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 잊고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나온 날, 인터넷에 문제가 생긴 날, 우리는 이 짧은 하루 동안에도 혼자 무인도에 고립된 듯 아무것도 알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여기며, 견디기 힘들어한다.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할 수 있는 힘만 있다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바로바로 알아낼 수 있는 편리한 모바일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더 이상 온라인 세계는 ‘가상’이 아니며, 감정이 없는 차가운 공간도 아니다.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해 생활이 더 즐거워지고 있다. 유통 혁명을 불러오는 O2O,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현실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게임화(Gamification) 등 조금 더 특별해진 온라인과 모바일을 만나보자.
월마트 매장(미국 버지니아) <제공 : 연합뉴스>
‘브릭 앤드 모르타르(Brick and Mortar).’ 벽돌과 모래반죽으로 직역되는 이 단어는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소설에서 유래된 것으로, 오늘날에는 이커머스(e-commerce)에 대응되는 월마트(Wal-mart) 등 물리적 판매 공간이 있는 오프라인 유통망 상점을 의미한다. 오프라인 유통망 입장에서 온라인 유통망의 성장은 공룡에게 빙하기가 도래한 것 같은 충격이다. 온라인 시장의 공격적 성장으로 ‘빅 박스(Big Box)’로 불리는 거대 오프라인 유통망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가운데, 몇몇 업체들이 공룡처럼 멸종하지 않기 위해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오프라인 유통망 시어스(Sears)는 카탈로그 판매 방식으로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판매해왔다. 그러나 시어스는 2012년 100개가 넘는 시어스백화점과 식품매장인 케이마트(K-Mart)를 폐쇄했다.
대형서점인 반스&노블(Barnes & Noble)은 2021년까지 226개의 매장을, 사무용품 매장인 스태이플스(Staples)는 2015년까지 225개의 매장을, 갭(GAP)은 2012~2013년 189개의 매장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는 등 오프라인 유통망은 비용 절감을 통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활로를 모색 중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에 의하면, 유통 공룡기업인 월마트는 미국에서만 4,000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장으로부터 5시간 거리에 미국 전체 인구의 3분의 2가 거주할 정도로 강력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월마트는 아마존 같은 경쟁자를 비롯해 치열해지는 경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 지나치게 큰 규모의 매장에서 비롯되는 비용 절감을 위한 방편으로 소규모 매장인 월마트네이버후드(Walmart Neighborhood, 843평 규모), 월마트익스프레스(Walmart Express, 421평 규모)도 운영 중이다. 오프라인에서 98%, 온라인에서 2%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데 매출의 성장 속도만 놓고 보면, 온라인 부문이 오프라인을 앞질러 수많은 인력이 실리콘밸리에 근무하면서 이커머스 관련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하나의 대형 오프라인 유통망인 타깃은 외곽의 경우 통상 3,500평 면적의 매장을 운영하고, 도심 지역에서는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소규모 매장 형태의 시티 타깃(City Target)을 운영 중이다. 아울러 쇼핑 시간을 절감하기 위해 타깃 홈페이지에서 주문한 물건을 픽업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망이 단순히 온라인 구매 시스템과 소규모 매장을 도입하는 방법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면, 오프라인 백화점 매장은 모든 것을 파는 만물상에서 모든 것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해 근본적으로 온라인에서는 제공할 수 없는 가치를 고객에게 선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미국 최대의 쇼핑몰인 몰 오브 아메리카(Mall of America)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쇼핑몰에 속한다. 야구장 7개 면적보다 넓은 쇼핑몰에는 330개의 매장에 1만여 명의 종업원이 종사하며, 테마파크, 식당, 영화관, 게임장, 수족관 등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레저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이런 시설 덕분에 연간 4,200만 명의 방문객이 찾으며, 400여 건의 행사, 8,000개 학교의 소풍, 350쌍의 결혼식 등이 이뤄지고 있다.
레고(Lego) 브랜드를 보유한 멀린엔터테인먼트(Merlin Entertainment)는 애리조나의 밀스 몰(Mills Mall)에 1,500만 달러를 투입해 730평 규모의 수족관을 건립해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
온라인 쇼핑에서 누릴 수 없는 즐거움으로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웨스트필드 플라자 보니타 몰(Westfield Plaza Bonita Mall)에는 2010년 1,264평 규모의 대형 피자 뷔페가 입점해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스포츠 또한 컴퓨터 앞에서의 쇼핑으로 누릴 수 없는 유흥이다. 아이오와 주의 아웃도어용품 매장인 배스 프로 숍 아웃도어 월드(Bass Pro Shops Outdoor World)는 수족관 밑에서 볼링을 칠 수 있도록 꾸며져 마치 바닷속에서 볼링을 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해 쇼핑의 즐거움을 더한다.
반면, 앞서 소개한 시어스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거대한 네모난 상자 안에 들어가 물건만 사서 나오는, 감동 없는 쇼핑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은 쇼핑에 유리한 위치에 자리 잡을 수도 있고, 유통 과정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구비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고객을 유인하기 어렵다. 고객은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다양한 곳을 방황하는 먹잇감과 같다. 가만히 앉아서 먹잇감을 포획하던 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온라인 유통망의 등장으로 도래한 빙하기에 멸종하지 않으려면 거대 유통망 공룡 기업들은 식성을 바꾸고 부지런히 먹잇감을 유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한 새로운 시도로 많은 유통업체가 리테일테인먼트(Retail+Entertainment, Retail-tainment)로의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대형 유통망 매장들은 허브 데스티네이션 센터(Hub Destination Center, HDC)로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보다 매력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유통망이 바쁜 현대인에게 시간과 비용의 단축이라는 가치를 선물한다면, 오프라인 유통망은 이동 시 구두가 닳는 비용(Shoe Leather cost)이 소요되더라도 그를 뛰어넘는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마존에서는 옷을 입어보고 살 수 없고, 아마존 프레시에서는 음식을 직접 보거나 시식해보고 살 수 없다. 이것이 온라인 유통망의 한계다. 하지만 고객은 옷을 입어보고, 음식의 신선도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하지도 않는다. 새로운 고객 만족을 위해 새로운 감동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