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휴휴암으로 1...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며)
‘일만 하고 휴식을 모르는 사람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아서 위험하기 짝이 없다. 또한 일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은 모터가 없는 자동차와 같아서 아무 소용이 없다.’는 영국의 극작가 J.포드의 말이다.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쉰다는 휴식(休息)... 이는 신체적, 정신적 피로의 회복을 꾀한다. 또 활동을 위해 필요한 체력이나 기력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수면(睡眠)일 것이다. 이 몸도 쉬고, 마음도 쉬는 休가 겹쳐진 암자(庵子)가 있으니 양양군 현남면에 있는 휴휴암(休休庵)이다.
미워하고 어리석은 마음, 시기와 질투, 증오와 갈등까지 무진번뇌를 내려놓는 곳... 묘적전이라는 법당 하나로 시작된 休休庵이다. 1997년 바닷가에 누운 부처님 형상의 바위가 발견되면서 불자(佛者)들 사이에 명소로 부상하였다. 바닷가 100평 남짓한 바위인 연화법당에 오르면 200m앞 왼쪽 해변으로 기다란 바위가 보인다. 마치 해수관음상이 감로수 병을 들고 연꽃 위에 누워있는 형상이다. 그 앞으로 거북이 형상의 바위가 평상처럼 펼쳐져 있다. 이 바위가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며 절을 하고 있는 신비로운 형상을 띄고 있다.
이러한 절묘하고 기이한 형상을 구경하기 위하여 일부러 찾아오는 관광객과 佛者들로 사시사철 북적거린다. 또 부처상 오른쪽 절벽 위에는 중바위라고 불리는 큰 바위 두개가 나란히 있다. 또 목탁을 든 채 아래의 부처상을 향하여 합장하며 절을 하고 있는 스님의 형상을 띄고 있어 더욱더 경이롭다. 12월 19일 한화관광을 따라 이 휴휴암(休休庵)으로 여행을 떠났다. 신탄진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떠나는데 갑자기 음주가무(飮酒歌舞)가 시작되었다. 원래 자동차 내 飮酒歌舞는 절대 금지사항이지만 오후에 실시해도 양해할 일인데...
술꾼은 해장술에 망하고 놀음 꾼은 본전 찾다 망하고 여자는 자식을 낳다보니 미련 찾다 망한다는데... 오늘 관광객은 60여명으로 자동차 한 대로는 부족하여 두 대로 편성하였다. 한 대는 조용히, 한 대는 음주가무로 운영한다고 안내를 하였다. 문화답사 팀으로 10명을 모셔 온 나로서는 일단 앉은 자리를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단체로 3팀이 온 듯 한데 자기 팀끼리 음주가무를 해도 시비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다른 팀에 까지 와서 같이 춤을 추자는 등 나쁜 이야기로 해석하면 추태(醜態)로 밖에 볼 수가 없다. 여행길은 호법 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로... 강릉 분기점에서 현남IC로 빠져나간다.
양양 휴휴암으로 2... (남애항을 지나며)
해파랑길로 불리는 국도 7번을 따라가면 낙산사 30㎞ 안내판...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최장 트레일 거리인 해파랑길이다. 동해안의 상징인 ‘태양과 걷는 사색의 길’로,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통일전망대까지 50개 구간으로 총 길이는 688km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약보보다 식보, 식보보다 행보가 낫다.’는 명언을 남겨 어떠한 약과 음식보다도 걷기가 최고의 보약이라고 하였다. 야곱이 무덤을 찾아가는 순례자의 길이라는 스페인의 산티아고길, 일본 에도 시대의 옛길, 조선시대의 대동맥을 이룬 삼남과 관동을 잇는 대로도 있다. 이제 남북통일이 된다면 두만강 녹둔도까지 1,400㎞... 내 생전에 갈 수 있을까?
