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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귀국풍경歸國風景
김 성 렬(sandong303@daum,net
중동과 동남아 건설현장에서 십 수년 만에 귀국한 오동철은 주변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가 있었다. 그 세월이 어찌 보면 길면서도 짧은 듯, 짧으면서도 길게 느껴진다. 86, 아시안게임과 88, 서울 오림 픽 준비로 가는 곳 마다 활기가 넘쳐 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화를 부르짖는 소리가 전국을 들 석 거리 게 했다. 단군이래 처음으로 외국인들이 홍수처럼 밀려오고 우리 국민들은 진심으로 그들을 환영했다.
뒤돌아보면 그 동안 크고 작은 역사의 수레바퀴가 있었다. 무엇 보다 도 단군이래 수출 일 백억 불 최초달성, 부, 마 사태, 10, 26 박대통령 시해사건, 전두환 계엄사령관의 정권 장악, 5,18 광주 사태, 버마 아웅 산 묘역 폭탄 테러사건,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화염병과 전경들의 최루탄 공방전, 노태우의 6,29민주화 선언, 오동철은 하나하나 손가락을 꼽으며 헤아려 보기도 했다.
동철은 모처럼 거리로 나가 보기로 했다. 너무나 딴판으로 변한 서울 거리가 궁금했다. 거리는 거리대로 몰라보게 변했지만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삼청교육대 이야기들이다. 명분은 좋았지만 일선 실무자들의 과잉 충성으로 사회의 물의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은 두려웠다. 공포의 도가니 속에서 국민들의 입과 귀를 틀어막아 강제로 고도 장애자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 어디를 가나 동철은 이방인만 같았다.
군사정권의 탄압 수위가 높아지면 학생들의 요구도 그만큼 높아만 갔다. 학생들은 교정을 떠나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시위진압 경찰들이 최루탄을 쏘아 대니 시민들만 죽을 맛이다. 콧물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얼굴이 따갑고 눈이 쓰라렸다. 대학가 주변은 더욱 심했다. 학생들의 시위는 점점 격렬해져만 갔다.
최루가스는 바람을 타고 서울 하늘을 제멋대로 휘졌고 날아 다닌다.
그런 와중에서도 대한민국은 갈 길이 바쁘다며 뒤돌아보지도 않고 오직 앞으로 달려나갔다. 한쪽에서는 민주화 운동을 부르짖고 한쪽에서는 조국 근대화를 외쳐 대고 있었다. 참으로 우리민족은 위대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 하게 하는 대목들이다. 결국, 학생들의 민주화 요구를 받아들여 당시 여당 총재 노태우로 부터 6,29 민주화 선언을 받아낸 것은 학생들에게는 위대한 승리였다.
십여 년 동안이나 해외에서 머물다 귀국한 동철은 모든 것이 이국처럼 낯 설었다. 그는 해외현장에서 주간지나 소문으로만 듣던 관광 문화를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전국을 구석구석 누비며 직접 체험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어느 일간지 하단 여행 광고란에 3박4일 설악산과 남해안의 가장 뛰어나다는 절경인 한려수도를 한 바퀴 돌아오는 여행 코스가 있었다. 동철은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다. 그 안내직원이 일러준 대로 광화문 육교부근에 있는 여행사 사무실을 찾아갔다. 소녀 티가 그대로 묻어 있는 여직원이 티켓을 끊어주며 시간을 꼭 지켜 달라는 말을 서너 번은 더 당부를 했다.
여행을 떠나는 날 동철은 아침 새벽부터 서둘렀다. 여직원의 신신 당부도 있었지만 모처럼 만에 여행이라 마음이 약간은 들떠 있기도 했다. 동철은 그때 그 사무실을 찾아 들어갔다.
“아! 오셨군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손님께서는 별도의 요금을 추가 하 야 되거든요. 이를테면 특별 요금이라고 할까요?”
동철은 기다릴 틈도 없이 반문을 했다.
‘특별 요금 이라 뇨?’
동철의 음성이 약간 높아졌다. 여행사 직원이 더듬거리며 대답을 한다.
…….그게!.... 솔직이 말씀 드리자면 모두가 여자 손님 들 뿐인데 남자 손님은 딱 한 분 이시라 같은 방은 쓸 수가 없고 어쩔 수 없이 독방을 써야 되거든요.”
동철의 목소리가 너무나 컸나 보다. 대머리가 벗겨진 중년 남자가 문을 열고 나오면서 대뜸 여직원을 나무라고 있었다.
“미스고! 지금 손님 앞에서 무슨 소 릴 하고 있는 거야. 정신이 있는 거야,없는 거야, 회사 말아 먹으려고 작정을 한 거야. 빨리 손님 차로 안내해드려. 많은 손님들 기다리고 있잖아. 시간 늦지 않게, 지금 당장 버스 출발 시키라고……..”
동철이 보기에는 현장 책임자 같았다. 조금 전 까지도 동철에게 당당했던 여직원이 갑자기 빨개진 얼굴로 밖으로 휙 나가며 동철을 보고 따라 오라는 눈짓이다.
동철은 그녀의 뒤를 따르며 자기 때문에 꾸지람이 너무 심한 것 같아 미안한 감이 없지 않았다.
