法授鄭希良. 參同龍虎秘旨授尹君平. 君平授郭致虛. 鄭希良授僧大珠. 大珠授鄭 . 朴枝華. 洪裕孫授密陽孀婦朴氏 . 妙觀. 妙觀授張道觀. 郭致虛授韓無畏.] 李能和집술, {朝鮮道敎史} 21장)
고 나타난다. 김시습에서 구체화되기 시작한 조선단학파가 약 1세기경을 지나 한무외 자신에게까지 전수된 사실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 도맥이 홍유손(1431-1529) . 정희량(1469-?) . 윤군평 등으로 확산되면서, 그들에게 道書와 함께 각각 독특한 비법을 전해주고 있다.
그가 행한 단학수련은 {梅月堂集}에 수록된 많은 시문에서 체험적으로 나타나며, 練丹理論은 {雜著}에 체계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특히 名儒인 李珥(栗谷, 1536-1584)이 찬술한 그의 [傳]에,
<2>[(김시습의) 유언이 있어 화장을 하지 않고, 권조사 옆에 안치하였는데, 3년 후에 장례를 치르기 위하여 시신을 보니, 안색이 살아있을 때와 같았다. 승려들이 경탄하여 '부처가 되었다' 하였다. 그러나 필경은 異敎에 의지한 고로, 茶毘하여 유골을 모야 浮圖를 지었다.]([遺誡無燒. 葬權 寺側. 後三年將葬. 啓其殯. 顔色如生. 緇徒驚嘆. 咸以爲佛. 竟依異敎. 茶毘取其骨. 作浮圖.]{梅月堂集} 冒頭 金時習傳)
라는 내용에서 그 실상이 드러난다. 사후 3년이 지난 그의 시신에 대하여 [안색이 살아있을 때와 같았다]는 것은 수련도교의 입장에서 보면 연단의 결과에 의한 尸解仙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의 불교가 禪一元化의 실천수행적 성격을 분명히 했던 바에서 볼 때, 선수행과 상통하는 수련도교를 접하기 용이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김시습의 {잡저}는 天形 . 北辰 . 性理 . 上古 . 修眞 . 服氣 . 龍虎 . 鬼神 . 災 . 喪葬의 전후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정연한 단행본의 성격을 띤다. 우주관으로부터 죽음과 제사의례에 이르는 각종 사항을 포함하고 있으며, 전후사항을 연결해 보면 그 大旨가 수련도교의 방법론, 특히 양생술로 나타난다. 이 부분이 수진 . 복기 . 용호이다. 그 밖의 사항은 이를 체계화시키는 기반이 되는 셈이다.
[修眞]에서는 도교에서 말하는 참을 닦는 법을 말한다. [신선은 性을 기르고 氣를 마시며 龍虎를 단련하여 늙음을 물리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요령을 存三抱一에 두는데, 삼은 精.氣.神이며 일은 道라고 본다. [服氣]에서는 服氣 내지 養氣를 말한다. 천지에 가득찬 것이 기이므로 복기에 의하여 이를 내 몸속에서 충만케 할 수 있으며, 천지와 같은 수명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龍虎]에서는 용호에 의한 수련방법을 밝힌다. 龍虎 . 鼎氣 . 火候의 원리를 설하여 九轉成丹이 가능함을 주장한다.
Ⅲ. 氣의 生命觀
김시습은 이 가운데서 생명을 氣로 파악한다. 즉 우주자연의 運行動體를 氣로 파악하며, 이 기는 宇宙大氣로부터 비롯하여 人體生氣로 통하고, 山川地氣로 뻣지르고 있다고 본다. [수진] 등의 내단양생법은 결국 이 기의 조화를 통해 인체를 바꾸는데 있다는 것이다.