또한 천년 고찰인 낙산사(洛山寺)... 의상대사가 관음보살의 진신이 바닷가에 머문다는 소문을 듣고 굴속에서 예불하던 중 동해 용왕이 수정으로 만든 염주를 주면서 ‘굴 위의 두 대나무가 솟아난 곳이 내 이마다. 그곳에 불전을 짓고 상(像)을 봉안하라’하셨단다. 이에 의상대사는 그 자리에 사찰을 창건하고 낙산사라 하였다. 이곳의 의상대(義湘臺)... 의상이 낙산사를 창건할 때 머무르면서 좌선하였던 곳으로, 洛山寺에서 홍련암(紅蓮庵)의 관음굴(觀音窟)로 가는 해안 언덕에 있다.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에 나올 만큼 유명하다.
동해안 최고의 일출장소인 의상대 주변에는 많은 소나무들이 이 정자를 감싸고 있다. 바다와 어우러진 풍경은 예로부터 시인, 묵객(墨客)들이 즐겨 찾던 곳이다. 원래 암자가 있었다고 하나 폐허화(廢墟化)되어 정자를 지었다. 꼭 낙산사에서 보아야 할 진경(珍景)이다. 홍련암은 이중환이 저술한 택리지에서 ‘그 안에 들어간 이는 인간 세상이 어떤 곳인지, 제 형체가 어떤 것인지 모를 만큼 황홀하고 하늘로 날아오른 듯 한 느낌을 받는다.’고 하였다. 또 ‘이 지역을 한번 거친 이는 저절로 딴 사람이 되고 10년이 지나도 그 얼굴에 산수 자연의 기상이 서려 있게 된다.’고 이곳 경치를 극찬(極讚)하였단다.
지경해변, 원포해변, 남애해변... 해변은 해수욕장을 뜻한다. 이곳의 남애항(南涯港)... ‘동양의 베네치아’라는 별명이 따라 다닌다. 남애항의 지명은? 매화(梅花)가 결실을 맺은 후 떨어지는 모양이라 하여 '낙매(落梅)'라고 불러오다가 남쪽바다라는 뜻의 '南涯'로 개칭되었다. 강원도 3대 미항 가운데 하나로 일출 장소로도 유명하다. 양양은 오를 양(襄), 태양 양(陽)으로 '해가 떠오른다.'는 뜻이다. 바로 남애항의 해돋이를 보고서 襄陽이라 하였는지...
양양 휴휴암으로 3... (휴휴암에서)
그림 같은 해변과 아담한 항구를 붉게 물들이는 남애... 이곳에서 낙산사 의상대까지... 약 100리에 이르는 해안은 항구와 백사장과 기암(奇巖)이 동해안에서 가장 짜임새 있게 배치되어 있다. 바로 전국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양양의 해안은 절경의 파노라마다. 또한 영화 ‘고래사냥’의 마지막 장면이 촬영된 장소로 알려졌다. 항구 주변 곳곳에 크고 작은 바위섬들이 늘어서 있고, 그 사이에 방파제로 연결된 두 개의 섬이 돋보인다. 이 두 개의 섬에는 각각 빨간색과 하얀색의 등대가 서 있다. 섬마다 각기 한 그루의 커다란 해송(海松)이 가지를 펴고 나무 그림자를 드리워 운치를 더한다.
여행길은 무진번뇌(無盡煩惱) 서원(誓願) 기도 도량인 휴휴암에 도착한다. 끝이 없는 번뇌...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번뇌를 끊은 사람은 번뇌라는 말조차 잊고 지내며 번뇌라는 말을 할 일이 생기지 않는단다. 또 번뇌가 많다는 것은 나를 자제할 수가 없다는 것이며 나를 잘 살펴 알지 못한 까닭에 어떤 일을 대하여도 힘들고 고통스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활짝 펼쳐진 바다. 가슴이 탁 트일 줄 알았는데... 한쪽에서 쓰레기를 태우고 있으니 연기가 하늘을 뒤덮으며 냄새가 진동한다. 불편한 마음이지만 참아야 한다.
좁은 터에 많은 전각들... 일주문과 본존불이 모셔진 있는 묘적전(妙寂殿) 사이는 시골의 대문(大門)보다 더 가깝다. 대부분 사찰은 대웅전이 본존불인데 이곳은 妙寂殿이다. 휴휴암의 특성상 천수천안(千手天眼)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님을 모셨기 때문이다. 觀世音菩薩의 대자대비(大慈大悲)한 힘을 극히 광대(廣大)함과 최대(最大)함을 강조하였다. 즉 인격화한 변화관음(變化觀音)인 ‘천의 손과 천의 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확히 千手天眼 觀世音菩薩’이라 한다. 그 옆에 자연 동굴 속에 지은 다라니 굴법당(窟法堂)이 있다.
