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자들을 위한 저자 서문
1990년대에 이르러 정서의 브레인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가 꽤 많이 축적되었고,
이는 내가 책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 중의 하나가 되었다.
1980년 이후부터 정서 그중에서도 특히 공포에 관해 연구해 왔다.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내용을 번역한다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인데...이번만은 안심이다.
내가 잘 아는 최준식 교수가 번역한 덕분이다.
2004년에 최교수가 고국으로 떠나기 직전까지 내 실험실에서 연구자로 함께 일했다.
"The Emotional Brain" 1998
지은이, 조지프 르두
뉴욕대학신경과학센터의 헨리 루시 모세스 (Henry and Lucy Moses)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국립 보건원에서 수여하는 Merit award와 과학자상을 수상하였으며 30여 명의 연구진을 이끌고, 인간과 동물의 정서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백여 편의 논문과 <Synaptic self> 등의 저서가 있다.
옮긴이, 최준식
메사추세츠 주립대학에서 행동신경과학으로 학위를 취득하고 예일대학과 뉴욕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연구를 수행하였다.
현재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공포학습의 뇌 기제를 밝히기 위해
'겁먹은 쥐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머리말
이 책은 정서가 뇌에서 어떻게 비롯되는지에 관한 내 생각을 정리해 본 것이다.
뇌가 정서 자극을 어떻게 분간하고 그에 반응하며 정서에 대한 기억이 어떻게 생성되고
이러한 무의식적 처리과정에서 어떻게 의식적인 정서감정이 생겨나는지에 관한 고찰이다.
나의 박사학위 지도교수이신 마이크 가자니가(Gazzaniga, M) 교수께 감사드린다. 나에게 과학을 즐겁게 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고, 어떻게 마음에 대해서 연구할 것인지를 인도해 주셨다.
1장 사랑은 무슨 놈의 사랑
푸줏간 주인이었던 아버지 덕에 어린 시절 나는 고깃덩어리들에 둘러싸여 지냈다.
여러가지 소의 부위들 가운데 내 관심을 끈 것은, 소의 뇌였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나는 뇌가 어떻게 기능하는지 밝혀내기 위해서 밤낮없이 일하는 위치에 있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알고 싶었던 것은 뇌에서 감정이 어떻게 생성되는가 하는 것이었다.
정서의 본질에 관한 고찰
첫째, 심리학적 기능에 대한 분석은 뇌에서 기능이 표상되는 단계이다.
심리학적 교과서들은 종종 마음을 기능적인 단위들로 쪼개어 보는데 지각, 기억, 정서 등이 그것이다. 이것은 일반적인 연구영역으로 대상화하는 데 유용하지만, 실제 기능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둘째, 정서반응을 일으키는 뇌기능은 여러 단계에 걸친 진화의 역사 속에서 고도로 보존된 기능이다.
동물들은 유전자를 자손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생물학적 의무를 실현하기 위해 일정한 조건들을 충족시켜야만 한다. 그중에서도 척추와 뇌를 가지고 있는 동물들에게서 특정한 정서행동 시스템(공포, 성행동, 먹이구하기) 등을 위한 신경구조는 매우 유사하다.
셋째, 의식적인 자각이 있는 동물들에서 정서행동 시스템이 작동하면 의식적인 정서감정이 발생한다.
구체적인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뇌는 행동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는 동물계 전체에 걸쳐 정신적 삶의 일반적인 법칙이다.
의식적인 감정이라는 개념 없이도 어떤 동물에게서 정서행동이라고 부를만한 행동들을 설명할 수
있다면 인간에게도 같은 설명이 가능하다. 정서반응들은 거의 대분분 무의식적으로 나타난다.
넷째, 자신의 정서를 자각하고 사랑하거나 혹은 미워하는 주체라고 느끼는
의식적인 감정이 정서의 과학적 연구에 있어 차라리 방해가 될 뿐이라는 개념이다.
우리가 밝혀내야 할 것들은 의식적인 공포상태나 그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처음 위험신호를 감지하는 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이 시스템이 공포의 기초적인 메커니즘이며, 행동적, 생리적, 의식적 표현들은 이 시스템의 지휘를 따르는 표면적인 반응들에 불과한 것이다.
다섯째, 정서적 감정과 정서적 행동이 하나의 공통된 시스템에 의해 야기되는 두 가지의 결과에 불과하다면,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정서적 반응을 대상으로 그 메커니즘을 연구할 수 있을 것이고
동시에 의식적인 감정경험을 야기하는 시스템을 밝히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정신질환들이 정서와 관련되어 있는 만큼 인간 뇌에서 정서를 이해하는 것은 분명 중요한 임무이다.
여섯째, 의식의 상태들은 자각과 관련된 시스템이 무의식적인 처리과정에서 일어나는 활동에 관여할 때 일어난다.
일곱째, 정서란 우리에게 일어나는 사건이지 우리가 일부러 일으키는 사건이 아니다.
정서에 대한 의식적인 통제는 미약하지만 반대로 정서가 의식을 통제하는 정도는 엄청나다. 뇌의 신경회로가 진화해 온 역사 속에서 볼 때 정서에서 인지에 이르는 연결이 그 반대의 연결보다 훨씬 강력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일단 생성된 정서는 미래의 행동에 관한 강력한 예언자의 역할을 한다.
정서는 때에 따라 우리를 곤경에 빠뜨리기도 한다.
공포가 불안이 될 때, 분노가 미음이 될 때, 우정이 숭배가 될 때, 사랑이 집착이 될 때, 쾌락이 중독이 될 때 정서는 우리를 방해하기 시작한다.
* 르두 박사의 구분에 따르면, emotion은 의식과 무의식 및 신체변화를 모두 합친 정서경험을 일컫고,
feeling은 오직 의식적으로 느껴지는 주관적인 정서경험을 일컫는다.
이 책에서는, emotion은 '정서'로, feeling은 '감정' 혹은 '느낌'으로 변역하기로 한다. (역주)
2장 얼어붙은 영혼
인지기능이란 무엇이며 정서와 인지가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알아보자.
이성과 열정
플라톤은 열정, 욕구 그리고 두려움은 사고를 불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정서는 이성이라는 마부에 의해 멈춰져야하는 야생마와 같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기독교적인 신학관은 오랫동안 정서를 죄악과 동일시하며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 이성과 의지의 힘으로 저항해야 할 유혹으로 취급해 왔다.
인지과학은 사고, 이성적 추론, 지능과 같은 분야에만 관심을 가질뿐 정서는 다루지 않는다.
정서가 빠진 마음은 완전한 마음이라고 하기 어렵다. 얼어붙은 영혼은 완전한 마음이 아니다.
생각하는 기계
인지과학은 심리학에 혁명을 일으켜 절대적 권위를 누리고 있던 행동주의자를 몰아내고
'마음'이라고 하는 주제를 다시 심리학의 주 영역으로 불러들였다. 오늘날 인지과학자들은 심리학뿐만 아니라 언어학, 철학, 콤퓨터공학, 물리학, 수학, 인류학, 사회학, 뇌과학 등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
데카르트에 있어서 의식적이지 않은 것은 정신적이지도 않은 것으로, 마음과 의식은 동일어로 여겨질 정도였다. 그러나 인지과학자들은 마음을 의식적인 '내용'이라기보다는 무의식적 '과정'으로 보았다.
인지적 무의식
오래 전 래슐리(Lashley, K)가 말한 것처럼 의식적으로 자각하는 내용들은 우리가 의식적으로는 깨닫지 못하는 과정을 거쳐 얻어지게 된다.
심리학자 킬스트롬(Kihlstrom, J)은 '인지적 무의식'이라는 용어를 만들어서 무의식적 과정들을 설명하고자 했다. 이 정신적 과정들은 복잡성에 따라 몇 단계로 나뉘는데, 주어진 자극의 물리적 특성을 분석하는 감각계의 통상적인 분석에서부터 과거의 사건을 기억하고, 올바른 문법을 구사해서 말하고, 눈앞에 보이지 않는 물체를 상상하며, 의사를 결정하는 등의 단계들로 나뉘게 된다.
인지적 무의식은 프로이트(Freud, S)의 정신분석학적 무의식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인지적 무의식이라는 용어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히 우리의 마음이 행하는 많은 일들이 의식의 영역 외에서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인데 반해,
정신분석학적 무의식은 정신적으로 불건전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정서로 가득찬 기억들이 저장되는 어둡고 유해한 장소를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 신경계로 들어온 외부자극을 분석하는 첫 단계는 자극의 물리적 속성을 분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분석이 끝나면 그 자극의 의미를 찾아내기 시작한다. 지금 보고 있는 대상이 사과라는 사실을 알기 위해 자극의 물리적 특징들은 이제 장기기억(long-term memory : LTM)으로 들어가야 한다. 거기서 이미 저장된 정보들과 비교되고 비로소 사과라는 사실을 알게되며, 사과와 관련된 이전의 기억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최종 결과는 의식적인 기억의 생성이지만 이 결과는 무의식적인 과정에 의해 일어난다.
- 심상(mentl image)의 형성에도 무의식적 과정이 관여한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자동차를 커브길에서 운전할 때 자동으로 행해지는 계산을 상상해 보라.
