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으로 가는길은
아직도 잠들어 있는 숲을 깨울라 부산을 떨고 있다
성판악..한라의 또 다른 기생화산,,
먼길을 달려 올라야하는 고단함 쯤은 무시해주자
이른 아침 은비늘 같은 햇살을 담은 숲을 향해 내눈은
곁눈질을 하지 못한다
31명의 준족으로만 이루어진 한라산행팀,,
세상으로 향한
집요한 마음자락이 풀려나갈 즈음
아침 8시 20분
오름길로 이어진 한라의 비탐정원에 발을 조심스레 닿아본다
한라..
해풍안고 달리려다 이름만으로 외로워
빛내린 바다와 한라는 한빛이라
산죽이 잔디마냥 온통 한라를 덮고
보일듯 말듯 온가지 나무 숲을 덮은
맞닿은 하늘금은 바다빛을 닮아있다.
해 봤자 단 이틀,,,
가진것 다 비우고 채우러 오르는길,,
내내 시퍼런 가슴을 안고
이 가을에 비로소 한번이라도 붉게 타오르고 싶어 나선 길,,
숲을 등진햇살은 내내 숨어들고
지난밤 부족한 수면으로 무거운 발을 옮길 즈음
바람은 빠르게 숲을 깨운다.
단풍이 이르다고 해서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만나는 기쁨
그리 가파르지도 않다마는
바쁠 이유가 없는 우리는
5.2km를 올라 샘터에,, 다시 2.1km를 올라 진달래밭 대피소로
12시 20분에 들어선다..
대피소앞 나무데크 계단에서 가지고온 도시락으로 허기를 달랠 즈음
아침 첫 비행기로 제주에 도착한 홍일점 박찬선 선생을 앞세운
산대장님의 일행 7명에게 따라잡히고 만다.
아슬랑대는 억새와 산님은 남국 한라에 그림한장 남겨두고
나무 계단길을 오르고 더듬어가며 꽃같이 박힌 산님들...
해발 1700,1800,1900고지를 탈환하여 한라정상에 진입한다
잠시 마음을 고르고 올라온 길을 뒤돌아본다
멀리 제주의 오름들이 구름에 가렸다가 나타나고
백록담에 오르기 위해 마지막 오름 계단길 이어 공중정원
구름위 발을 딛고 선기분
천기를 다하여 솟아 올리고는
자신은 내려앉은 깊숙한 백록담이 안개구름이 밀려간 후 간신히 모습을 드러낸다.
신선이 살았고, 신선이 타고내려온 순록이 물먹던곳..
오랜가뭄으로 물은 말라있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간다는 구상나무 군락과의 만남도 잠시
다시 사람냄새가 그리워 속세로 바로 내려서야 한다
4시간여의 하산길,,
정상에서 추억의 산장 용진각대피소터를 지나 이어 아름다운 용진각계곡과 철교,,
2.7km내려서 해발 1500m 삼각봉대피소,,,
1.1km내려서면 개미목,,이어 이어지는 탐라계곡과 꽤나 머언 관음시지구로의
하산길
멀리 제주의 오름들이 보이고
산죽과 고사목과 주목들의 공중정원에 들때쯤
잿빛머금은 구름 한줄기 달려든다.
시간의 빈터에 허기진 마음달래려
한바탕 짊어지고 떠나온길
엷은 유채색 낙엽처럼
그렇게 스스럼없이 살고 싶다는 생각
노란빛 평온이다
붉은빛 사랑이다
평온한 한라자락 그 내음속에
잠시 나를 내려 놓겠다는 생각뿐,,
아무런 생각도 않으리라 애써 표현하지도 않으리라
그저
가슴이 뛰는걸 느끼면 그만이리라
착하고 싶다
평화롭고 싶고
마치 석양처럼 녹아들고 싶다
낙엽이 깊다
오솔길을 덮은 숲도 아름답다
하늘과 바다사이
한라는 고운 한빛이라
살평상위에
잠시 다리를 누이고
박태환회장님의
잊혀진 계절노래가 안개숲에 고이고이 녹아들때
그리고 울게하소서가 한없이 숲길을 울릴때도
아픈사랑하나 비로소 연민을 느낀다.
18.7km의 대장정,,
꿈길처럼 그렇게 한라를 넘어섰다.
관음지구 주차장에서
올레팀과 골프팀을 실은 버스를 기다린다.
남국에서의 이틀여정
우리는 그렇게 한껏 고무되고 정들어있었다
재회의 기쁨을 돋우고
73인의 일행은 플랭카드를 나눠들고 인증샷을 하고는
바로 버스에 올라 5분여후에 황금어장에 도착한다
고등어회와 갈치조림으로
저녁만찬을 곁들이고
아침에 귤을 선물하신 구영희선생내외분과
인사차 들른 제주 좌석훈지부장의 방문을 받고,,
너무나 즐거운 연회를 즐겼다
이어 우리 거대한 조직은 버스 두대로 나눠타고
제주공항으로 가서는
제주발 8:10.김해9시 도착인 비행기를 타고
김해서 다시 두 대의 전용버스를 타고 대구로 귀향했다.