<3>[분수가 다르기 때문에 하늘은 위에 있고 땅은 아래에 있으며, 해는 낮에 빛에 빛나고 달은 밤에 빛나며, 산은 높고 물은 흐르며, 다른 동물은 가로로 놓였으나, 사람은 세로로 서는 것이며, 사람은 또한 만물에서 가장 신령한 것이다. 이미 가장 신령한 氣를 타고났으니, 항상 기를 가지고 잡아서 보존하고 반성하고 살피어, 밤과 아침의 기운으로 하여금 같히어 없어지는 데 이르지 않게 하면 浩然之氣가 우주에 가득찬다.]([其氣分殊. 故天在上而地在下. 日昱晝而月昱夜. 山則峙而水則流. 物則橫而人則竪. 而人又物之最靈者. 旣賦最靈之氣. 常以此氣. 操存省察. 使夜朝之奇. 不至於梏亡. 浩然之氣充塞乎.] 同上)
고 말한다. 우주의 형성과 운행은 물론, 만물과 인간생명의 존재와 품성까지를 모두 기로 보고 있다. 기를 보존하면 호연지기가 우주에 가득찬다고 하였으니, 不老長生의 도교수련 원리를 여기서 발견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그는 기란 생명의 원천이기 때문에 養性 내지 練丹養生法이라고 도교수련의 의하여 이를 보전해야 한다고 본다. 이렇게 해서 전개되는 신선의 방법, 즉 수련원리는,
<4>[대체 神仙이라는 것은 性을 기르고 기를 마시며 용호로 단련하여 늙음을 물리치는 것이다. 그 養性訣에 말하기를 양성이란 항상 수고를 덜하게 할 것이니 다만 견디기 어려운 큰 피곤과 강한 운동은 하지 말지라, 흐르는 물은 썩지 아니하고 문의 지도리나무는 좀이 쓸지 않는 것은 운동하기 때문이다. 무릇 양성하는 자는 오래 섯지 말고, 오래 다니지 말고, 오래 앉지 말고, 오래 눕지 말고, 오래 보지 말고, 오래 듣지 말 것이다. 그 요령은 存三抱一하는 것이니, 三이란 精.氣.神이요, 一은 道이다. 精은 능히 氣를 낳고, 기는 능히 神을 낳는 것인데, 정이란 것은 현묘한 기운이 萬有를 낳아 기르고, 기라는 것은 元氣이니 先天의 여러 기운의 우두머리이며, 神이라는 것은 元神이니 낮에는 머리에서 나오고 밤에는 배에 머므르는 것이다.]([夫神仙者. 養性服氣鍊龍虎. 而却老者也. 其養性訣曰. 夫養性者. 常欲小勞. 但莫大疲. 及强所不能堪. 且流水不腐. 戶樞不 . 以其運動故也. 夫養性者. 莫久立. 莫久行. 莫久坐. 莫久臥. 莫久視. 莫久聽. 其要在存三抱一. 三者精氣神也. 一者道也. 精能生氣. 氣能生神. 精者玄風. 淳化萬有. 氣者元氣. 先天衆氣之魁. 神者始氣. 晝出于首. 夜栖于腹.][雜著] 修眞)
<5>천지의 원기를 도둑질한다고 하는 것은 그 수련하여 오래 사는 까닭이 능히 천지의 正氣를 도둑질하는 것이요, 그 정기를 능히 두둑질하는 까닭은 그 호흡이 있기 때문이니, 날숨(呼)은 뿌리에 이르고 들숨(吸)은 그 꼭지에 이르러 이것으로써 그 氣를 훔쳐 이것을 丹田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사람의 호흡은 천지의 호흡과 같으니, . . 이제 丹의 道로써 이것을 말한다면 하루에 13500의 호흡이 있는데, 한 호흡이 一息이니 1식 사이에 하늘운행의 13500년의 數를 몰래 빼았고, 1360일에는 486만 식이니, 하늘 운행의 486만년의 수를 빼앗아 오는 것이다. 이리하여 더럽고 혼탁한 몸을 다 바꾸어 순전한 陽의 몸으로 變成하는 것이니]([盜天地之元氣云者. 其所以修練而長生者. 能盜正氣也. 其所以能盜正氣者. 由其有呼吸也. 呼至於根. 吸至於 . 是以能盜其氣. 歸之於丹田也. 且人之呼吸. 猶天地之呼吸也. 呼至於根. 吸至於帶. 是以能盜其氣歸之於丹田也. 且人之呼吸. 猶天地之呼吸也. 冬至之後爲呼. 夏至之後爲吸. 此一年之呼吸也. 子以後爲呼. 午以後爲吸. 차一日之呼吸也.. . . 今以丹道言之. 則一日有一萬三千五百呼吸. 一呼吸爲一息. 則一息之間. 潛奪天運一萬三千五百年之數. 一年三百六十日. 四百八十六萬息. 潛奪天運四百八十六萬年之數. 於是換盡濊濁之軀. 變成純陽之體.][雜著] 龍虎)
라 정리된다.