- 언어도 역시 무의식적 과정의 소산이다. 우리가 말할 때 의식적으로 말의 문법을 미리 생각해서 말하는 것은 아니다.
- 무의식적 인지는 신념과 행동의 정신적 기원에 관한 복잡한 판단에까지 연장된다.
1977년에 니스벳과 윌슨이 행한 실험들은 사람들이 종종 자신들의 행동이나 감정을 일으키는 내부적인 원인에 대해 잘못된 추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가자니가와 나는 분리뇌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결과 비슷한 결론에 접근하고 있었다.
분리뇌 환자의 한쪽 뇌로만 전달된 정보는 다른 쪽 뇌로 넘어가지 않는다. 이 사실을 이용해서 어떻게 의식이 무의식적인 정신체계에 의해 생성된 정보를 이용하는지 설명하는 모델을 만들고자 하였다.
한 피험자의 경우, 우리가 우반구를 통해 내린 지시는 손을 흔들라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우리가 그에게 왜 손을 흔들었냐고 묻자 피험자는 자기가 아는 사람을 본 것 같았다고
대답했다.
또 어떤 경우에 우반구에게 웃음을 지어보라고 했더니 피험자는 우리가 웃기는 사람들이라고 대답했다. 피험자는 반응을 근거로 삼아 말한 것일 뿐 그 반응이 왜 나왔는지에 관한 진짜 이유를 알고서 말한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행하는 많은 행동들이 의식적으로 자각하지 못하는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며 그 이유는 그런 행동들을 일으키는 뇌안의 시스템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고, 의식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는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들을 묶어서 일관성 있는 하나의 줄거리로 유지하는 것이며
이것이 곧 '자아'의 개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자극의 처리 중 의식적인 내용물로써 자각되지 않는 과정들도 어쨌든 암묵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저장되었다가 나중에 우리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더 나아가 자극에 대한 정보는 의식적인 내용물을 생산하는 시스템과 생산하지 못하는 시스템에 의해 따로따로 표상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한다.
의식의 과정은 무의식적 과정을 연구하지 않고는 이해가 불가능하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기계들의 정신건강
존슨-레어드의 실험에 의하면 사람들은 이성적이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이성적인 판단이 엄격한 논리의 법칙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여러 종류의 정서는 진화에서 얻어진 지혜와 같은 것이다. 진화의 과정은 너무도 지혜로워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의 정신을 모아놓은 것보다 훨씬 똑똑할지도 모른다.
진화심리학자인 투비(Tooby, J)와 코스미데스(Cosmides, L)는 현재 존재하는 정서상태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종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고 말하였다.
골만(Goleman, D)은 그의 저서 <정서 지능, Emotional Intelligence>에서 여러 예를 들고 있다. 인생의 성공은 IQ 만큼이나 EQ(Emotional Quotient)에 의해 좌우된다고 주장한다.
신경전문의이자 신경과학자로 유명한 다마지오(Damasio, A)는 그의 저서 <데카르트의 오류>에서 정서의 논리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 직감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마음은 정서와 사고 모두를 포함하며 어느 한 쪽만 알아서는 마음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정신과학(Mind Science)'은 인지와 정서의 연합제국을 물려받을 후계자이다.
마음, 몸, 느낌들
철학자 처치랜드(Churchland, P)와 계량 신경과학자인 세놉스키(Sejnowski, T)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연은 우리들보다 훨씬 영리하다. 신경생물학적인 가능성들에 눈을 돌리지 않으면 우리는 자연의 힘과 영리함을 모르고 그대로 지나치게 된다. 요점은 진화를 통해 이미 자연은 그 임무를 수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진화를 통해 완성된 굉장한 기계인 우리의 두뇌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연구하는 것은 중요하다."
정서를 처리할 때 뇌는 신체와 독립적으로 기능할 수 없다. 대부분의 정서는 신체적인 반응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지적 활동과 신체적 반응 사이에는 그런 연관성이 없다.
언어는 인간의 가장 고등한 형태의 인지 활동이며, 일군의 특정한 반응 표현들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하지만 정서의 경우는 어떠한가? 신체적인 반응은 정서 과정에서 필수적이다.
정서가 진화된 방식은 행동적, 생리적으로 특수하게 분화된, 뇌에 의해 조정되는 신체반응이다. 그런 신체반응 덕에 우리 조상들은 위험한 환경에서 생존하고 후손을 번창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4장 성배를 찾아서
울퉁불퉁한 머리
정신작용은 뇌에서 영역별로 기능하지 않는다. 각 영역은 시스템의 한 부분을 이루고, 시스템 단위로 기능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기능은 고립된 뇌 영역들이 아니라 통합된 시스템들의 소산이다.
정신 기능은 뇌의 많은 영역들이 함께 작용하는 것이지만 각 기능은 영역들이 서로 연결된 하나의 세트, 즉 고유의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볼 수 있도록 해 주는 시스템이 들을 수 있게 해 주지는 않는다.
자극의 시대
다윈의 진화론이 인간과 다른 동물의 생물학적 특성들은 연속선상에 있다고 믿을 만한 강력한 근거를 제공하였으므로, 나는 인간 외의 종을 연구하여 인간 뇌와 그 기능에 있어 중요한 통찰을 얻고자 하였다.
격렬한 분노
예를 들어, 대뇌피질 전부가 제거된 후에도 고양이는 특징적인 정서 각성의 신호를 내보였다.
성나게 하자 몸을 웅크리고, 등을 활처럼 휘게 하고, 귀를 빳빳이 했으며, 발톱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고, 쉬쉬 소리를 내고, 이빨을 내보였으며, 주위 물체들을 물어 뜯었다. 게다가 자율신경계의 각성 표식도 분명히 드러났는데, 털을 곧추세웠고, 동공이 커졌으며, 혈압과 심장박동율이 상승하였다.
그러나 대뇌피질이 제거된 동물의 정서 행위가 온전하게 정상적이진 못했다.
이들은 아주 미미한 사건에도 정서반응을 보일만큼 쉽게 격앙되었다. 그들에게는 분노를 다스릴 능력이 없어 보였고, 그 점은 정상적인 경우 피질영역이 사나운 정서반응을 다스리고 부적합한 상황에서의 표출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시상하부(hypothalamus)가 제거되자 정서 반응은 통합되지 못하고 단편적이었다.
이러한 발견을 통해 바드(Bard, P)와 캐논(Cannon, W)은 시상하부가 뇌에서 정서를 관장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제안하였다.
땅콩 크기만한 시상하부는 전뇌의 기저에 위치하여 심리학적으로 복잡한 전뇌와 이보다는 다소 원시적인 아래 영역 간의 접점을 형성한다. 피질이 없으면 분노 행위는 표출되더라도 의식적으로 분노를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이 이유 때문에 캐논은 대뇌피질이 제거된 동물의 정서 표출을 '가짜 분노'란 용어로 묘사하였다.
감정의 흐름
코넬대학 해부학자 파페즈(Papez, J.W)는 1937년 정서의 뇌에 관해서 가장 유력한 이론 중의 하나를 발표한다. 파페즈는 뇌의 진화에 대해 조예가 깊은 해부학자인 헤릭(Herrick,C.J)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헤릭은 냄새가 원시 동물의 섭식, 성, 방어 행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는 외측 신피질이 중개하는 고등 사고기능은 냄새 감각으로부터 진화했으며 외측 신피질 자체가
후뇌의 진화적 성장물이라고 제안했다. 헤릭에 의하면 원시동물의 내피질에서 통제되는 기초적 감각 및 운동 기능은 새롭게 진화한 외피질로 전이되었으며, 이는 감각을 정교화시켜 고등 사고과정을 이끌고, 초기 척추동물의 원시 운동 기능을 확대시켜 복잡한 인간 행위들을 가능케 하였다.
파페즈의 이론은 개인의 주관적 정서경험을 시상하부에서 내피질로, 내피질에서 다시 시상하부로 이어지는 해부학적 연결 고리를 통한 정보의 흐름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파페즈 회로 라 알려진 뇌 회로이다.
데카르트는 뇌에서 유일하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지 않는 구조물인 송과선(pineal gland)에
영혼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라 페요니(La Peyronie)는 영혼이 있는 자리가 대상회 근처라고 보았다.
파페즈에 있어 대상회 피질은 '영혼의 거처'는 아니였다 하더라도 적어도 '영혼의 열정적인 측면이 머무는 곳' 정도는 될 것이다.
아주 약간의 수정을 거쳐 파페즈 회로에 상당히 근접한 연결 회로가 발견되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파페즈의 정서 회로는 정서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것으로 보인다.
정서의 건반
맥클린(Maclean, P. D)에 의하면 정서의 기초가 되는 대뇌 분석기는 장기뇌, 구체적으로 해마(hippocampus)에 위치한다. 해마의 큰 신경 세포들을 정서의 건반이라고 시적으로 표현했다. 건반 개념은 이 영역에 있는 세포들이 매우 체계적으로 나란히 배열된 점에 기인한다. 감각세계 요소들이 이 세포들을 움직일 때 그들이 연주하는 가락이 우리가 경험하는 정서가 된다.