또한 해수 관음보살이 청룡(靑龍)을 타고 오르는 국내 유일의 비룡관음전(飛龍觀音殿), 관음범종, 밝은 지혜와 학문을 통해 미망을 깨우치기를 소원하는 원력이 담긴 지혜관세음보살(智慧觀世音菩薩)이 있다. 또 동해용왕상과 남순동자상이 보좌하고 있다. 100여 평의 연화대에 내려가니 발바닥, 발가락, 여의주, 태아, 거북, 달마 모양의 바위들이 있다. 올라오는 길에 어항에 放生을 위한 물고기... 어쩜 어린 물고기만 있을까? 5마리에 만원... 放生은 가르치면 되는 것이지 꼭 돈을 받고 풀어주어야 하는지... 생각할 문제다.
양양 휴휴암으로 4... (주문진에서)
휴휴암에서 나와 강릉의 주문진(注文津)으로... 이곳에 나루터가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늦은 점심이지만 이곳의 민자네 식당(662-8189)... 모듬회 정식이 1인당 15,000원... 지난겨울에 입맛을 좋게 느꼈기 때문에 오늘 다시 찾아왔다. 식당은 갔던 곳이 확실하면 다시 찾아가기 마련이다. 특히 매운탕 국물 맛이 일품이라 모두가 좋아하니 추천한 나로서는 만족감을 느낀다. 매달 10여일을 다니는 여행... 전체 회원들의 식성을 맞추기는 어렵다. 특히 계획을 아무리 잘 짜도 실수가 있고, 갑자기 무단으로 빠지는 경우도 많았다.
밖에 나왔는데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이 지나간다. 히잡은 머리와 귀, 목까지 가리는 스카프 면을 말한다. 아랍권은 예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것이 남성의 최고의 미덕으로 삼았단다. 하지만 이는 여성의 구속으로 생각된다. 코란에 의하면 전통의상을 입으라는 이유로, 또 사막에 열기와 햇빛으로 부터 보호 받기 위해서란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여자는 가족, 남편 이외의 남성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는 폐쇄적인 생각이 더 큰 이유란다. 마치 사극(史劇)에서 보는 여자들이 쓰개(가리개)나 장옷(長衣) 등을 입고 다닌 것과 같단다.
한편 무슬림 여성의 의상은 눈을 제외한 얼굴까지 가리는 면사포에 가깝다면 니깝, 머리에서 발끝까지 덮어써야 하며 눈 부위도 망사로 가리는 가장 보수적인 의상이라면 부르카, 주로 이란 여성이 착용하는 검은 망토로 한국의 쓰개치마처럼 머리부터 발끝가지 두르지만 얼굴만 공개하는 차도르가 있다. 지역적으로 보면 터키는 대부분분이 쓰지 않고 있지만 사우디는 부르카를 쓰고 있어 가장 폐쇄적이다. 외출도 남성 가족과 함께 가야하고, 병(病)이 들어도 여의사에게만 치료를 받아야한다니 여의사가 많이 있을까?
이슬람권은 여자의 머리카락은 성욕(性慾)을 자극한다는데 유래하여 최소 히잡을 쓴단다. 그런데 천주교나 정교회도 예배를 볼 때 머리에 수건을 쓰는데 그런 이유일까? 한편 전 국민의 10%에 해당하는 600만 명의 이슬람교인인 프랑스... 공공장소 안에서 종교상징물을 상징하는 옷을 착용, 금지하는 법을 운영하고 있는데 인권탄압이 아닌지... 최근 아랍권 난민(難民)이 생각나지만 인천에서 벌어진 10대 소녀... 부모에 의하여 학대를 받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로 엄벌에 처해져야 한다. 오늘 휴휴암 여행... 팁을 요구하거나 도(道)가 넘는 음주가무가 성행한다면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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