탄로가
천지간에 무한한 기를 인간이 받아쓰면 무한한 생명을 얻어 무한한 壽를 누린다는 원리이다. 그 작법이 양성술 즉 양생술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선이란 養性服氣하고 龍虎를 단련하여 늙음을 막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養性訣}을 끌어 그 요체를 存三抱一로 본다. 三은 精.氣.神으로 후술할 바와같이 三寶로 일컬리며, 一은 道를 가리킨다. [抱一]은 {도덕경}에서 시작된 개념으로 태초의 道인 一을 지킨다는 말이다. 이 [포일]을 정기신삼보와 관련시켜 [존삼포일]이라는 개념으로 채용한 것은 한국에서는 아마도 김시습으로부터 비롯된다 할 것이다. 정은 기에서 생기고 기는 신에서 생긴다. 이를 생명의 원천인 氣로 설명하면 정은 玄氣로 만물을 化生시키며, 기는 元氣로 先天象氣의 우두머리요, 신은 始氣로 낮에는 머리에서 나오고 밤에는 배에 머문다고 그는 본다.
생명체가 기를 머금고 생명으로 존재하는 것은 운동을 하기 때문이라 하면서도, 지나친 운동은 기를 쇠하게 하므로 삼가야 된다고 경고한다. 피로를 줄이는데 역점을 둠으로써 무리하지 않으면서 천지원기를 끌어다 쓰는 방법이다. 김시습은 수련에 의해 무한한 생명을 가져오는 원리로서 용호법의 九轉次第를 제시하고 있는데, {잡저}에 나타난 생명체의 변혁원리를 도시하면 <표>와 같다.
<표>龍虎法의 九轉次第
차제 | 명칭 | 변화원리 | 비고 | ||
제1전 | 大華自然龍胎之醴 | 氣 | 純陽體質 | 丹華 | |
제2전 | 玉胎瓊液之膏 | 血 | 龍胎體質 | 神符 | |
제3전 | 飛丹子華流精 | 脈 | 神丹 | ||
제4전 | 朱光雲碧之 | 肉 | 還丹 | ||
제5전 | 九象紅華神丹 | 髓 | 餌丹 | ||
제6전 | 大淸金液之華 | 筋 | 煉丹 | ||
제7전 | 九轉霜臺之丹 | 骨 | 柔丹 | ||
제8전 | 九鼎雲英 | 髮 | 伏丹 | ||
제9전 | 雲光石流飛丹 | 形 | 寒丹 | ||
이 구전차제는 도교의 수련원리를 체계화한 葛洪(283-343경)의 九轉金丹에 연원하는 것이다. 이후 이는 丹藥의 복용으로 신선이 되는 방법, 말하자면 外丹으로 전개된 것이 주류였다. 이것이 그에 있어서는 철저한 내단수련에 의한 체질의 변화원리로 제시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가 長生超脫之術로 부른 九轉變成은 氣 - 血 - 脈 - 肉 - 髓 - 筋 - 骨 - 毛 - 形의 순이다. 기를 돌리는데서 시작하여 체질형태를 바꾸는데까지 이르고 있다. 存三抱一의 修眞과 丹田呼吸을 통한 龍虎에 의한 成仙이 그가 주장하는 수련원리이다.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여 一呼一吸에 달려 있지만, 생명의 원질인 기는 우주에 뻗어 있으므로, 수련에 의해 換骨脫胎하면 우리의 생명을 천지의 수명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病과 人壽문제를 논하여 김시습은,
<6>[내가 장생술을 보니, 대개 말을 삼가고, 음식을 절제하고, 탐욕을 덜고, 수면을 가볍게 하고, 기쁨과 노여움을 조절하는 것이었다. 대개 말이 도가 없으면 허물과 근심이 생기고, 음식이 때를 잃으면 병과 피로가 발생하고, 탐욕이 많으면 위험과 변란이 일어나고, 잠이 많으면 게으름이 생기고, 기쁨과 노여움이 절도를 잃으면 그 性命을 보전할 수 없으니, 이 다섯가지가 절도를 잃으면 眞元이 손상되어 장차 날로 사망으로 나아갈 것이다. 대개 사람의 수가 100살인 것은 예로부터의 이치이나, 다섯가지에 잃는 것을 조심하여 하늘의 수를 보전하면 비록 大 까지는 못가더라도 넉넉히 수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어진 자는 수한다' 하였고, 또 '그 마음을 다하면 性을 알고, 그 성을 알면 하늘(天命)을 안다' 하였다. 