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법문 023-2/퇴옹 성철
2. 삼종론2
삼론종의 학설은
다른 종파와 마찬가지로
교판(敎判)과
교리(敎理)로
구분하여 살필 수 있습니다.
삼론종의 교판으로는
이장삼륜(二藏三輪)의
교판설이 있는데,
이장(二藏)이란
전 불교의 가르침을
성문장(聲聞藏;小乘)과
보살장(菩薩藏;大乘)
으로 구분한 것입니다.
길장스님이 만년에 설한
삼륜(三輪)은
세 종류의 법륜(法輪)으로,
그 중에서
근본법륜(根本法輪)은 화엄경을,
지말법륜(枝末法輪)은
화엄에서 법화에 이르기까지
일체의 대. 소승경을,
섭말귀본법륜(攝末歸本法輪)은
법화경을 각각 말합니다.
그리고
삼론종에서 받드는 삼론과
반야경이 삼륜 중
지말법륜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삼론종의 교리는
기본적으로
파사현정(破邪顯正)
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파사(破邪)란
외도와 스승 등
범부의
망정(妄情)을 깨뜨려
언어가 미치지 못하고
생각이 이르지 못하는
도(無名道)를 체달함이며,
현정(顯正)이란
무애한 바른 관찰인
중도실상을 득오(得悟)함입니다.
이는 바로
망정을 깨뜨려
무소득의 진공을 얻는 것이니
파사의 구경이 곧 현정입니다.
그러므로
삼론종에서는
파사 외에 따로
현정이 있다고 인정하지 않고
파사가 그대로
현정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파사현정의 기치 아래
삼론종에서 적극 주장하는
교리소는
이제론(二諦論)과
팔불중도(八不中道)가 거론됩니다.
이제는
법상종 등에서 설하는
이경(理境)이제가 아니라
언교(言敎)이제입니다.
이경이제(理境二諦)는
법상종만이 아니라
성실종(成實宗)등에서도
주장한 것인데
세속제와 제일의제(第一義諦)
의 이제를
진리의 형식으로 봅니다.
즉 세간의 도리를 설하는
세속제는
중생에게 진실이고,
출세간의 도리를 설하는
제일의제는
성현에게 진실이므로,
범부와 성인에 따라
진리 자체에
두 가지가 있음을 설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삼론종의 언교이제(言敎二諦)는
그와는 달리
이제를 교화의 수단으로 봅니다.
즉 진리와
도리로서의 이제가 아니고,
범부와 성인을 교화하기 위한
설법의 형식
또는 수단으로 이제를 설합니다.
이러한 이제론에 바탕하여
보다 발전적인 구조를 지닌 것이
삼중이제(三重二諦)와
사중이제(四重二諦)입니다.
그 근본뜻은
당시에 성행하던
비담종(毘曇宗)과
성실종(成實宗), 섭론종(攝論宗)등의
이제설을 차례로 물리치고
언어를 잊고 생각을 끊은
진실한 경계를
주장하고자 한 것입니다.
삼론종에서는
이 밖에 [중론]의
처음에 나오는
불생불멸(不生不滅).
부단불상(不斷不常).
불일불이(不一不異).
불래불거(不來不去)의
팔불(八不)역시
중도를 밝힌 것이라 하여
팔불줄도(八不中道)라 말합니다.
이것은
중생들이 제법에 대하여
미혹된 견해를 일으키는
생멸(生滅). 단상(斷常).
일이(一異). 거래(去來)의
여덟 가지 미혹을
하나하나 부정하여
중생들의 미혹을 씻어 없애므로
이 팔불에 의해
중도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이 팔불에 기초하여
중도의 지극함을 논하는 이론으로
세 가지 중도설이 있습니다.
그것은
세제와 진제
그리고 제삼제인
이제합명(二諦合明)을 건립하여,
각각
세제중도(世諦中道),
진제중도(眞諦中道),
그리고
이제합명중도(二諦合明中道)
의 세 가지를 말합니다.
이 세 가지 중도설의
기본형을 제시하면
세제중도는
불생불멸(不生不滅)을 말하고,
진제중도는
비불생비불멸(非不生非不滅)
을 말하며,
이제합명중도는
비생멸비불생멸(非生滅非不生滅)
을 말합니다.
중도를
이와같이 세 종류로 구성하게 된 것은
불이중도(不二中道)를
주장하고자 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상의 교리들을 정리하면
이제에 기초하여
삼중. 사중으로 전개된
이제설(二諦說)은
파사의 역할을 담당하고,
팔불에 의해 변론된
세 가지 중도설(三重中道說)은
현정의 활약을 한 것이라
규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여러가지 삼론교학의 성립은
고구려 승랑대사의 학설에
연원한 바가 적지 않은 것입니다.
임종시에는
'태어나서 죽으나
본래 태어남도 없고 죽음도 없다'
는 뜻을 말한
사불포론(死不怖論)을 남기고
75세로 결가부좌하여 천화하였습니다.
이처럼 대사의
초연한 경지에서
열반을 맞이하는 모습이 드러나므로
그가 단지 문자에 집착한
교학승(敎學僧)만은
아니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 후
현장(玄장)스님이
전한 법상종(法相宗)이 홍기하면서
삼론종은 쇠퇴하였지만 ,
길장스님의 삼론 교학은
고구려와 일본에 전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