1952년 맥클린은 장기뇌에 대한 새로운 명칭으로 '변연계'를 제안했다. 브로카의 변연피질과 근처 피질까지 일괄하여 변연계라 하였다. 파페즈 회로의 영역들 외에 편도체(amygdala), 중격(septum),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 같은 영역을 변연계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변연계 구조는 계통발생적으로 초기 신경 발달을 이루는 부분으로서 개인과 종의 생존을 위해 통합된 방식으로,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한다고 제안하였다. 1970년 그는 삼위일체의 뇌 이론을 선보였다. 전뇌는 진화적으로 파충류, 선사포유류, 신포유류의 3단계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천국에서 생긴 문제
불행히도 변연계가 정서적인 뇌를 구성한다는 개념은 여러가지 이유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변연계 이론은 일종의 국지화 이론이다. 이것은 정서가 뇌 어디에 존재하는지를 밝히려는 것이다.
변연계란 용어는 구조적 지칭어로 쓰일때에도 애매모호한 점이 있으며 검증되지 않은 기능적(정서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러한 용어는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특정 변연계 영역이 어떤 특정한 정서작용과 관련된다는 결과는 변연계가 정서의 뇌라고 하는 잘못된 개념의 증거인 것처럼 사용되곤 했다.
5장 그 옛날의 모습들
생물학적인 기계들은 매우 오랜 기간에 걸쳐 다양하면서도 미묘한 변화들을 일으켜 온 서투른 진화과정의 산물이다.
굴드(Gould, S.J)에 의하면, 유기체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임시변통의 땜질과 부분적 해결책들로 가득하지만 결국 어떻게 해서든지 굴러간다.
진화생물학자 도킨스(Dawkins, R)에 의하면, 진화는 단기적 관점에서 극도로 비효율적이다.
언어학자 핑커(Pinker, S)의 표현에 의하면,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규명해 내는 문제는 '역 엔지니어링'이다. 뇌라는 완성품을 가지고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알기 원한다.
사실, 뇌 전체가 어떠한 기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뇌는 모듈이라 일컬어지는 각각 다른 기능들을 갖고 있는 시스템들의 집합이다.
진화는 뇌 전체에 작용하기보다는 개별 모듈과 그것들의 기능에 각각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서로 다른 정서는 각각 서로 다른 뇌의 회로망이나 모듈에 의해서 조정되며, 특정 회로망에 있어서의 진화적 변화는 다른 영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뇌로부터 어떻게 정서가 산출되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한 번에 하나씩 정서를 연구하는 것이다.
공포, 분노, 혐오, 그리고 즐거움에 관한 연구들은 언제라도 다시 통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로 뇌의 정서에 대한 나의 연구는 한 특정 정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포, 그리고 공포의 다양한 변신들에 관해서이다.
변하느냐 마느냐, 그것이 진화의 문제로다
현존하는 종들 중 유일하게 인간만이 언어가 주어졌다.
중대한 문제는 언어가 무엇으로부터 진화했는가 하는 것이다.
말하지 못하는 영장류에서 말하는 영장류로 진화한, 뇌의 진화과정에서 중간적 단계는 과연 어떠한 것인가?
정서의 대물림
굴드에 따르면, 다윈은 '진화(evolution)'란 용어를 쓰지 않았다. '변화를 동반한 대물림'이란 다윈의 개념을 우리가 오늘날 사용하는 '진화'라는 매력적인 용어로 대치한 인물은 당시의 스펜서(Spencer, H)라는 영국의 철학자였다.
다윈의 자연선택이론
어떤 종의 생존에 유용한 특질들은 오랜기간에 걸쳐 보존된다. 먹이의 공급은 언제나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태어난 모든 개체들이 생식과 번식이 가능한 시점까지 생존하는 것은 아니다. 덜 적응적인 개체들은 미치 잡초와 같이 제거되고, 보다 적응적인 개체들이 생존하여 그들의 적응에 도움이 되었던 특질들을 자손에게 전달하게 된다. 그러나 한경에는 지속적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그에 따라 새로운 특질들이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하게 되면 그 특질들이 자연으로부터 선택된다. 이런 식으로 해서 적응을 이뤄낸 종은 생존하고 그렇지 않은 종은 멸종한다.
다윈은 종의 물리적 특성뿐만 아니라 마음과 행동도 자연선택에 의해 조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윈은 그의 저서 <인간과 동물의 정서 표현>에서 "인간과 하등동물들에서 보이는 주된 정서 표현 행동들은 선천적이고 유전된 것이다. 즉, 각 개체가 일일이 학습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서의 선천성에 대한 증거로 종 내의 혹은 종 간의 정서 표현에서 나타나는 유사성을 지목했다. 다윈은 특히 인간의 신체적 정서 표현이 인종이나 문화적 배경에 상관없이 유사한 형태를 띤다는 사실을 매우 인상깊게 받아들였다.
많은 동물들이 위험한 상황에서 털을 곧추세운다.
다윈에 의하면, 털을 세우는 행동은 개, 사자, 하이에나, 소, 돼지, 영양, 말, 고양이. 설치류, 박쥐 등 여러 동물들에서 나타나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정서 표현이다.
다윈은 우리의 포유류 사촌들에게서 나타나는 극적인 털 세우기 반응이 인간에게 있어서는 닭살 돋기와 ...머리털 세우기 반응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하였다.
다윈은 서로 다른 종들이 공유하고 있는 유사한 형태의 정서 표현의 예들을 많이 제시하였다.
예를 들면, 그는 화가 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는 행동'을 다른 동물들의 유사한 행동과 동일한 것으로 보았다.
다윈은 비록 정서 표현이 때로는 의지에 의해 조절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의지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불수의적 행동이라고 주장하였다.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어 진술한다.
"나는런던 동물원의 아프리카산 독사 우리 유리벽에 얼굴을 대고, 만일 뱀이 유리벽을 치더라도 절대 뒤로 물러서지 말자고 다짐을 했다. 그러나 뱀이 유리벽을 치자마자 내 결심은 간 곳 없고, 나는 놀라울 정도로 재빨리 1야드 정도를 뒤로 뛰어서 물러났다. 처음 경험하는 위협적인 광경 앞에 나의 의지와 이성은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원초적 본능
오늘날의 연구자들이 본능적인 기본정서들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다윈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
톰킨스(Tomkins,S)는 놀람, 흥미, 즐거움, 본노, 공포, 혐오, 수치심, 고민이라는 여덟 가지 기본정서를 제안했다.
에크만(Ekman, P)은 보편적 얼굴표정들에 관련된 놀람, 행복, 분노, 공포, 혐오, 슬픔이라는 여섯 종류의 기본정서를 제안하였다.
플럿칙(Pltchik,R)과 프리다(Frijda, N) 등의 연구자들은 전적으로 얼굴 표정에만 의존하지 않고, 여러 신체 부위들과 관련된 반응 경향의 중요성을 주장하였다.
존슨-레이어드와 오틀리(Oatley, K)와 같은 연구자들은 무엇을 기본적인 정서로 볼 것인가 하는 것을, 정서표현 단어들을 분석하는 방법론을 채택하였다.
대부분의 정서이론가들은 기본적인 정서 외에 그들이 통합되어 나타나는 복잡한 정서들이 있다고 주장한다. '공포'와 '놀람'이라는 두 정서는 서로 인접해있고, 이들 간의 통합은 '경악'이라는 보다 고차적인 형태의 정서를 유발한다.
기본적인 정서들이 통합되어 보다 고차적인 정서를 유발하는 과정에는 인지적 작용이 개입된다고 여겨진다. 고차적인 정서들은 인간에게만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라자루스는 자부심, 수치심, 감사하는 마음 등이 고유한 인간의 정서라고 주장한다.
표현규칙
에크만은 기본정서의 표현이 늘 정확히 똑같은 형태로 나타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는 보편적 안면정서 표현조차도 학습과 문화적인 요인에 따라 조절된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서표현을 제어하기 위해 사용하는 나름의 관습, 기준 등을 지칭하기 위한 '표현규칙(display rules)'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예를 들어, 서양문화권에서는 장례식에서 취해야 할 슬픔의 강도의 위계 구조가 있다.
마크 트웨인(Twain, M)이 말했듯이,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혈족은 흐느껴 울어야 하고, 가까운 지인들은 굳은 표정을 유지하며, 먼 친구들은 한숨을 내쉬고, 낯선 사람들은 동정어린 표정으로 손수건을 더듬으면 된다."
만일 그의 아내보다 여비서가 더 슬퍼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괜한 의심을 사게 될 것이라고 에크만은 말한다. 에크만의 관점에 의하면, 기본정서란 개념은 개인과 문화권을 초월하여 공통적인 기본정서 표현에 있어서의 유사성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며 반면에 표현규칙은 그들 간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표현규칙은 개인의 사회화 과정을 통해 학습되며, 마치 자동적으로 나타나는 기본정서 표현들만큼이나 매우 뿌리깊게 배어든 행동규칙이어서, 의식의 관여없이 작동한다고 할 수 있다.
고장나기 전에는 손대지 마라
정서에 있어서 종들 간 공통성은 아마도 다윈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나타날 것이다.