만약 납과 수은을 단련하고 솔씨와 잣을 먹으며 河車를 돌리고 부적을 차고서 천지의 운행을 도적질하여 그것으로 구차히 살려고 하는 것이라면 내가 알 바가 아니다.]([余觀延壽之術. 大 . 愼言語. 節飮食. 省貪慾. 輕睡眠. 中喜怒也. 蓋言語無度則過患生. 飮食失時則 勞發. 貪慾多則危亂起. 睡眠重則怠惰興. 喜怒失中則不能保其性. 五者失節. 眞元耗損. 將日抵於死亡矣. 蓋人壽百歲. 自古之理. 操持五失. 善保天年. 雖不至於大 . 可謂壽矣. 故曰仁者壽. 又曰盡其心則知其性矣. 知其性則知天矣. 至若鍊鉛汞. 餌松栢. 轉河車. 佩圖 . 盜天地之運. 以偸生. 非吾所知也.] 同上)
라 밝힌다. 인간생명의 한계를 가져다 주는 병의 근원을 마음에 두고, 性命의 보전을 도의 유무에 둔다. 그는 인간의 수명을 100세로 본다. 양생법을 살리면 수를 다할 수 있는데, 그 원리는 언어 . 음식 . 탐욕 . 수면 . 희노의 조절이다. 수진 . 복기 . 용호로 이어지는 도교수련 즉 용호법은 이를 조절하는 최선의 방법이 되는 셈이다. 이들 다섯가지가 性命을 겸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용호법은 性命雙修일 수밖에 없다.
생명의 원천이 기인만큼 삶과 죽음도 기의 집산에 의하는 것이요, 사람과 귀신도 그러하다. 불교적인 사생관에서 보면 生死一如의 입장이다. 따라서 기를 다스리면 생명을 다스릴 수 있으며, 천지와 같은 무한한 원기를 다른 천지인 이 몸에 간직하면 천지와 같은 무한한 수명을 누리게 된다. 이러한 생명관 위에 생명보전법으로서의 수련법으로 제시함으로써 예방의학적인 장을 열어 놓고 있다.
IV. 金時習 生命觀의 影響
김시습의 기사상과 수련도교이론을 분석해 보면 그의 관점가운데 氣觀이나 수련법에 있어서 魏華存(252-334)과 孫思邈(581-682) 등이 쓴 중국도가서가 나타나고 있다. {도덕경} 수용을 통해 수련작법에 깊이를 더해 가면서 관련전적을 통해 위화존 등의 사상을 섭렵해 나간 것으로 생각된다.
어떻던 이렇게 형성된 수련도교의 작법과 그를 통해 전개된 생명관은 도맥의 상승을 따라 확산을 가져온다. 물론 그의 직접제자들에게는 현존하는 저술이 없으나, 예컨대 몇대를 거쳐 전승한 鄭 (北窓, 1506-1549)의 {丹學指南}({龍虎訣})을 대비해보면, 수련이론이 고스란히 전해져, 좀더 구체화되고 있음을 알수 있다.
김시습 {잡저}의 [수진 . 복기 . 용호]론이 정렴 {단학지남}에서는 총론 외에 [服氣 . 胎息 . 周天火候]로 연관성을 가지고 구성되어 있다. 생명관과 관련해 보면, 김시습에서 보는 것과 같은 생명원리는 생략되어 있으나 복기 . 용호 등의 체계에 있어서는 동일하므로 같은 생명관의 영향 아래 전개된 수련작법으로 보인다.
정렴은 {丹學指南}에서,
<7>[이른바 玄牝一竅는 곧 百竅를 모두 통하게 한다. 이로 비롯하여 태식이 되고, 이로 비롯하여 周天火候가 되고, 이로 비롯하여 結胎가 된다. . . . 천백의 方藥과 비교할 바가 아니니, 한달을 행하면 백가지 병이 모두 없어질 것이라, 어찌 진심으로 하지 않겠는가.]([所謂玄牝一竅. 則百竅皆通矣. 由是而胎息. 由是而行周天火候. 由是而結胎. . . 至於千方百藥. 莫之與比. 行之彌月. 百疾普消. 可不爲之盡心乎.] {丹學指南} 上篇)
<8>[(廢氣를 통해) 능히 血氣를 써서, 周流가 任督에 있으면, 임독이 모두 통한다. 그런즉 수명이 길어지고 죽음을 물리칠 것이다. 어찌 반드시 이루지 못할까. 고로 수단의 도는 반드시 폐기를 초보자의 방법으로 한다.]([能使血氣. 周流在於任督. 任督皆通. 則延命却期. 豈不可必. 故修丹之道. 必以廢氣爲下手之方.] 同上 中篇)
고 밝힌다. 복기에서 비롯하여 결태에 이르는 방법이 김시습의 그것과 같다면 一竅나 廢氣(胎息)를 강조하는 것은 한걸음 전개를 가져온 것이다. 그 가운데 연명법을 찾고 그것이 어느 방책보다 우월하다고 본 바에 김시습의 後榮이 나타난다.