동철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줄도 모르고 앞에 가는 여직원의 뒤를 따라갔다. 사무실과 버스 주차장은 거리상으로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횡단 보도도 건너고 골목길을 돌아가야 했다. 동철은 아침부터 기분이 상쾌 할리 가 없었다. 그는 갈까 말 까를 망 서리고 있는데 앞에 가던 여직원이 돌아서서 한마디 한다.
“뭘, 망 서리세요. 빨리 오시지 않고, 누구 밥줄 끊어지는 것 보려고 그러세요.”
여직원의 성깔은 보기와는 딴판이다. 사무실에서 받은 화풀이를 동철에게 퍼 붇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다른 것 보다 도 밥줄 끊긴다는 말에 동철의 불 같은 성질은 사 그러 져 그가 안내 하는 데로 관광 버스에 올랐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 가. 관광 버스 안에서는 벌써 소문이 퍼져 야단 난리들 이다. 오늘 남자 손님 이라고는 동철이 혼자라는 것에 많은 여자 손님들은 호기심으로 들떠 있었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이 열 종대로 서서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지르며 열 열이 환영하고 있었다.
문이 닫히자 운전기사는 인원을 재차 확인하더니 버스는 서서히 굴러 가기 시작했다. 동철은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랐다. 이러기는 처음이다. 아무리 배짱이 있고 담력이 있다는 남자라도 무려 팔십 여 개 나 되는 뜨거운 시선 앞에서 어쩔 바를 몰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2-
동철은 고개도 쳐들지 못하고 맨 뒤 좌석으로 걸어가 웅크리고 앉았다. 벌써부터 버스 안은 후끈후끈 닳아 오른다. 차 안에 여성들은 난리가 났다. 동철이 무슨 상품처럼 서로들 차지하려 들었다. 서너 명의 여인들이 달려오더니 동철의 팔을 잡고 앞 좌석 쪽으로 끌고 간다.
“오늘은 백마를 탄 황제 십니다. 그 귀하신 황제님을 앞으로 모셔야 우리들 마음이 편할 것 아닙니까 요?”
나이들은 대부분 동철의 나이 이쪽 저쪽들이었다.
어느새 그들을 태운 관광 버스는 설악산을 향해 서울 도심을 완전히 빠져 나가고 있었다. 그러자 여인들은 기다리기라도 한 듯 본격적으로 본심을 들어내기 시작했다. 동철이 보기에는 무슨 여성 단체에서 온 것 같았다.
국민들의 의식수준과 문화수준이 향상이 되면서 이 땅의 젊은 여심들은 집안에서 문밖으로 이동이 시작된 것이다. 오늘 같은 야외나들이는 일 년에 봄, 가을 두 번 딱 정해져 있다고 했다. 이렇게 바람을 쏘이고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면 그 동안 고갈 되다시피 한 에너지가 재충전되면서 만사의 자신이 붙고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일관된 이구동성들이다.
하지만 동철이 보기에는 마치 압박과. 설움에서 해방된 민족들 같았고, 고삐 풀린 망아지들 같았다. 그들에게는 위계질서가 없고 자유분방했다. 그날만은 가정이 있는 여자들이 아니고 다만 상춘객일 뿐이다.
달리는 차창 밖, 산천은 푸르르고 청 보리가 밭고랑을 넘실거리고 있는가 하면, 젖먹이 송아지가 달린 어미 소가 비탈밭을 갈고 있는 뒤를 따라, 머리에 수건을 두른 아낙네들이 씨를 뿌리는 모습도 보였다. 동철이 잠시 동안 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한 여인이 다가와 자기 소개를 부탁을 했다. 아니 부탁이 아니라 강요였다. 동철은 용기를 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십 년도 더 되는 동안 금녀 의 나라 중동에서 보냈다는 것이 어쩌면 그리도 한이 맺혔는지도 모른다.
“나이 43세. 신장. 1미터 78. 체중 75키로, 백 미터 달리기 십3초 이름은 오동철 입니다.”
순간, 야 하는 함성과 박수 갈채가 터져 나왔고 오동철! 오동철을 연호한다. 그뿐 많이 아니다. 갈수록 태산이다. 그들에게는 아무 거침이 없었다. 동철이 해외로 출국하기 전 그 때 여인들이 아니다.
“지금 이 시간부터 오동철은 내 것이니까. 그 누구도 함부로 탐내거나 그의 몸에 손을 대는 사람은 대열에서 추방을 시킬 테니 알아 서들 하랑게요.”
그러자 한쪽에서는 한 수 더 떠서 말을 한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너무 섭섭하지. 우리 이렇게 하면 어떨까? 아주 공평하게, 낮에는 아우님들 마음대로 하고 밤에는 우리들이 소유하는 게 어떨까. 그 방법이 가장 합리적일 것 같은데. 아니 그렇소. 아우님들….”
정작 당사자인 동철 에게는 아무런 동의도 없이 자기네들 멋 대로 상품처럼 흥정을 하고 있는 것에 동철은 어이가 없었다. 농 담 치고는 너무 지나쳤다. 떼 꿩 앞에서는 매도 맥을 추지 못한다더니 지금 동철의 입장이 그와 똑 같았다. 여자들이 너무나 공격적으로 설 쳐 대자 동철은 정신 나간 사람처럼 어리어리 해졌다. 그때 어디선가 다른 안을 제안하고 있었다. 그 여자는 버스가 출발하면서부터 차 안의 분위기를 휘어잡고 있었다. 여자이면서도 언변도 남다른 데다 얼굴도 예쁘고 생김새도 나무랄 데 없는 여인 이다.