행동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근육들이 움직여야 한다. 분노를 느끼는 상황에서 눈살을 찌푸리고 치아를 드러내는 데 필요한 근육의 움직임은 인간과 침팬지에서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럿칙의 훌륭한 표현에 의하면, "위험으로부터 도망하기 위해 사슴은 달리고, 새는 날며, 물고기는 헤엄을 칠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다른 유형의 행동들은 기능적으로는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그 기능이란 유기체를 위험으로부터 도피시켜 생존을 도모하게 하는 것이다." 생존에 필수적인 기본적 기능들이 진화의 과정을 통해 유지되어 왔다는 것이다.
"어떻게 행동의 기능적 동일성이 종을 뛰어넘어 유지될 수 있는가?"
답은 간단하다. "서로 다른 종들에서 동일한 뇌 시스템이 그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어류로부터 양서류, 파충류, 포유류를 거쳐 인간으로 이어지는 진화의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면,
가장 극적인 변화는 전뇌 영역에서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의 뇌는 진화의 과정을 통해 점차 '다각화'되었다.
두뇌 회로들은 다른 신체 영역들과 마찬가지로 유전자에 의해 프로그램된 배아발달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여러 종들간의 신체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 코드는 그대로 보존 되어 왔다." 진화는 서로 다른 종들이 각각 직면한 생존의 문제들에 대해 독창적인 행동적 해결책들을 창조해 내는 과정이다. 단, 기존에 존재하는 뇌 시스템이 '고장나기 전에는 굳이 고칠 필요 없다.'라는 한 가지 단서가 붙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주관적인 감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정서'라는 기본 토대가 환경과 행동(생존에 중요한)들을 관장하는 신경계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감정'이란 오직 의식(자각능력)을 지니는 뇌가 생존관련 시스템에 관여할 때에만 생성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의식'이라는 것이 진화의 시간표 상에서 최근에 발달된 것임을 감안할 때,
감정이 반응보다 나중에 생성된 것으로 결론 내린다.
맞춤형 대 일반형 신경계들
생존에 있어 필수적인 적응 행동들의 목록은 결국 기본정서의 목록과 동일할 것이다.
따라서 기본정서의 목록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행동기능들을 찾는 일부터 시작하는 방법이 더 좋을 것이다.
신경계에서 정서를 담당하는 단위는 크게 입력부, 평가부, 출력부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평가 메커니즘은 진화의 과정을 통해 특정한 기능과 관련있는 입력 혹은 유발자극들을 탐지하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다. 이러한 입력을 '자연적인 유발자극'이라고 부른다.
평가 메커니즘은 자연유발자극을 예언하거나 자주 연합되는 자극을 학습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이러한 자극을 '학습된 유발자극'이라 부를 것이다.
자연적이든 학습된 것이든 일단 유발자극이 입력되면 평가 메커니즘에 의해 상황이 파악되고, 그 동물의 조상들이 유사한 상황에서 동원하곤 했던 반응패턴들이 가동된다.
이러한 자극-평가-반응의 네트워크는 자극과 반응을 적절히 연결함으로써 동물의 생존에 유익하게 작용했기 때문에 진화하였다. 그리고 입력에 따라서 유발자극의 종류 및 적절한 반응의 종류가 결정되며 나아가서 특정 반응을 담당하는 신경계 시스템도 결정된다.
왜 하필이면 공포의 연구인가?
공포 시스템은 위험을 탐지해 내고, 그러한 위험 국면에서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반응을 표출하도록 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즉, 공포 시스템은 방어 행동을 담당한다.
공포 감정은 두 가지 신경계가 진화하면서 생성된 부산물에 불과하다.
하나는 방어행동을 조정하는 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의식을 만들어 내는 시스템이다.
둘 중 하나만으로는 공포라는 주관적 감정이 성립되지 않는다.
공포를 느낀다는 것은 방어행동을 담당하는 신경계의 본래적 기능은 아니다.
인간과 다른 동물들은 공포를 유사한 방식으로 표현한다.
따라서 공포의 신경적 기초 또한 유사하다는 것이다.
공포는 곳곳에 존재한다
공포와 관련된 개념들을 분석해 봄으로써 공포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지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경보, 겁냄, 걱정, 염려, 의심, 양심의 가책, 동요, 불쾌, 경계심, 안절부절 못함, 신경이 날카로움, 덜덜 떨림, 우려 불안, 전율, 경악, 두려움, 고민, 공황, 겁에 질림, 혐오, 대경실색, 고통, 무기력, 혼란, 위협, 방어적임 등 소위 말하는 인간의 진보가 공포의 상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공포에도 '불구하고' 진보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저명한 인간 생태학자인 아이블 아이버스펠트(Eibl-Eibesfeldt)는, "포식자 인간에 대해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다른 종들에 대한 기본적 공포와, 지적인 능력에서 오는 실존적 공포까지 지닌, 가장 공포에 찬 피조물이 인간일 것이다"라고 했다.
키에르케고르, 하이데거, 사르트르와 같은 실존철학자들에게 있어서 두려움과 불안과 고뇌는
인간 존재의 핵심에 속하는 것들이었다.
대조적인 정서로 보이는 용기, 도덕학습, 법, 사회질서의 유지, 세계평화라는 개념의 저변에는 공포심이 크게 공헌한다.
과장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으나, 인간과 사회의 정신적 구조 속에 공포라는 정서가 매우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공포는 정신병리학의 주연배우이다
'불안'
'공포증'
'강박신경증'
'공황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
공포의 표현은 인간과 동물에게서 유사하게 나타난다
공포와 관련하여 광범위한 저작을 남긴 막스(Marks, I)는 동물이 위험에 대처하는 전략들을 네 가지로 정리하였다. 철수(도망), 정지(동결 반응), 방어적 공격, 항복이다. 수많은 종의 척추동물들이 이러한 전략들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여러 학자들의 연구는 공포에 질린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행동패턴이 위험에 처한 쥐들에게서도 나타남을 밝혀냈다. 인간과 쥐의 공포 반응에서 발견되는 이러한 놀라운 동일성을 사실, 포유류를 비롯한 수많은 척추동물들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다. 세 단계의 순차적 행동패턴(깜짝 놀람, 방향 돌리기, 동결 반응 혹은 공격)은 매우 일반적인 반응패턴이다.
행동패턴만 유사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공통적인 생리적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전쟁터의 군인들은 엄청난 고통을 느끼게 하는 부상을 당해도 그것을 알아차리지조차 못한다.
고양이와 마주한 위급한 상황에서 쥐는 꼬리에 가해진 고통스러운 자극 따위엔 아랑곳하지 않는다.
인간과 쥐의 경우 모두에서 스트레스에 의한 무통 반응은 뇌의 생래적 아편계가 작동한 결과이다.
뇌가 위험을 감지하면 자율신경계의 신경들을 통해 몸의 각 기관들에 메시지를 보내 주어진 상황에 맞는 행동을 준비하도록 조절한다. 각각 소화관, 혈관, 땀샘과 연결되는 신경들은 뇌의 메시지를 각 기관에 전달하여 소화관을 긴장시키고, 심장박동과 혈압을 높이며, 손과 발이 땀으로 끈끈해지도록 하고, 침이 마르도록 한다. 인간에 있어서 이러한 반응들은 공포의 표상이다.
새, 쥐, 토끼, 고양이, 개, 원숭이, 비비, 등 많은 동물들에서 방어행동과 관련된 심혈관계의 반응이
검증되었으며, 또한 이러한 심혈관계의 반응들을 관장하는 두뇌 회로와 신체의 화학적 메커니즘이 종들 간에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위협적인 자극은 또한 뇌하수체의 부신피질 자극호르몬 분비를 촉진하여, 부신으로부터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방출하도록 한다. 부신에서 분비된 호르몬은 다시 뇌로 흘러 들어간다. 이러한 호르몬들은 단기적으로 신체가 스트레스에 대응하도록 돕지만 호르몬 분비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병리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인지적 기능의 저하가 나타나고 심지어 뇌 손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철수, 동결반응, 방어적 공격, 항복과 같은 보편적 반응전략들이나 보편적인 생리적 반응의 조절에는 진화의 경제학이 관련된다. 거기에 더해서 인지능력은 새로운 사건이나 새롭게 학습된 자극에 대한 방어체계를 구축한다. 인간은 쥐가 개념화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공포를 느끼지만 개별 자극들에 대한 반응의 측면에서 인간과 쥐는 대동소이하다.
유전적 결정론과 정서의 자유
정서의 유전학은 개인들 사이에서 혹은 종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정서표현의 공통분모를 규명하고자 한다.
유전자의 첫 번째 역할인 인간들 사이에서 혹은 인간과 다른 종들 사이에서 유사한 정서 반응을 만들어 낸다는 데 지금까지 초점을 맞춰 왔다.
유전자의 두 번째 역할인, 유전자가 개체들간의 차이를 생성하는 방식에 대한 통찰도 중요하다.
기질은 혈통을 따라 내려온다. 말이나 개의 기질적 특징들은 때때로 달리는 능력 등과같은 다른 특성들의 선택에 의한 파생효과로서 나타나지만 기질 자체가 선택될 수도 있다. 사실, 품종 개량은 특별히 겁이 많거나 특별히 용감한 쥐의 혈통을 만드는 데 이용되어 왔다.
