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화 (산유화) /1942년
ㅡ 김소월 ㅡ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산에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이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 이 작품은 쉽고 친근한 가락과 표현으로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감과 외로움을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는 꽃을 통해 드러내고 있는 시이다.
이 시는 계절의 변화 속에서 꽃이 피고, 새가 우는 자연 현상을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김소월은 단순히 자연현상을 그리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자연 현상에
자신의 감정을 대입시킴으로써 삶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표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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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후일 (後日) / 1922년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 떠난 임에 대하여 지금은 잊을 수 없고, 먼 훗날에야 잊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그리움을 반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시적 화자가 그리워하는 대상은 오직 과거의 시간 속에서만 존재한다.
임은 현재에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과거에 존재했던 임은 대상으로 화자는
오늘과 어제와 먼 후일에 관해 이야기한다.
다시 만날 가능성이 없는,즉 실현 불가능한 가정법을 토대로 임에 대한 그리움을 진술하고 있다.
이련 성격이 소월 시의 주된 정조인 한과 연결된다. 이미 떠나가고 결코 돌아올 수 없는 성격의
임이 소월 시에서의 임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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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 1923년
김소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가마귀 , 들에 가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강물, 뒷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임과 이별한 상황에서 임에 대한 그리움을 떠올리는 것은 임 없이 지내오던
삶을 잠시 임의 생각으로 정지하게 만든다. 그래서 임을 떠올림으로써 갖게 되는
아쉬움과 고통 때문에 그냥 나의 삶대로 흐르려 하지만 임에 대한 미련은 쉬임없이
화자를 '다시 더 한번' 이라는 시도를 하게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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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과 밥과 자유 / 1925년
김소월
공중에 떠다니는
저기 저새요
네 몸에는 털있고 깃이 있지
밭에는 밭곡식
논에는 물벼
눌하게 익어서 수그러졌네!
초산 (楚山)지나 적유령(狄蹂靈)
넘어선다
짐 실은 저 나귀는 너 왜 넘니?
** 새, 밭, 논, 나귀가 어우러진 풍경을 바라보면서 옷과 밥과 자유에 관해 생각하는 시 이다.
소박하고 절제된 표현을 통해 드러나는 가난과 결핍,
고단함에 지친 화자의 삶이 주는의미를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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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꽃 / 1922년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지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 이 시는 자신과 헤어지려는 임을 당당히 떠나보내겠다는,
이별에 대한 극복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러나 슬픔을 극복하는 화자의 태도는 그리 단군하지 않다.
김소월의 다른 시들에서도 드러나듯 사랑의 강력함은 임을 떠나보애겠다고 말하면서도
미련을 암시하고 있다. 이런 미묘하고도 야릇한 감정의 움직임이 이 시에는 잘 표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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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혼 (招魂) / 1925년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음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채로 이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이 작품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맞이한 화자의 충격과 슬픔이 격렬한 어조를 통해
표현되고 있다.
이 작품은 김소월의 죽음에 관한 비극적 인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초혼' 이라는 행위는 민간에 전승되는 고복의식, 즉 인간의 혼을 부르는 의식에 바탕한 것으로,
임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화자의 미련의 감정과 관련된다.
그러나 임의 죽음에 대한 화자의 감정은 절망과 허무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비극적이다.**
▶김소월(金素月, 1902~1934)시집으로 『진달래꽃』, 『소월시초(素月詩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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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김소월님의 좋은 시 감상 잘 했습니다.
따스한 봄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