“자, 여러분! 주목하세요.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 이라는 데 지금부터는 바로 여흥 시간입니다.
사흘 전부터 정성을 기우려 만든 음식 솜씨를 놓고 품평회를 가지면서 무엇 보다 도 낮이나 밤이나 3박 4일 동안 우리들을 즐겁게 해줄 황제님을 모시는데 조금도 소홀해서는 안됩니다. 알았죠!”
“예! 알았습니다. 지당한 말씀입니다. 황제님의 옥체는 이 사람이 책임 지겠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기 저기서 자기들이 하겠다고 줄을 섰다. 그러더니 각종 음식과 술잔이 돌았다. 동철은 정신을 바짝 차렸다. 숫자에서는 밀리지만 썩어도 준치라는 장담을 하다 가도 동철은 계산했다.
한잔 씩만 받아 마셔도 에누리 없는 마흔 잔이다. 맥주는 물론 소주도 상자째 동원이 되었다. 마흔 명이나 되는 여인들이 두 줄로 서서 한쪽에서는 술을 따르고 한쪽에서는 젖 가락으로 안주를 집어 입에 넣어 주기도 했다. 어떤 여인은 남의 남자가 딸아 주는 술은 처음이라며 매우 감동적이라 했다.
동철이 여인들에게 이토록 환대를 받아보는 것은 처음이다. 이쯤 되면 중국의 진시황인들 부러울 게 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덥다며 겉옷을 벗은 여인의 대추 알처럼 발기한 두 개의 유두 봉이 금방이라도 속옷을 찢고 나올 듯 했다.
살과 살이 스칠 때 마다 풍기는 젊은 여인의 살 냄새가 동철을 그냥 내버려 두질 않았다. 여자가 없는 나라에서 십 여 년 동안 견뎌 낸 것의 대한 신神의 보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문뜩 집에 혼자 두고 온 아내의 얼굴을 떠올린다. 아마도 아내는 이토록 변한 시대적 세태 들을 알고서 일부러 함께 오기를 꺼려 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의 자유분방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어느덧 버스 안은 광란에 도가니로 변했다. 맥주와 술을 냉수 마시듯 한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 안 통로를 가득히 채웠다. 이력이 난 관광버스기사는 신바람 나는 음악을 맞추어 틀어 주다 가도 일부러 짓 궂은 장난을 쳐 댄다. 아니 여인들은 운전 기사가 그래 주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벌써부터 여인들은 취기로 버스 밑바닥이 주저 앉을 정도로 겅중거리며 온몸을 흔들어 댄다. 운전 기사가 정지 페달을 지긋이 밟으면 사람들은 짐짝처럼 한쪽으로 쏠려 벌이고 만다. 관광 버스도 덩달아 술에 취한 듯 흔들거린다.
여인들은 그 틈을 놓이지 않고 버스 통로 중앙 한 가운데로 동철을 세워놓고 앞에서는 버티고 있고 뒤에서는 밀어 부쳐 댄다. 동철은 꼼짝 못하고 마른 오징어나 넙치가 될 판이다. 순간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 방면에 그들은 도가 텄다.
만물이 물이 오르는 절기라 그런지 저들에게 도 물이 오르나 보다. 주체 할 수 없이 물이 올라 자신들도 모르게 발산 하려 저리도 설쳐 대는지도 모른다. 관광 버스는 어느덧 설악산 관광 호텔 앞에 무사히 손님들을 풀어 놓기 시작했다.
짐을 챙긴 여인들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호텔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들 간다. 말이 관광 호텔이지, 숙소는 이십 명, 삼십 명이 함께 합숙을 하도록 큰방으로 되어 있었다.
“아무 걱정 마이 소! 마. 버스 안에서도 말했지만 우리는 치마는 걸쳤 어도 시시한 사내들처럼 한입 가지고 두말은 안 합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는 우리가 모든 걸 책임 지겠습니다.”
한동안 왁자지껄하던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 자 방안은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조용했다. 오동철은 혼자 남아 그들을 따라 갈까, 말까, 망 서리고 있는데 호텔 종업원이 동철을 찾아왔다.
‘손님! 오늘 운수 대통하신 날입니다. 이 비싼 호텔방을 혼자 쓰시게 되는 행운을 잡으셨어요. 모 르 긴 해도 평생 한 두 번 있을까 말까 한 행운이죠. 그리고 손님! 이 설악이라는 명산까지 오셔서 모닥불은 한번 뜨겁게 피우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말씀만 하세요. 쩐 만 많이 주시면 젊고 싱싱한 물고기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동철은 그제서야 아침에 사무실 여직원의 말이 떠올랐다. 동철은 우선 종업원이 건네 준 방 키를 들고 5층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에는 조그마한 냉장고도 있고 컬러 티비도 있었다. 둘이 누울 수 있는 넓은 침대도 놓여있어 자신도 모르게 엉뚱한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모든 말초신경들이 총 비상을 걸어 댄다.