제한된 유전자 풀 내에서 몇 대에 걸쳐 교배를 계속하기만 하면 행동적으로 의미있는 특성들이 안정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매우 유력한 증거들이 인간의 공포행동에 유전적 요소들이 개입된다는 사실을 뒷바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란성 쌍생아들은 이란성 쌍생아들에 비해 훨씬 유사한 공포행동을 나타낸다. 이러한
유사성은 비단 공포행동뿐 아니라 수줍음, 걱정,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 사회적 내향성/외향성 등의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또한 불안증, 공포증, 강박충동 등은 가계 내에서 높은 상관관계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방어행동의 유전학은 박테리아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연구되어 왔다.
또한 초파리의 방어행동에 대한 유전적 분석에도 많은 진전이 있었다.
이러한 하위종들에 대한 연구들은 향후 포유류를 대상으로 진행될 유사한 연구들의 초석을 닦는다는 의미가 있으며, 인간의 공포와 관련된 유전학의 연구에도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유전자가 우리의 정서 형성을 위한 원재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정서는 생물학적 토대에 기반하지만 사회적인, 즉 인지적인 요인들 역시 매우 중요하다.
유전과 양육 둘 다 우리의 정서적 삶을 이끄는 동반자들인 것이다.
6장 6단계 법칙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1904년 무렵 러시아의 생리학자 파블로프(Pavlov, I.P)에 의해 고적적 조건화가 밝혀졌다.
파블로프는 만약 개에게 고기 한 점을 주기 전에 종소리를 들려주게 되면 그 개는 종이 울릴 때마다 침을 흘리게 된다는 것을 관찰하였다. 파블로프는 종소리와 입 속의 고기가 시간적으로 겹쳐지게 되면서 두 자극 간의 연합이 형성되고, 마침내는 종소리가 고기조각을 대신하게 되어 침분비를 유발한다고 제안하였다. 고기를 무조건 자극(unconditioned stimulus, US), 종소리를 조건 자극(conditioned stimulus, CS), 침 분비를 조건반응(conditioned response, CR)이라고 하였다.
전형적인 공포조건화 실험을 살펴보자.
상자에 쥐를 한 마리 넣고 소리와 전기충격을 짝지어서 몇 번 시행한다. 그러면 그 쥐는 소리만 들려도 웅크려서 죽은 듯이 가만히 있는 동결 자세를 취하게 된다. 쥐 털은 빳빳하게 서고 혈압과 심장박동률이 상승하며, 혈류로 스트레스 호르몬이 방출된다.
이러한 현상은 그들의 천적인 고양이를 만났을 때에도 예외가 아니다.
공포조건화 실험에 이러한 용어를 적용시켜 보면 소리는 조건자극(CS), 전기충격은 무조건자극(US), 행동적인 변화와 자율신경계적인 신체반응들은 CR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포식자나 다른 자연적 위험상황이 존재할 때 발생하도록 선천적으로 뇌에 프로그램되어 있는 반응들과 유사하다.
예를 들어, 조건적 공포 자극이나 고양이가 있을 때 쥐는 동결반응, 혈압 및 심박변화, 고통에 대한 민감성 감소, 반사의 증가, 뇌하수체에서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 등의 반응을 보인다.
고양이에 대한 이러한 반응들은 훈련을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고양이는 본능적 유발자극이다.
반면에 소리자극은 공포조건화 학습이 일어난 후에야 이런 반응을 보이므로 학습된 유발자극이다.
공포 반응 형태는 쥐와 인간에서 유사하다.
조건화된 공포학습은 순식간에 일어나며, CS와 US를 단 한 번만 짝지어 제시해도 일어난다.
야생동물들은 한 번만 실패해도 포식자의 먹잇감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오랫동안 지속된다. 한 번 공포조건화가 일어나면 그 기억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US의 제시없이 CS에만 노출시키면 공포조건화는 '소거'된다.
그러나 소거가 CS나 US 사이에 형성된 관계를 사라지게 하지는 않는다.
자발적인 회복, 재기, 복원과 같은 현상들이 보여주는 것은 소거를 통해 기억이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CS가 공포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감소된다는 것이다.
수년 동안의 심리 치료는 공포 반응을 일으키는 자극들을 통제할 수 있게 하지만, 이후 어떠한 외상이나 스트레스를 겪게되면 공포반응은 재발하게 되는 것이다. 소거와 마찬가지로 치료를 통해 공포 반응을 유발하는 기억을 완전히 지워벌릴 수는 없음을 의미한다.
일단 공포기억이 각인되면 비교적 영구히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행동변화는 정서적인 기억 그 자체 제거하기보다 공포 반응을 통제함으로써 가능하게 된다. 다양한 종들에서 발견되는 공포반응의 연속성은 학습형성에 관여하는 뇌경로가 유사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고속도로와 간선도로
뇌 안에서 뉴런 간의 경로를 추적해 보는 기법으로, 작은 양의 트레이서(tracer)를 관심의 대상이 되는 영역에 주입한다. 트레이서는 세포체에 의해 흡수되는 화학물질이므로 주입된 뇌 영역의 세포들은 트레이서를 흡수해서 축색을 따라 신경 말단으로 보낸다. 뉴런들은 끊임없이 여러가지 분자들을 내부적으로 생산하고 이동시킨다.
예를 들어, 정보전달에 가장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은 세포체에서 생산되어 축색을 따라 신경말단으로 운반된 후 시냅스를 통해 정보전달에 쓰인다. 트레이서가 세포체를 뚫고 들어간 후에는 신경전달물질들처럼 이동하는 분자들에 올라타서 축색의 종말까지 이동된 후에 거기에 축적된다. 이런 트레이서들이 뇌의 어느 부위에 존재하는지는 특수한 화학 작용을 거쳐서 이들이 염색된 후에야 관찰이 가능해진다. 이런 기법을 이용하면 한 영역에 있는 뉴런들이 어디로 신경섬유를 보내고 있는지 파악이 가능해진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 우리는 청각 시상에 트레이서를 주입하였다.
청각정보가 전달되는 통로
소리신호는 청각 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며 청각을 담당하는 뇌간의 핵들로까지 이어진다(와우핵과 주위 부위들). 이 부위로부터 축색은 대부분 뇌의 반대편을 가로지르고, 중뇌의 하구로 올라잔다. 하구의 축색은 시상의 청각 중개핵인 내측슬상체로 이어지고, 이것이 청각피질로 들어가는 주요한 입력이 된다.
기쁨의 아몬드
편도체(amygdala)는 전뇌에 위치한 작은 영역으로 아몬드 모양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시상에서 편도체로 직접 정보를 보내는 경로의 발견은 조건화된 공포 자극이 피질로부터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공포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가능함을 의미했다.
이 경로를 통해 시상입력이 피질을 건너뛰어 편도체로 직접 전달되는 것이다.
연구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 나의 발견들은 캡(Kapp, B)이 편도체의 한 영역인 중심핵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얻었던 결과들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심핵이 심장박동을 비롯한 기타 자율신경계 반응들을 통제하는 뇌간영역과 연결을 맺고있다는 사실에 기반하여, 그는 이 영역이 조건자극과 자율신경계 반응이 연결되는 고리를 제공한다고 제안했다. 토끼의 중심핵을 손상시키는 실험으로 이를 증명하였다. 전기충격과 짝지워진 소리 자극에 대한 심장박동 조건화가 극적으로 방해받은 것이다.
중심핵의 손상이 거의 모든 종류의 조건화된 공포반응 - 동결반응, 자율신경계반응, 통각억제, 스트레스호르몬, 반사반응의 증가 등 - 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이들 각각 다른 종류의 조건화된 반응이 중심핵에서 각기 다른 출력 경로를 통해 매개된다는 사실도 발견되었다.
편도체로부터의 다양한 출력은 각각 다른 공포반응을 통제한다.
위험을 경고하는 신호나 위험 그 자체에 직면하면 자율신경계와 내분비계에서 반응이 일어나며 반사적인 행동을 취함게 된다. 이러한 반응들은 편도체 중심핵으로부터 나오는 다른 종류의 출력에 의해 표현된다. 중심핵의 손상은 모든 종류의 반응을 막는다. 그러나 각각의 반응신호가 나가는 통로를 선택적으로 손상하면 그에 해당하는 반응만이 표현되지 않는다.
편도체 중심핵 :
- 중심 회백질 : 동결반응
- 외측 시상하부 : 혈압
- 시상하부 실방핵 : 스트레스 호르몬
- 미측 망상교핵 : 경악반응
편도체로 가는 저차원 도로와 고차원 도로
외부의 자극에 대한 정보는 감각시상에서 바로 편도체에 도달하는 방법(간선도로=직접연결통로)과,
시상에서 대뇌의 감각피질을 거쳐 편도체로 가는 방법(고속도로)이 있다.
