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안동 국제 탈춤 페스티벌>
1. 10/2(월)부터 10/9(월)까지 진행되는 <안동 국제 탈춤 페스티벌>은 춤과 마당극의 향연이다. 특히 이 행사는 현재 우리나라에 전승되고 있는 대표적인 ‘탈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 ‘탈춤’ 공연은 쉽게 만날 수 없다. 과거 서울 송파마당에서 자주 벌어지던 탈춤 공연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탈춤’은 1980년대 이후 대중들의 사랑을 받던 전통예술 장르였다. 경쾌한 전통적인 춤과 음악이 펼쳐지고 가면을 쓴 배우들의 신명나는 대사는 마당을 가득 채운 사람들과의 교합을 통해 특별한 경험을 안겨주었다. 탈춤의 인기는 마당극으로까지 확산되어 추석이나 명절이 되면 방송에서는 <마당극>이 인기 프로그램으로 상연되었다.
2.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마당극과 탈춤의 인기는 21세기 들어서면서 급격하게 쇠락하였고 현재 탈춤이나 마당극 공연은 찾아보기 어렵게 된 것이다. 시대의 변화와 관객의 선호가 바뀌면서 나타난 현상일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요소를 많이 지니고 있는 탈춤의 사라짐은 안타까운 현상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탈춤’과 ‘마당극’에서 특별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안동의 탈춤 축제는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채워줄 수 있는 시간이자 공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3. 안동의 ‘탈춤공원’은 낙동강 옆에 커다란 규모로 조성되어 있다. 다양한 무대와 공간을 만들었고 탈춤 전용극장이 중심에 있다. 이번 탈춤 공연은 보통 하루에 2-3편의 전통 공연과 창작 공연이 벌어지고, 탈춤 공연뿐 아니라 외국에서 참가한 각국의 민속 음악과 무용 공연도 동시에 펼쳐진다. 그야말로 무진장 펼쳐진 예술적 볼거리가 넘쳐나는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만나기 어려운 전통 탈춤 공연을 한 번씩만 한다는 것이다. 프로그램 진행상 조정의 어려움이 있을지 모르지만 축제 기간 중에 하루만 하게 되면 사정상 그날 보지 못한 사람에게 다시 참여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쉽다 할 수 있다. 2-3번 순환제로 공연하게 되면 공연자도 관람자에게도 좀 더 다양한 기회가 제공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이 불필요하게 펼쳐지는 부대 행사보다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4. 10/4(수) 탈춤 공연은 <가산오광대>였다. 경남 사천의 가산리에서 약 2-3백년 전부터 공연되던 이 작품의 핵심도 역시 <양반마당>과 <할미마당>이다. 각각의 마당에서 말뚝이와 마당쇠가 등장하여 양반과 영감을 비판하고 조롱한다. 비록 극 마지막에 모두 같이 춤을 추면서 퇴장하는 화합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극의 핵심은 풍자임에 분명하다. <가산오광대>는 상대적으로 춤사위가 적고 대사가 많은 공연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쉬웠다. 대사전달을 위해 마이크를 달고 말하지만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고 웅웅거려서 내용파악이 쉽지 않았다. 화면에 대사를 문자로 알려주면 좀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최근 뮤지컬에서 시도하느 것처럼) 마당에서 벌어지던 공연이 무대에서 벌어지면서 관객과 배우들의 호흡이 단절된 것도 아쉬운 점이었다. 탈춤의 핵심은 관객과 배우가 같이 만들어가는 소통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5. 탈춤의 아쉬움을 외국 민속공연이 씻어주었다. 오늘의 외국 공연은 몽골, 이스라엘, 태국이었다. 각 나라별로 개성적이고 특색있는 춤과 노래를 통해 한껏 매력을 발휘했다. 몽골의 샤먼들이 부르는 신비스럽고 묵직한 노래도 멋졌고, 태국 여성들이 펼쳐내는 춤사위도 매혹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이스라엘의 공연이었다. 젊은 남녀들이 이스라엘의 고난의 역사를 상징적인 의미를 통해 힘차고 강인하게 표현하였다. 몇 개의 주제를 통해 표현되는 대립과 갈등 그리고 화합의 모습은 이스라엘 음악 특유의 애상적인 느낌과 어울리며 효과적으로 전달되었다. 어떤 뮤지컬에서도 보기 어려운 강하고도 활기찬 민속음악의 정서라 느껴졌다. 이스라엘의 전통 음악은 고통을 통해 표현된 민족의 음악들이 대개 그렇듯이 특유의 애상과 쓸쓸함이 담겨있다. 우리가 ‘한’의 음악이라 부르는 어떤 애조를 가졌다면. 이스라엘의 민속적 색깔도 분명 어떤 ‘슬픔’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 그 슬픔을 이겨낸 강인한 젊은 이스라엘이 부각되고 있었다. 공연자들이 대부분 아주 젊은 사람들이어서도 그렇겠지만 그들이 펼쳐내는 에너지의 힘이 뜨거운 힘을 분출하였다.
첫댓글 - 막걸리 한사발 들이키고, 어허 탈춤을 추자 ~ 얼 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