동철은 서둘러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계곡이 깊어 그런지 해가지기가 무섭게 어둠이 밀려왔다. 동철은 창을 열었다. 상큼한 설악산에서 풍겨 대는 신록의 향기가 방안 가득 쏟아져 들어온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하늘이 눈이 부시도록 새파랬다. 아득하게 멀리 은하수가 흐르고 있고 소녀들의 눈동자같은 파란 별들이 다닥다닥 달라 붙어있는 것이 장대 끝으로 조그만 건드려도 우박처럼 우수수 쏟아 질 듯 했다. 계곡을 적시며 흐르는 물소리도 들리고 이름을 알 수 업는 밤 새소리도 들린다. 하물며 새들도 짝을 찾아 저리도 애걸을 하는데 동철도 점점 그 종업원의 말이 떠오른다.
……말씀 만 하십시오. 젊고 싱싱한 아주 멋진….”
동철은 자리에 누웠다. 침대는 푹신했다. 그 종업원의 말처럼 이런 분위기에서 혼자 보낸다는 것은 너무나도 잔인하다는 생각을 잠시도 떨 칠수가 없었다. 그것은 참으로 비참한 일이다. 일세기 만에 한번 올까 말까 한 절호의 기회다. 그는 몹시 궁한 사람처럼 입맛을 당기고 있었다. 정말이지 이런 기회는 평생의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종업원을 부르려 침대 곁에 있는 벨을 누르려는 순간, 갑자기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동철은 아마도 그 종업원이 재차 확인을 받으려 온 줄로만 알았다.
…..문은 열려 있는데…..요!”
동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들이 닥친 이들은 다름아닌 동철을 스물 네 시간 책임 지겠다던 낮에 그들이었다. 막상 그들이 들이닥치자 농담 인줄로만 알았던 동철은 당황했다.
“……..”
한동안 말이 없던 여인들이 먼저 입을 열었다.
“놀라셨죠? 그리고 설마 하셨죠? 그냥 해보는 소리려니 하고요. 그러나 우리는 한다면 하는 행동으로 보이는 여 전사들이거든요. 아니! 벌써부터 주무 시려 구요. 이곳까지 와서 잠이나 주무시려면 무엇 하려 여기까지 오셨 대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자! 잠은 서울 가서 실컷 자기로 하고요. 빨리 이리 오세요!”
그들은 먹을 것을 한 보따리 사들 고 왔다. 양주도 한 병 있었고 오징어와 볶은 땅콩 같은 마른 안주 들 이였다. 그러면서 그들은 동철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방문은 단단히 걸어 잠근다. 그들은 오늘 저녁 무슨 일을 내려고 작심을 한 듯 했다.
“자! 빨리 이리 오이 소. 나는 황금 같은 시간이 너무나 아까웅기라요,”
심한 경상도 억양이다. 그러자 다른 여인이 맞장구 친다.
“아따 헹님! 그것은 이 몸도 다를게 없응께 몸도 어찌 찌뿌등하고 거시끼 그러니까 그 뭣이더라 한 달에 한번 피는 장미꽃이 피었다가 징게 사날 됬구문이라. 그러니께 목이 말라 타능게 당연 지사 아니겄소. 안그렇소 헹님. 이 모두가 어디 평생 그런 다우. 젊어서 한때 분이라 그라지 헹님!”
심한 남도 사투리지만 죽이 척척 맞는다. 그들은 양주를 석 잔을 연신 따랐다.
그 중 한 여인은 그런대로 술은 약간은 한다고 했지만, 다른 이는 밀 밭에도 가지 못하는데 오늘은 기어코 딱 한잔만 마시고 싶다고 했다. 지까짓꺼 독해야 봐야 양주지, 지가 뭐 설마 양잿물이야 되겠냐는 것이다. 그 독한 양주가 한 두 잔 씩 들어가자 그들이 버텨봐야 얼마나 버텨 내랴. 그래도 그들은 대단했다. 밤이 깊었는지 밖이 소란스럽다. 지하실 나이트 클럽에 갔던 일행들이 숙소로 돌아온 모양이다. 술들이 많이 취했는지 여자들도 주사가 심했다. 울고, 불고, 고성 방가에 오동철의 이름을 아이이름 부르듯 한다.
눈치 빠르게 여인들이 일어나 소등을 한다. 방안 이 갑자기 깜깜 해 졌다. 밖에서는 여전히 오동철의 이름을 목이 터져라 불러 댄다.
“야! 요것들 봐라.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더니 벌써 채 갔네. 벌써 채갔어. 오동철. 낮에 그렇게 다짐을 했는데도 감히 네가 나를 무시한다 이거지. 하기야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딸리는데 주가야 부르는 게 값인데. 내가 너를 탓 할 수많은 없지, 안 그러냐. 전부다 발정 난 조개들이고 막대 말 조개는 단 한 마리 뿐인데, 설령 금테를 두르지 않았다 해도 제값은 받아야 되는 것 아니겠어. 뭐냐. 오뉴월 개똥 채 미도 먼저 먹는 게 임자지. 앙 그러냐. 그래 오늘은 내가 양보하지만 내일 밤엔 어림 서푼도 없다는 것 미리 알아두라 이거야. 내 말은, 그런데 이건 너무 하는 거 아냐. 원래 오늘밤 오동철은 내 것 이였는데, 중간에서 날치기를 당하다니….., ”
그 여자는 술이 취했는지 한동안 혼자 웅얼거리며 동철의 방문 손잡이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다가 지쳤는지 포기하고 그냥 돌아가는 것 같았다. 세상이 온통 여인들의 천하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토록 변한다는 것인가. 동철은 하 어이가 없었다.