시상에서 편도체로의 직접연결통로는 대뇌피질을 거쳐 편도체로 가는 통로보다 짧고 빠른 전달경로이다. 그러나 직접통로는 대뇌피질을 건너뛰기 때문에 피질처리의 이점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그것은 단지 있는 그대로의 자극표상을 편도체에 전달할 뿐이다. 따라서 빠르고 성긴 처리경로이다. 직접통로는 우리가 자극이 무엇인지 충분히 알기 전에 잠재적으로 위험한 자극에 바로 반응할 수 있게 해준다. 이것은 위험한 상황에서 매우 유용할 수 있다. 우리가 미처 의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정서반응들이 이 경로를 통해 표현될 수 있다. 우리 모두 무의식적인 정서반응을 하게 되는 때가 있긴 하지만, 공포증 등 특정한 정서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처리되는 정서자극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간선도로(직접연결통로) : 정서자극 → 감각 시상 → 편도체 → 정서반응
고속도로 (간접연결통로) : 정서자극 → 대뇌의 감각 피질 → 편도체 → 정서반응
시상-편도체 경로와 피질-편도체 경로는 편도체의 외측핵에 모이게 된다. 두 경로의 대부분은 조건화된 공포자극에 대한 감각처리들을 통합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하는 외측핵으로 신호를 전달할 것이다. 그리고 일단 정보가 외측핵에 도달하면, 편도체 내부의 경로를 통해 중심핵으로 전달될 것이며. 중심핵은 가능한 방어반응을 모두 일으키게 될 것이다.
어느 장소든 나타나는 한 마리의 해마 : 맥락조건화
여우로부터 탈출한 토끼는 여우와 즉각적이고 직접적으로 연합된 자극, 즉 모습, 냄새, 공격할 때 내는 소리뿐만 아니라, 여우와 마주친 장소, 물웅덩이 및 그 주변에 대해서도 조건화된다. 이러한 추가적인 자극들은 가장 명백하고 직접적인 자극을 뛰어넘어 조건화의 영향을 확장시키는데 매우 유용하다. 맥락과 외상적 경험 사이에 조건화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맥락조건화는 부수적인 학습이다. 특정한 자극 하나가 아니라, 하나의 전체적 맥락으로 별개의 자극들을 통합하는 것이 바로 해마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편도체와 다르게, 해마는 감각자극을 처리하는 뇌영역으로부터 직접 정보를 받지 않는다. 대신 장소의 모습이나 소리들은 해마에 도달하기 전에 통합된다. 해마는 개별자극 하나하나 대신에 자극들 간의 관계를 포함하는 맥락에 대한 표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편도체 : 공포 수레바퀴의 축
편도체: ← 감각시상 (자극특성)
← 감각피질 (대상)
← 후각(전이)피질 (기억)
← 해마 (기억과 맥락)
← 내측 전전두엽 (소거)
편도체는 인지처리의 많은 단계에서 정보들을 수용한다.
시상의 감각영역으로부터의 정보는 낮은 수준의 자극특성으로서 편도체를 정서적으로 활성화시키고, 반면에 피질의 감각처리 시스템으로부터의 정보는 (대상 및 사건 같은) 보다 복잡한 측면의 자극처리를 통해 편도체를 활성화시킨다.
해마로부터의 정보는 정서적인 맥락을 설정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또한 해마 및 주변 피질부위는 외현기억의 생성 및 회상과 연관되며 편도체와 연결되어 정서가 이러한 외현기억에 의해서도 일어나도록 한다.
전전두엽 내측피질은 소거라고 알려진 과정과 연관된다.
소거란 조건자극을 무조건자극 없이 반복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조건화된 공포반응을 도출하는 조건자극의 능력을 약화시키는 것을 일컫는다. 내측 전전두피질에서 편도체로 전달되는 정보는 이 과정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어느 피질 영역이 편도체로 이어지는지를 알게됨으로써, 그리고 이들 영역이 관여하는 기능을 알게 됨으로써 어떻게 이러한 기능들이 공포반응에 기여하는지를 예측해볼 수 있다. 해부학은 달리 말하자면 심리학을 증명한다.
편도체가 모든 종에서 공포 반응의 조절이라는 동일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최소한 공룡이 지구를 지배하던 그때부터 이미 확립되어서 진화의 많은 단계를 거치며 지속되어 온 듯이 보인다.
위험에 대한 방어는 유기체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까지 주요 척추동물들(파충류, 새, 포유류)로부터 얻어진 연구결과들로 보아,
뇌는 공통된 구조계획을 가지고 이 기능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진화를 넘어서
걸을 때 한 발 앞에 다른 발을 둔다든지, 물체가 눈 가까이 왔을 때 눈을 감는다든지, 날아오는 공을 잡기 위해 글러브를 정확한 지점으로 가져간다든지, 위험에 빠르고 적합하게 반응한다든지 등 우리가 생각하지 않아서 더 좋은 예는 매우 많다. 만약 사고가 모든 행동들에 앞서야 된다면 행동과 정신작용들은 매우 느려질 것이다.
인지가 매우 유용한 정신적 도구인 이유 중의 하나는 '수동적 반응'에서 '능동적 행동'으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환이 가능한 능력은 생존에 큰 이점을 제공하고 아마도 이 이점이 영장류, 특히 인간에게 있어 인지의 폭발을 가져온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전전두피질 주변영역이 그것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영역이 손상된 사람들은 계획을 세우는데 매우 어려움을 겪는다. 소위 전두엽 환자들은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해서 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현재에만 집중할 뿐 자신의 미래 모습을 그려보지 못한다.
전전두 피질의 어떤 영역들은 편도체와 연결되어 있는데, 가능한 다른 영역들과 함께 이 부분들은
정서적인 행동을 계획하고 실행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서적 행동과 관련된 다른 영역으로는 기저핵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전뇌 피질하 구조이다. 이 영역은 운동을 조절하는데 관여하며,
최근의 연구들은 편도체와 기저핵의 상호작용이 도구적 정서행동(능동적 행동)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정서적인 계획은 정서적인 자동성에 덧붙여져 나타난 굉장한 기능이다.
그것들은 우리가 단지 반응자가 아닌 정서적인 행위자가 되게 해 준다. 그러나 일단 당신이 생각하기 시작하면 계획을 잘 세울 수 있지만 많은 걱정거리들 또한 생길 것이다.
평가 이론가인 라자루스는 정서적 대체에 대해 언급했다.
정서적 대처는 무의식적인 정서반응의 와중에서 자발적인 행동을 인지적으로 계획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대표한다. 진화되어온 프로그램은 정서라는 공을 굴러가게 하지만 그 순간부터 운전자석에 앉아 방향을 찾아나가는 책임자는 다름 아닌 우리이다. 우리가 이러한 책임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다루는가 하는 문제는 우리의 발생학적 체질, 과거 경험, 인지적 창조성, 그외 여러가지 요인들에 달려있다.
7장 추억 속의 느낌들
뇌는 두 가지 학습시스템을 사용함으로써, 정서적인 경험에 대한 기억을 형성한다.
20세기 초에 프랑스의 내과의사인 클라팔드(Clapared, E)는 뇌손상으로 인하여 새로운 기억을 생성하는 능력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여성환자를 진찰하게 되었다.
이 환자는 방금 전에 본 의사도 몇 분후에는 기억하지 못하였다. 어느날 의사는 손바닥에 압정을 감추고 악수를 청했는데 그녀는 손이 닿자마자 재빨리 손을 뺐다. 손바닥이 따끔하게 찔렸기 때문이다. 그 다음 진료에서 그 환자는 여전히 의사를 알아보지 못하였지만, 완강히 악수하기를 거부하였다. 허나 왜 자신이 의사와 악수하기 싫은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다.
클라팔드는 두 개의 다른 기억 시스템을 관찰한 것이다.
하나는, 외현적 기억 또는 선언적 기억으로, 의식적인 회상을 통해서 경험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킬 수 있는 기억이고, 다른 하나는 암묵적 기억 또는 비선언적 기억으로, 과거에 학습한 것에 대하여 명백하게 자각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잠재의식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학습은 의식적으로 지각하고 있지 않더라도 일어날 수있다는 사실과 조건화된 정서반응을 일으키는 데는 의식적인 지각이 필수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통해서, 조건화된 공포반응에 암묵적 혹은 무의식적 과정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환자는 뇌손상을 입어서 비록 의식적인 기억은 할 수 없었으나 다시 핀에 찔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 공포자극에 대한 조건반응을 암묵적으로 습득하였다.
그러므로 뇌 손상으로 인하여 정서적으로 학습된 경험에 대한 외현적, 의식적인 기억을 사용할 수 없을 때에도 암묵적인 정서기억이 작동한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암묵적이고 조건화된 공포기억을 '정서기억(emotional memory)', 외현적이고 선언적인 기억을
'정서에 대한 기억(memory of an emotion)'이라고 부르겠다.
기억하는 헨리 H.M
1953년에 극심한 경련성 간질로 6년간 고생을 하던 헨리는 27살에 코네티컷의 하트포드에서 뇌 수술을 받았다. H.M이라고 알려진 이 환자는 40여년 동안 외현적(의식적)기억의 뇌기제에 대한 연구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간질의 심각성과 돌발성 때문에 H.M은 최후의 수단으로 양쪽 뇌반구의 측두엽 상당 부분을 제거해야만 했다. 수술은 매우 성공적이었지만 불행하게도 기억을 잃게 된 불상사가 일어나게 되었다. 그는 외현적, 선언적 또는 의식적 장기기억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H.M의 기억상실증은 여러 분야에서 논문이 작성되었다.
"H.M은 수술이후 40여년간 자신의 나이와 날짜를 모르고 있다. 어디에 살고 있는지 부모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모른다. 또한 자신의 옛 기억도 모르고 있다."