비움으로 시작하고 채움으로 끝난 우리들 이틀간의 긴여정,,
준비기간 6개월여,,그 동안 수고하신 김광기 고문님, 박대준 회장님, 이한길 총무님
이기수 간사님, 우리 산대장님 그리고 여러여러분들 너무 많은 수고덕에
모두 무사히 귀환하게 됨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혜령 작가님 그대는 진정 모든 걸 갖춘 아름다운 여인이네요.이런 아름다운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건 내면의 아름다움이 없고서야 가능한 일이겠어요.진짜 부럽네요.가슴아리는 글 잘 감상했습니다.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올려 주세요
향기님그날 한라산에 오르셨다면 아마도 더 아름다운 표현을 하셨을겁니다글 읽어주신것만도 너무 감사할따름입니다. 향기님 보실까봐 앞으로 더 참한 마음 가져야겠어요..
언니의 한라산 기행은 숭고한 순례자의 묵언 기도를 듣는 느낌입니다 숙연해 지네요 올래에서 많이 까불었는 제가 럽사옵니다 언니의 깊고 넓은 가슴은 도저히 가늠을 할 수가 없네요 알죠
우리가 어디서 어떤방법이든 행복한시간을 보낼수있었다면 최고의 여행이 됐겠죠제 옆에서 까부는 모습좀 보여주시지 그랬어요얼마나 예뻣을텐데,,이틀 같이 못해서 너무 섭섭했어요 다음 강천산에서는 꼭 같이 다니고 싶다 .예약
감동입니다.아름다운풍경과 더불이 우리일행이 더 아름다운 풍경이 되어 녹아드네요.가슴에 큰선물을 안고 오셨습니다.
30년쯤전에 뵜던 미소가 언뜻 떠올랐어요.세월이 흘러도 꼭 그모습지니고 계셔서 참 반가웠어요다음에 또 같이 좋은 풍경보면서 다니도록 해요
조작가님 올래여행기 올리랴,한라산행기 올리랴,약국조제하고,집일도보고,우리 혜령님 아니면 정말 어려울것 같은데,~~~혜령님의 능력에 감탄을보내며,~~올려주신 산행기 보면서 지난주 한라산행의 아름다운 기억들이 처음부터 다 생각납니다,~~~약산님들위해 노력하는 조작가님에게 경의를 보내며 ,~~언제나 아름다운마음 간직하시길,~~~
회장님하고는 너무 자주 만나네요^^산에서도 그렇고 우리 카페에서도 그렇고항상 격려해주시고 따뜻하게 대해주심이 너무 감동입니다..예쁜마음 가지고 살겠습니다더욱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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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님크신 키로 그보다 더 큰 마음으로 보시는 풍광이 어찌 제 조그만소견이 따라 잡겠습니까 또 같이 가다가 막걸리 못드시게 하면 우쩔려고요,,
비움으로 시작하여 채움으로 끝난 여정~~~. 그 채움의 자리에 다시 또 비움의 그것이 자리하겠지요... 많이 많이 채워져 다져 지도록 채워지기 전에 또 떠납시다 .여행은 언제나 즐겁습니다.*_^ 누가 그러더군요 산위에 올라 넓어진 시야를 보면서 인간의 조그마한 맘도 그 만큼 넓히라는 무언의 말씀을 내포하고 있다고요.
허락된다면 많이 비우고 살아야겠지요 앞으로 삶이 더욱더 그래야 겠어요.또,,,같이 한번 떠나요노력한 시간만큼거움은 배가 되고 그만큼 크진마음을 가지고 돌아오고 싶네요.^^
한라산 등반이 못내 아쉬웠는데,,, 혜령님의 후기로 갔다 온듯한 착각이 드네요^^*훌륭한 글솜씨에 감탄 하고 있슴다.
'낙옆이 깊다'
정말 고우신 선배님읽어주신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같이 동행하게 된것만으로도 저희에겐 큰 이랍니다..가시는 겁니다.^^
항상 고운모습으로 쭉
차암 재주도 만코 영리하고 자상한 이뿐 후배로 인증 삿~~~~~~~~
최고멋진선배님한라산행때 꽁무니에 따라갔지만 같은날 백록담을 같이 볼수있었다는것 ,,,이거 정말 큰 인연아닌가요길이 좋은 기억으로 간직하겠습니다^^
포문이 열렸나요? 주옥 같은 글들이 마구 쏟아져 나옵니다...
또 한번 상종가를 갱신하시겠네요...
하루올레를 위해 두분이서 기꺼이 오신 성의는 정말 대단하신겁니다,, 입니다 한라산행 내내 허전했던건 갈대님 같이 못해서 그랬던가요 무지 섭섭,,,제가 올레를 할걸 그랬나요 강청산에서는 전번처럼 그렇게,,,,
한편의 서사시를 읽은 기분이네요! 한라산을 같이 못간게 평생 한이될 것 같군요!
가야산에서 땅콩까주시던 생각이 불현듯 나네요^^ 같이 가셨음 좋았을텐데,,산마다 느낌이 다르겠지만 가야산 하산길에서 만났던 그길보다 조금더 길고 조금더 원시적이었다고,,, 한되지 마시고 한번 다녀오세요쨤내서요,,
한라산을 옆에끼고 돌아온길이라 내내 맘이 쓰였는데 이글을읽고나니 그맘조차 사라집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같이 느낄수있어서.
제주여행 늘 가까이있는 이약사 그리고 여러 샘들과 함께한 좋은 추억으로 접어두겠습니다
눈처럼 하얀 양선생님이번여행은 스스로에게도 낯설었지만 풍요롭기도 한 여행이었던것 같아요,,
우리 오랫만에 같이 다녀왔었지요,,,다음기회에 또 같이 나란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