어두컴컴한 호텔 방안에서는 오동철과 여인 둘 이서는 술잔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지구가 천지 개벽을 한다 해도 아무런 미련 따위는 없을 것 같다는 말들을 동철이 들으라고 하는지 공 공연 하게 흘리고들 있었다. 일부러 그러는 지는 몰라도 그들은 술이 많이 취해 연체 동물처럼 흐느적거리고 있다. 그러는 새에 설악산 깊은 계곡에도 달이 뜬 모양이다. 컴컴했던 방안이 물체를 알아볼 정도로 환했다. 그토록 시끄럽던 다른 방에서는 잠에 골아 떨어졌는지 쥐 죽은 듯 조용하다. 그들의 풍만한 젖가슴들이 움직거릴 때마 다 파도처럼 출렁거린다.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동철의 가슴을 파고들던 그들은 마침내 들짐승으로 변했다.
동철은 처음에는 저항을 하였으나 작심을 하고 달려드는 그들에게 무장 해제를 당하고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백기를 든 체 모든 것을 그들에게 내 맡겼다.
그 들은 굶 줄인 사자가 먹이 감을 놓고 장난 치듯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자기들 마음대로 했다.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워 졌다. 불자동차 소리가 요란 하게 들려왔다. 그러더니 화재가 발생 했으니 곧바로 모두들 대피하라는 방송을 한다. 바로 옆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 한 것이다.
호텔 종업원들이 핸드 마이크를 들고 방마다 찾아 다니며 밖으로 대피를 유도하고 있었다. 연기가 바람을 타고 새어 들어온다. 숨을 쉴 수가 없다. 소방차들이 물을 뿜어 대고 있었다. 동철이 얼떨결에 밖으로 뛰쳐나오니 설상 가상으로 정전이 되어 온 세상이 깜깜 바다다. 어디가 어딘지 분간 할 수가 없고 누가 누 군지 알아 볼 수가 없다. 그래도 죽지 않고 살려고 밖으로 뛰어 내리다 다리가 부러진 사람 들, 여기 저기 비명 소리로 아비규환이다. 어떤 사람은 맨발이고 어떤 이는 신발을 짝 짜기로 신고 옷도 남의 옷을 바꿔 겨우 걸친 이들도 있었다.
날이 밝기 많을 기다리던 동철은 사위가 훤해 지자 그 일행들과 이탈, 상경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더 이상 그들과 함께 있다는 것은 용기가 나질 않는다. 자신으로 하여금 그들 가정의 평화를 깰 것 만 같은 양심에 서였다.
그 후 얼마쯤 지난 어느 날, 사무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를 들자 저쪽에서 먼저 말을 했다.
“여보세요! 동철이 맞죠. 오동철씨…….,?”
“예! 그런데요. 내가 오동철 인 데요,”
“너! 오래간만이다. 중동에 나갔다더니 귀국 했구나. 나! 학수다. 장학수!”
“학수? 장 학 수…..,?”
동철은 장학수란 말에 기억이 날들 날 듯 하면서도 얼른 떠오르지를 않는다. 그러자 저쪽에서 재차 말을 해왔다.
“야! 세월이 흐르긴 흘렀나 보다. 잃어 버릴 게 따로 있지. 어떻게 동창 이름도 몰라보냐?”
그제야 동철은 장학수를 떠올렸다. 장학수는 초등학교 동창이다. 공부도 반장과 일. 이등을 다툴 정도로 성적이 좋은데다 남이 꺼리는 궂은 일에도 항상 그가 앞장을 섰다.
“거두 절미하고 너! 지금 뉴스봤냐? 긴급 뉴스로 나오더라. 기만설이 알지. 기만설……”
……만설? 기만설이 누구더라?”
동철이 얼른 알아듣지를 못하자. 학수는 대뜸 핀잔하듯 동철을 나무란다.
“야! 왜? 걔 아버지는 겨울이면 사냥총을 메고 다니는 포수고, 걔 누나는 학교에서는 제일 예쁘기로 소문났던 우리 동창 기만숙. 걔 동생은 우리보다 3년 후배이고 기지 배처럼 곱상했지. 그래도 모르겠냐?”
동창, 장학수가 너무나도 자세하게 설명하는 바람에 동철은 그제서야 기억을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런데, 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걔 매부 네 공장에서 일한다는 소리를 누구 한 테 듣기는 들었는데….,”
“걔가 나 하고는 내외종 간이거든, 글쎄 그 착하고 착한 애가 오늘 아침에 신촌에 있는 무슨 대학 이라 나. 그 대학 옥상에서 떨어져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했다지 뭐냐, 나이 서른도 안된 애가 너무 불쌍하지 뭐. 어떻게 보면 계집애처럼 착하고 순한 애가 어떻게 하기 어려운 그런 대단한 일을 다하고…..”
…..왜 그랬 대…..,”
동철이 물었다.