"그의 간질 상태는 놀라울 정도로 호전되었지만 어떠한 새로운 학습도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반복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나이가 들어 외모가 변해가면서 자신을 찍은 사진조차도 인식하지 못한다."
"H.M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을 그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즉시 잊었다."
심리학자 밀너(Milner, B)의 연구로부터 명백한 사실은 H.M의 기억문제는 지적인 능력의 손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긴 것과 짧은 것
기억은 수초간 지속되는 단기저장(작업기억)과 몇 분에서 몇 시간까지 혹은 평생에 걸쳐 유지되는
장기저장으로 구분된다. 측두엽은 장기기억을 형성하기 위해서 필수적이지만 이렇게 형성된 기억은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측두엽을 포함하는 뇌로부터 독립해서 장기기억을 유지하는 시스템으로 넘어간다.
기억 모델을 찾아서
H.M이 손상당한 뇌 부위는 측두엽 영역 중에서도 주로 해마와 편도체 및 그 두 영역의 주변 영역들을 포함한다.
1970년대 초기 옥스퍼드의 심리학자인 개펀(Gaffan,D)이 원숭이를 대상으로 해마 의존적인 기억 기능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냈다. 이것은 '선행자극과 다른 자극 찾기(Delayed Non-Matching to Sample, DNMS)'라 불리는 실험이었다.
선행자극과 다른 자극 찾기(DNMS) 절차
받침대의 중앙에 표본 자극을 올려놓고 원숭이에게 보여준다. 지연시간이 지난 후에 이 자극을 다른 새로운 자극과 함께 다시 보여준다. 만약 원숭이가 새로운 자극(불일치 자극)을 선택하여 들어올리면 이 자극 밑에 미리 놓아둔 강화물(땅콩, 과자)을 먹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절차는 동물을 대상으로 기억에 관련된 해마 및 그와 연결되어 있는 피질 영역의 역할을 연구하는데 널리 사용되었다.
기억모형
1970년 후기에, 국립 정신건강 연구소의 미쉬킨(Mishkin, M)과 머레이(Murray, B)는 주변 피질의 손상이 DNMS 실험에 장애를 유발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피질의 감각처리 영역들은 외부 사건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자극에 대한 지각 표상을 만들어 낸다. 이후에 이 표상들은 주변 피질 영역으로 옯겨지고, 피질영역은 표상들을 한 번 더 가공하여 해마로 보낸다. 그런 다음 해마는 다시 주면 영역들로 정보를 보내고, 이들은 신피질로 전달된다. 측두엽 시스템에 속해있는 요소들은 기억이 지나간 흔적을 저장하고, 측두엽 시스템과 신피질 사이의 상호교류를 통해서 이 흔적을 유지시키기 때문이다. 점차적으로 여러 해가 지나면서 해마는 기억에 대한 통제권을 신피질에게 넘겨준다.
그러면 기억은 신피질에 오랫동안, 어쩌면 평생동안 남아있게 된다.
알츠하이머병
알츠하이머병은 초기에 측두엽에 있는 뇌 영역들을 공격한다. 특히 해마를 공격하는데, 기억모형은 왜 건망증이 알츠하이머병의 초기증상이 되는지 설명해준다. 이후에 이 질병은 점점 신피질 쪽으로 넘어가며, 그러한 손상은 병이 경과함에 따라서 모든 종류의 기억(오래된 기억과 최신의 기억)이 망가지는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해마로 들어가는 피질 입력정보
측두엽 기억시스템의 손상으로 인해 의식적으로 회상하는 능력은 저하되지만, 특정 기술을 배울 수 있는 능력은 온전하게 남아있다는 제안을 하였다.
해마에 관한 연구를 진척시키기 위해서 공간가설, 통합가설, 관계가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최종적인 승리는 두 가지 의문점 즉,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가설에 돌아갈 것이다.
최근의 연구결과는 해마가 섬세한 연산력을 가능하게 하는 매우 정교한 구조물임을 보여준다.
있는 것이 해마인 것이다.
의식적, 선언적 또는 외현적 기억은 해마와 이와 연결되어 있는 피질영역에 의해서 조절되는 반면에, 여러가지 무의식적 암묵적인 기억형태는 서로 다른 시스템들에 의해서 각각 조절된다.
한 가지 암묵기억 시스템은 편도체 및 이와 연결된 영역이 관여하고 있는 정서(공포)기억 시스템이다.
외상적 기억에서 암묵 및 외현기억 시스템은 동시에 기능한다.
기억하게 될 것이고, 아무런 정서적 요소도 가미되지 않은 냉정한 사실로써 당시 사건이 끔찍했다고 기억할 것이다. 한편 편도체 시스템을 통해 근육이 긴장되고, 혈압과 심박율이 변하고, 호르몬이 분비되는 일련의 신체적인 반응이 유발될 것이다. 이 시스템들은 동일한 자극에 의해 활성화되고 동시에 기능하기 때문에 두 종류의 기억들은 단일 기억 기능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동물 실험 연구나 인간을 대상으로 한 사례연구를 통하여 두 시스템을 서로 분리해 보면, 우리들은 이 시스템들이 서로 독립적인 기억 기능으로써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늦게 성숙되는 해마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뇌가 완전하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세포들이 성장해야 하고, 여러 다른 영역들과 연결을 맺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경로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다.
편도체 과제가 해마 과제보다 일찍 습득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따라서 기능적으로 편도체가 해마보다 먼저 성숙되는 것으로 보인다.
매거와 그의 동료들은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에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이 기억을 안정 및 강화시킨다고 제안하였다. 그러나 아드레날린은 보통 혈액을 통해서 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아드레날린 분자는 매우 커서 뇌를 보호하고있는 혈뇌장벽을 통과하지 못한다), 이 호르몬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공포와 연합되어 있는 자극은 편도체 반응을 촉진시킨다. 외측 시상하부에서 문배외측 연수로 이어지는 통로를 통해서 자율신경계가 활성화된다. 자율신경계에 의해 활성화되는 표적 중의 하나가 부신수질이며 여기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온 몸으로 퍼져 나간다. 그 중에서도 특히 밎신경에 영향을 주는데, 기억을 조절하는 데 매우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미주신경은 연수에 있는 고속핵(Neucleus of the Solitary Tract, NTS)으로 신경을 투사한다. 연이어서 NTS는 청반으로 자극을 전달하고, 이 청반에서 편도체와 해마를 포함하는 전뇌부위로 노르아드레날린을 분비한다. 이렇게 아드레날린은 편도체와 해마의 기능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암묵적인 정서기억과 정서에 대한 외현기억을 조절하게 된다.
↖ Ⅰ
어떤 상황이나 상태에서 발생한 학습은 일반적으로 그와 똑같은 상황이나 상태에 있을 때 가장 잘 기억된다.
학습을 할 때와 같은 기분상태일 때 회상하도록 요구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슬플 때 불쾌한 기억을 주로 하게되고, 기쁠 때 기분좋은 기억을 주로 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소위 기억의 정서합치성(mood congruity)은 감상적인 기억만을 하는 우울한 사람들에게는 몇 배나 강력한 효과를 갖는다.
학습시 제시되었던 단서들이 가능한 한 많이 제시될수록 그리고 단서에 의해 활성화되는 기억의 요소들의 영향력이 강할수록 기억이 잘 일어날 것이다.
외현기억 시스템을 도와주게 된다.
관심을 가졌다.
X와 Y라는 두 개의 뉴런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X가 발화할 때 Y는 약한 연결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발화될 가능성은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발화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수시로 Y가 발화하는 때와 동일한 시간에 X의 전기자극이 Y에 도달하게 되면
기능적인 결합이 만들어진다.
그 결과로 다음 번에 X가 발화하면 Y 역시 발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한다.
오늘날 소위 헵의 가소성은 학습과 기억이 개별세포 수준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설명해 주는 대표적인 이론이다.
해마 주변에 있는 중계 영역과 해마를 연결하는 경로에 전기자극을 주면, 해마 내부에 있는 뉴런의 활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
블리스와 로모는 해마의 통로에 버스트라 불리는 짧은 시간동안 빠르게 진동하는 자극을 주었다.
그 직후에 시냅스 반응의 크기를 측정해 보았는데, 자극을 주기 전보다 반응 크기가 훨씬 증가하였다.
강력한 자극이 중계영역과 해마 사이의 시냅스 연결을 향상시켰다.
LTP의 특성은 기억의 주요 재료일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던져 주었다.
하나의 뉴런은 수많은 뉴런들로부터 입력정보를 받는다.
예를 들어, Z뉴런이 X, Y 그리고 다른 뉴런들에게서 입력을 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오로지 X-Z 시냅스 연결 강도만을 변화시킨다. LTP는 시냅스 이후에 있는 모든 뉴런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입력정보에 선택적으로 작용한다. 학습과 마찬가지로 LTP는 경험 특이적이다.
입력정보들은 LTP가 일어나도록 협력해야 한다. 세포들이 충분한 정도로 자극받지 못하면 LTP는 일어나지 않는다.
X-Z와 Y-Z 통로를 동시에 자극하면 두 통로 모두 이전보다 더 큰 반응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은 두 통로를 독립적으로 자극할 때보다 훨씬 크게 나타난다.