정렴보다 다소 늦은 郭再祐(忘憂堂, 1552-1617)에 있어서도 같은 경향이 나타난다. 그에게는 {養心要訣}({服氣調息眞訣})이라는 편집전적이 있어 연단에 심취했던 상황을 읽을 수 있는데, 김시습과 같이 인수를 100세로 보면서 양생술을 통한 成丹을 염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조선단학파의 흐름은 이와 다르지 아니한데, 특히 김시습이 언급한 精氣神三寶를 중심으로 보면 영향관계가 확연해진다. 김시습 이후 정기신의 이해유형은 대체로 내단계통의 저술, 口訣, 의학관련 문헌, 기타 문집 등에 폭넓게 산견되는데, 생명관 역시 이들에 두루 영향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許浚의 {東醫寶鑑}(1596-16110편)에는,
<9>[曜仙 말하기를 '精이란 身의 근본이요, 氣란 神의 주인이며, 形이란 神의 安宅이라' 하였으니, 고로 神을 크게 쓴 즉 비며, 정을 크게 쓴 즉 마르며, 기를 크게 피로케 한 즉 죽는다. 그러므로 사람의 생명이란 神이요, 형체의 움직임은 氣이다. 만약 기가 쇠미한 즉 형태가 소모되니, 그러면서 長生한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하였다.]([曜仙曰. 精者身之本. 氣者神之主. 形者神之宅也. 故神太用則歇. 精太用則竭. 氣太勞則絶. 是以人之生者神也. 形之耗者氣也. 若氣衰則形耗. 而欲長生者未之聞也.] {東醫寶鑑} 內景經卷一, 保養精氣神)
고 기술되어 있다. 수련의 길을 강조하는데 있어서는 전후의 도교수련 전적과 마찬가지이다. 생명을 神으로 보면서도 생명이 생명됨은 기때문이다. 그러므로 기가 쇠미하면서는 장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V. 결어
이상에서 김시습의 {잡저}를 통해 한국에서 전개된 수련도교의 구조와 생명관의 일단을 살펴 보았다. 이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생명의 본질을 기로 본다는 점이다. 기는 우주에 충만되어 있으며, 만물과 인간이 같이 나누어 가지고 있으나, 인간은 그 중에서 최령한 것으로 본다. 그를 기철학자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겠지만, 이는 그의 성리학적 사고를 특징짓는 것이기도 하다.
둘째 생명의 존재를 일호일흡에서 찾는다는 점이다. 호흡은 服氣를 뜻하므로 練丹延年의 도교수련 원리가 여기에서 성립한다. 연단수련을 통해 환골탈태하며 이에 의해 우주의 수명을 빼앗아 長生不死하는 것이라고 한다.
셋째 생명은 性命을 아우른 것으로 보지만, 중심을 性 즉 마음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수련도교의 일반적인 경향과는 차이가 있다. 병은 마음에서 연유하며, 그것은 道를 잃음에서 온 것으로 봄으로써, 불교적인 원리와 회통시키고 있음이 확인된다.
넷째 인간의 수명은 대체로 100년으로 보며, 자연의 섭리를 지킬 때 수를 다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섭리에 합당하는 것이 내단수련이며 따라서 이에는 의미를 두지만, 외단은 배제하는 입장을 취한다.
이러한 김시습의 생명관은 그의 수련도교 원리가 연단일사들에게 전승되면서 널리 확산을 가져온다. 그의 생명관이 유한한 삶을 자각하는 데서부터 시작되고, 그것은 결국 病.死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종교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가 유.불.도삼교를 넘나들었던 점에서 그의 도교관이나, 생명관은 삼교 각각의 인사들에게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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