“왜 그러긴 왜 그랬겠어. 뻔하지 뭐, 그들이 말하는 민주화 운동이지….유서에는 군사정권 타도라고 하더라. 그런다고 이 암울한 세상이 꿈쩍이나 하겠어. 죽은 놈만 불쌍하지 뭐. 아무튼 동창이 그런 일을 당했는데 함께 가볼까 해서, 유해는 신촌에 있는 무슨 대학 병원 영안실이래……..”
장학수의 전화는 거기 까지었다. 학수의 전화가 끊어지자. 동철은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봤다. 나무들은 오월을 더욱 녹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동철은 푸르디푸른 남산을 바라보며 그렇게 죽어간 동창의 동생이 너무나도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이 준 고귀한 생명, 무엇과도 바 꿀 수 없는 생명을 그는 어떻게 죽음까지 택했을까?
신문이나 방송 들은 기만설의 자살 소식을 긴급으로 앞다투어 내보내고 있었다.
동철이 퇴근길에 분향 소 엘 들렸다. 그곳에는 장학수가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일가 친척들은 생각보다 별로 없이 한산했지만 노동단체에서 보내온 조화들과 낯 모르는 조문객이 줄을 이었다. 딸만 셋이라 조객을 맞는 사람은 그의 부친 밖에 없었고 출가한 누나들 만이 그의 영정 앞에서 흐느끼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상해요. 그럴 만한 재목이 아닌데, 죽은 녀석은 말이 없고…!”
고인의 부친도, 누이들도 그의 갑작스런 죽음은 의문투성이라 그냥 이대로 받아 드릴 수 없다는 입장 이였다. 고인과는 가장 정이 많다는 둘째 누나, 기만숙이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장례식은 삼 일 장으로 거행되었다. 영안실을 떠난 유해는 하늘을 뒤덮은 듯 만장 기에 에워 싸여 그가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그 대학 노천 극장 앞에서 거행 되었다.
장례식 명칭은 [민주열사 고 기만설 동지 사회장] 순서의 따라 사회자는 조사와 임을 향한 노래가, 그리고 고인의 양력 보고에 이어. 아들을 비운의 길로 보내는 아버지의 마지막 인사 말이 있었다.
“젊으나 젊은 아들을 이렇게 먼저 보내야만 되는 아버지 되는 이 사람의 심정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생떼 같은 아들놈을 이토록 만들어 놓은 군사정권은 지금 즉시 책임을 지고 물러 나야 하고 이와 같은 시대적 역사의 비극은 앞으로는 다시 발생 하지 말아야 될 것입니다.”
그는 목이 메어 더 이상 말을 못하고 연단에서 내려 왔다. 아들을 보내는 그의 조사내용에 일가 친척 되는 이들은 깜작 놀랬다. 어제 저녁 그가 말한 내용과는 정반대로 뒤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자식 하나 건사하지 못해 나라를 온통 시끄럽게 만들어 국민들께 대단히 죄송합니다.”
그런 내용이 전부였는데 상상도 할 수 없는 그의 연설 내용이 완전히 뒤 바뀌었다. 시계탑이 있는 신촌 로타리에서 무녀들까지 출연한 노 제를 마친 영구차는 많은 이들의 애도 속에 장지를 향해 출발하고 있었다.
민주화 바람은 전국을 온통 떠들썩 하게 만들었다. 동철은 어느 날 국회의원 후보 합동유세장으로 갔다. 신기하면서도 궁금했다. 후보들은 여의도로 가려면 자신 많이 제격이라며 하늘에다 무지개로 다리를 놓고 바다 위에 도시라도 만들 것처럼 떠들어댄다. 그 증 한 후보가 마음에 들어, 연설문을 지적해 주었더니, 며칠이 지나자 지구당 에서 연락이 왔다.
동철은 별 생각 없이 지구당 사무실을 찾아 갔다. 지구당 위원장은 현역 국회의원인데 두 번째로 국회의원에 출마한 것이다. 그는 오동철을 반갑게 마지 했다.
“오 동지! 도와 주셔야 합니다.”
동철은 동지라는 말이 무척이나 생소했다. 정치 마당에서는 통상적인 호칭이라며 그렇게 부르면 친근감이 더해진다고 했다. 동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 동지! 지금 바로 입당원서를 쓰고 오늘부터 지구당 사무국에서 일을 해주셔야 합니다. 원래 있던 사무국장이 이민 여권이 나와 긴박한 상황이니 뿌리치지는 마십시오,’
그의 표정이 너무나 간절했다.
그 선거에서 현역의원이 정치 혁신을 주장하는 나이가 새파란 진보진영, 인사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야 말았다. 그리고 곧바로 새로운 당이 창당이 되면서 대부분 모두가 그리로 휩쓸렸다. 그 당시 국민당은 새로 창당을 했는 데도 한국 정당 정치사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입당한지 얼마 되지 않아 오동철은 지구당의 꽃이요. 막중한 임무가 주어지는 사무국장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선거의 승리를 위해서는 위로는 위원장을 모시고 그 밑으로는 총무담당, 여성 담당, 조직을 담당, 청년 담당, 복지담당 모두합치면 그 규모가 대단했다. 오동철은 새로운 당, 당수가 창업한 건설회사에서 근무 한 경력이 인정이 되어 서울에 있는 한 지구당 조직의 총책임자인 지구당 사무국장을 맞게 된 것이다.