활동전위가 측색의 종말단추로 내려오면, 시냅스 전 뉴런의 종말단추에서 글루타메이트가 방출된다. 방출된 글루타메이트는 시냅스 공간으로 확산되고, 시냅스 후 뉴런의 AMPA나 NMDA 수용기와 결합하게 된다.
NMDA 수용기는 LTP의 연합적 특성이자 헵의 학습원리가 이루어지는 기제, 즉 동시에 일어난 사건들이 서로 연합되는 기제를 설명할 수 있다.
편도체에서 NMDA 수용기를 차단시키면 공포조건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주된 학습 메커니즘일 것이다.
달팽이, 쥐, 초파리와 같은 종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들은 학습경험을 장기기억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 분자 단위의 작용이 필수적이라는 결과를 지지한다.
여기에는 세포핵의 유전정보에 의해서 합성되는 단백질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단백질 합성을 차단하면 장기기억은 더 이상 형성되지 않게 된다.
cAMP는 세포내부에서 여러 지역 간에 의사소통하는데 관여한다.
또한 캔델은 cAMP 발현을 차단하는 약물이 해마 기억과 LTP를 방해한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글루타메이트가 발화한 세포의 NMDA 수용기와 결합하게 되면, NMDA 수용기를 막고 있던 마그네슘이 제거되고 칼슘이온이 들어오게 된다. 칼슘의 유입은 아데닐 사이클레이즈(adenyl cyclase)를 활성화시키고, 이것은 다시 cAMP를 증가시킨다. 그 다음으로 cAMP가 증가하면 세포의 핵안에 있는 CREB이라는 유전자 전사 인자를 통해서 cAMP-유도성 유전자를 활성화시킨다. CREB은 시냅스 작동체 단백질(synaptic effector protein)과 같은 단백질 합성을 유도하며, 이 단백질은 시냅스 후에 있는 수상돌기 구조의 변화를 안정화시킴으로써 LTP의 장기 유지에 기여한다.
분자수준에서는 암묵적(무의식적) 정서기억과 정서에 대한 외현적(의식적) 기억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신경시스템과 기능 수준에서 이것들은 분명히 구분되는 뇌의 기능이다.
클뤼버와 부시는 원숭이에서 편도체를 포함한 측두엽의 앞부분을 양측 모두 제거한 후, 감정과 관련된 행동이 극적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고 하였다.
야성적이던 원숭이가 수술 후 매우 온순해졌으며, 평상시 공포를 나타내던 사물에 대해 전혀 공포심을 보이지 않는 등 정서성이 없어졌고, 소리치거나 인상을 찡그리는 감정적 표현도 사라졌다.
때때로 우리는 슬퍼하고, 걱정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서들이 과도해지고 상황에 적합하지 않게 될 때, 정상에서 병적인 정서들로 바뀌게 된다.
이 분야에서 바이블로 여겨지는 책이다.
이 책에는 주로 공포증(phobia)과 공황장애(panic attacks), 기분 및 사고장애, 신체화 장애(somatization disorder), 반사회성 성격장애, 여러 형태의 물질 남용 그리고 그 외의 상태들이 기술되어 있다.
1994년에 18세 이상의 미국인들 중 약 5,100만 명이 정신질환을 가진 것으로 진단되었다.
약 1,100만 명은 약물남용에 의한 질환이었다.
동반한 기분장애(특히 우울증)로 진단되었다.
일반적으로 불안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외부자극이 없다는 점에서 공포와 다르다.
공포는 위협적인 상황에서 도피 혹은 회피하는 행동과 연관이 있다.
오늘날의 정신의학 분야에서는 이전처럼 프로이트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는다.
불안장애의 증상들이 항상 프로이트적 방어기제와 관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보완된 DSM에 수록된 불안장애들은 공황장애, 공포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 강박신경증(obsessive compulsive disorser), 범불안장애(generalized anxiety)이다.
불안장애들은 뇌의 공포 체계의 작용을 반영한다.
무의식적 기억은 편도체 기반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공포조건형성 메커니즘에 의해 형성된다.
이 두 가지 시스템은 동시에 작동되지만 각기 다른 종류의 정보를 처리한다.
초기의 외상동안 존재했던 자극이 이후에 다시 나타나면, 각 시스템은 당시 기억을 되살린다.
스트레스 사건 때문에 해마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발생했던 외상을 떠올리지 못하는 것은 해마에서 일어나는 기억 기능이 스트레스로 인해 고장을 일으켰기 때문인 것이다.
편도체는 부신의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위험을 감지하게 되면 편도체는 시상하부(hypothalamus)에 메시지를 보낸다.
시상하부는 뇌하수체(pituitary gland)에 메시지를 보내고, 그 결과로 ACTH 호르몬이 분비된다.
ACTH는 혈액을 따라 부신으로 흘러들어가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분비를 유발한다. 분비된 스테로이드 호르몬은 신체의 여러 목표 부위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혈액을 타고 뇌로 들어간다.
뇌에서 스테로이드 호르몬은 해마, 편도체, 전전두피질, 그리고 기타 여러 부위에 있는 수용기를 자극한다. 이렇게 부신과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스트레스 사건에 의해 유발된 것이기에 스트레스 호르몬이라 불린다.
해마에 있는 스테로이드 수용기는 부신 호르몬의 분비량을 조절하는데 관여한다.
혈액 속의 스트레스 호르몬의 농도는 스트레스 상황이 요구하는 바대로 적절히 조절된다.
자신의 일상적인 기능을 잃기 시작한다.
해마 내부의 수상돌기를 수축시킨다는 것을 밝혔다.
스트레스가 중단되면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그는 사회적 스트레스 효과가 원숭이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최근의 연구들에서 인간의 해마 역시 스트레스에 매우 약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아동학대 희생자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보이는 베트남전 참전군인과 같은 사람들의 해마가 수축되어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IQ나 다른 인지기능의 손상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억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부신 스테로이드가 해마의 생리적 변화나 기억문제의 원인임이 확실하다.
아드레날린의 촉진효과 덕분에 약한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기억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보인다.
기억상실(amnesia)을 유발할 만큼 강한 스트레스는 외상적 사건에 대해 형성되는 무의식적 암묵적 기억을 증폭시킨다.
혈액 속의 부신 스테로이드의 수치가 특정한 수치에 도달하면 해마는 시상하부에 분비를 늦추라고 명령한다. 스테로이드의 수치가 임계점에 도달하면 해마의 회로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와는 완전히 반대로 편도체 중심핵 내의 CRF 수치는 극적으로 증가한다. CRF는 ACTH의 분비를 자극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스트레스에 의해 해마가 손상되고 편도체의 활동이 촉진된다면, 위험상황에서 스트레스는 '생각하기' 보다는 '반응하기' 쪽으로 우리의 행동양식을 바꾼다고 볼 수 있다.
뱀에 대한 공포가 완화된 지 수년이 지났더라도 배우자의 사망으로 인해 공포증이 다시 생길 수 있다. 또한 스트레스는 불안장애가 발생하는 한계점을 낮춤으로써 개인이 불안을 일으키는 원인들에 취약해지도록 만든다.
불안장애의 본질은 아마도 사람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공포의 종류와 그외 다른 약한 모습들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신경증 환자와 비슷하게, 피질을 손상당한 쥐의 편도체는 자극이 더 이상 위험과 연합되어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정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푀억을 고집스럽게 표현한다. 소거는 피질에 의한 편도체 조절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고, 편도체가 피질으 통제를 벗어나면 준비된 자극 뿐 아니라 평범한 자극에 의해 조건화된 공포조차도 소거되기 어렵게 된다.
전두엽을 손상당한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반응고집이다. 즉, 어떤 행위가 더 이상 적절하지 않음에도 멈추지 못하고 계속하는 증상이다.
인지적 반응고집은 전전두피질의 외측 영역 손상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지만, 정서적 반응고집은 내측 전전두피질 지역이 손상을 입었을 때 나타난다.
내측전전두피질의 한 부분으로써 정서를 담당하는 편도체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정서 정보에 의해서 반응을 조절하는 행동과 관련된다.
전전두피질도 해마와 마찬가지로 스트레스로 인해 변형될 수 있다.
내측전전두피질이 손상을 입었을 때. 일상적인 공포조건형성을 소거하기 어려워진다는 실험결과는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소거를 통해 조건화된 공포반응이 발현되는 것은 차단하지만 근원적인 암묵기억은 지우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소거는 편도체의 기억 기록판을 닦아 지우는 것이 아니라 편도체의 출력 신호를 피질 통제로 덮어버리는 것이다.
실험결과들과 일치한다.
편도체를 통해 형성된 무의식적 공포기억은 뇌에 깊이 각인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그런 기억들은 평생동안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편도체에 보관되어 있는 외상적 기억들은 지울 수 없다는 관점에서 정신과 의사 피트먼(Pitman, R)은 훨씬 더 비관적인 평가를 내놓는다.
우리는 어쩌면 불안장애의 근원인 암묵기억들을 없애지 못할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러한 기억들을 통제하도록 연습하는 것이다.
첫댓글 저 이 책 있어요. 마저 다 화~~왁 읽어버리고 싶은 욕망이 솟구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