제 14대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왕회장은 여당 후보와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야당 탄압, 야당탄압 하기에 설마 그렇게 까지야 하겠냐 했지만, 오동철은 오래가지 않아 실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 첫 번째로 야당 후보들의 유세장 빌리기가 하늘에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웠고, 크나 작으나 야당 행사정보는 귀신처럼 입수하여 나타나 사진 찍고 증거물 압수에 눈에 불을 켜고 나타났다. 그러나 여당후보의 선거법 위반사항을 신고를 하면 담당자기 출장 중이라 시간이 좀 늦을 것이라 미루기 아니면, 미리 정보를 제공하여 사전에 방지하는 여당을 알게 모르게 비호를 하고 나섰다.
정치자금은 주로 밤이면 중앙당에서 내려 보냈는데 대부분 라면 상자에 담아 비밀리에 내려왔다. 한 번에 보통 5천만 원 아니면 1억이라는 거액 이였는데 대부분 지구당 위원자들은 다른 곳으로 빼돌리고 그 일부를 가지고 지구당 사업비를 충당했다. 그래도 오동철이 근무하는 지구당은 가장 모범 적 이였다. 지구당 사업비는 지구당 당원들의 머리 수를 따져 얼마 씩을 계산해서 지구당으로 지급을 했다. 때문에 양심 없는 일부 지구당에서는 서류를 이중 삼중 허위로 작성 당원 수 부풀리기에 혈안이 되기도 했다.
규정상에는 직원들을 반듯이 공개채용을 하기로 되었는데. 위원장부인 아들, 딸, 며느리까지 직원으로 만들어 정치자금 횡령에 눈들이 벌 갰다. 그 당시 왕회장의 돈은 눈먼 돈이라며 먼저 먹는 자가 임자라 했다.
그러다 보니 왕회장의 지지표가 가을 바람에 낙엽 지듯 우수수 떨어졌다.
오동철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 던 지 할 수 있었지만 중앙당 상무위원도 겸직을 하고 있어 차마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어쩌다 중앙당 상무회의가 열릴 때 중앙당의 들어가면 그 당시 회사 내에서는 별이라는 중역들이 대부분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동철과 자리를 같이 하려니 그들 모두 얼굴들은 벌레 씹은 표정들이다.
오동철이 사용하고 있는 책상 양쪽 서랍에는 신권 만 원 짜리가 가득했다.
양복 주머니의 백 만원 이백 만원 현찰을 오동철은 항상 지니고 다녔다.
그가 하루에 집행할 수 있는 금액 한도는 현금 오백만 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른 새벽, 각 지구당 사무국장 교육이 있다며 광화문에 있는 중앙당사로 빨리 오라는 중앙당 정책국장의 전달이 있었다. 추운데 일선에서 고생이 많다며 외투나 사 입으라고 두툼한 금 일 봉 씩을 주었다. 선거일이 점점 다가오자 각 정당에서는 최후에 수단을 총 동원했다.
오동철이 사무국장으로 있는 지구당에서도 매일 같이 대형 관광버스로 당원들을 실어 날랐다. 목적지는 울산에 있는 자동차공장과 조선소를 일박 이일 둘러보는 코스였다. 처음 보는 이들은 모두가 혀를 내 휘둘렀다. 한쪽에서 쇳조각을 올려놓으면 저편 끝에서는 자동차가 되어 굴러간다.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감탄사를 연발하며 조선소와 시내 일주를 돌아보았다. 울산은 특별한 공화국이라 사람들은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다른 한곳은 서산만 간척지다.
무려 5백 만평이나 거의 다 되는 바다를 가로 막아 조성한 천수만 간척지다. 어찌나 넓은 지 비행기로 씨를 뿌리고 모든 농사를 기계화 했다. 이쪽에서 저쪽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활했다. 서해바다는 간, 만의 차가 심해 물 쌀이 어찌나 센지 둑을 막을 때 폐선을 이용했다는 왕 회장 공법은 세계 해상 토목 역사에도 기록이 되어있다고 했다. 그 곳에서도 당원들 연수 교재에는, 왕 회장 후보가 당선이 되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가는 곳 마다 당원들은 목이 터져라 후보 왕 회장의 이름을 연호했다. 당원들은 남자들이야 직장 관계로 거의 없고 대부분 사 오십 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 이였다.
그들은 관광 버스만 타면 마시고 흔들고 춤을 춰 댔다. 많은 여성들이 오동철에 매달리며 보채 댄다. 그러나 오동철은 당원 교육 인솔 책임자라는 직책 때문에 그들과 술 마시고 함께 놀 수가 없어 버스 맨 뒷좌석으로 자리를 피했다. 그러자, 극성스러운 여성 서너 명이 뛰어 봤자 벼룩이라며 달려와 같이 놀아 달라며 성화를 부린다.
동철이 응하지를 않자 이번에는 달려들어 물리적으로 동철에 허리끈을 풀고 옷을 벗기려 든다. 그대로 놔두면 어 떤 망신을 당할지 모른다. 어떻게 세상이 이토록 변했을 까.
이. 삼 년 전 설악산 갈 때 보다 더 노골적으로 여성들은 공격적으로 진화가 되었다. 참다 못한 동철은 맨 정신으로는 할 수 없어 차를 세우고 대형 음식점 안으로 들어가 소주 까마귀 병 두 개와 냉면 대접을 주문했다. 사람들은 가지고 갈 줄로 만 알고 비닐 봉지에 담으려 하는 것을 동철은 뚜껑을 따고 술을 대접에 따라 마시려 하자, 옆에 있던 종업원들이 달려들어 들고 있는 술병을 빼앗으려 했다.
“손님!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웬 만 하면 참으시죠!....이 좋은 세상을 버리 시 다니…..,?”
그들은 동철이 자살 하려는 줄로만 알았다.
한되나 되는 소주를 벌컥벌컥 냉수 마시듯 단숨에 들이키고는 김치 쪽 하나 달랑 어적어적 씹으며 버스 안으로 오르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이들이 놀란 나머지 손 사례까지 쳐 댔다. 동철이 차에 오르자 여성 당원들은 물 만난 고기들이 되었다. 의자에서 앉아서 졸거나 잠자는 사람들은 숙박비를 내라며 버스 안 중앙 통로로 끌어냈다.
오전시간 부터 치근대는 여자와 마주서서 같이 흔들고 있는데 운전기사의 장난기가 또 발동을 한다. 얼떨결에 그 여자와 맛 부닥치자 여성 당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동철 에게 필요 이상으로 밀착해왔다. 여인들의 관광 문화는 더욱 대담해지고 노골화 되어갔다. 모든 것이 직설적이고 의도적이라는 것을 동철은 댐 박에 알았다. 그 여인은 너무나도 대담했다. 동철은 기절할 번 했다. 속옷도 입지 않은 그 여인은 청바지 지퍼까지 활짝 풀어놓고 있었다.
대통령 선거는 여당 후보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선거 판은 비열했다. 동철은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불려 다니기 시작했다. 국민 화합을 입버릇처럼 외쳐 대던 승자는 패자를 포용하고 다독여주어야 함에도 보복 정치에 가까웠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국민들 보기에는 인위적으로 재벌 해체를 하려 들었다.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밴댕이 속 과도 같다고도 했다.
승리한 정권에서는 패한 야당후보가 총 수로 있는 그 큰 그룹을 해체하려 들었다. 지구당 위원장과 오동철은 사무국장이라는 직책으로 검찰에 불려 다녀야만 했다. 역사는 승리자에 의해 쓰여진다고 했던 가. 동철이 법정에 불려 다니기는 처음이다. 당명과 후보의 이름이 새겨진 손목시계를 돌린 것이 선거법 위반 이였다. 그러기는 여당 후보도 마찬가지다. 그도 대도 무문이라는 시계를 수없이 돌렸다. 오동철도 기념품이라며 두어 개 어렵게 수집 하여 보관하고 있었다.
그 대도무문大道武門 이란 문구는 원래 중국 남 송 때 인제 종이란 승려가 엮은 문무관에 나오는 이야기로 큰길에는 문이 없다는 뜻인데, 임진 왜란 때 우리나라를 침략한 풍신수길이 즐겨 쓰던 글귀 이기도 했다.
똑 같은 죄를 지었는데 승자에게는 묻지 않고 패자에게만 묻는다는 것이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법은 어느 나라 법인인가. 결국 동철은 일심 공판에서 징역 일년에다 집행유예 일년을 선고 받고 고등법원에 항소를 했다. 고등 법원에서는 육 개월 동안 질질 끌다가 무죄라는 판결을 내렸다. 정당을 위한 일을 그 정당 소속개인에게는 법을 물을 수가 없다는 결정문이다.
선거를 치르고 그 다음해, 신년 하례 식은 당 차원에서 동작동 국립 묘지를 예방을 하고 이화여대 정문 맞은편에 위치한 당 총재 댁에서 떡국과 건배 사와 함께 하례 식이란 이름을 지었다. 그 자리에는 많은 현역 국회의원도 자리를 같이했다.
선거는 끝이 났지만 여당의 탄압으로 야당 후보였던 그가 몸소 창업한 그룹이 해체위기에 놓이게 되자 정치마당을 떠나게 되었고 국회의원들에게 지원을 받던 지구당 운영비가 중단이 되고 야 말았다. 결국 돈 앞에서 충성하던 많은 의원들이 하나 둘 씩 다른 당으로 옮겨들 가는 철새들이 되었다. 정치를 좀 해보겠다고 달려들던 오동철도 회의를 느끼며 발길을 돌렸다.
시간이 한동안 흐른 어느 날 동철이 근무하는 보험회사 사무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초등하교 동창 장학수다. 그때 기만설 장례식 때 만나고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야! 동철아 나 학수다. 장학수! ……이번에는 장학수가 누구냐 고 되묻지는 않겠지……!?”
“그래! 아무튼 반갑다.”
“거두절미하고 지금 통화 괜찮지. 내일 모레가 기만설이 죽은 지 벌써 삼주기 란 다. 기만숙 신랑이 포천서 직물공장을 하고 있거든, 걔 신랑과는 업종이 같다 보니 자주 만날 기회가 있어. 기만설이 이야기도 있고 해서 너를 한번 만났으면 하더라. 웬만하면 바빠도 함께 가 줄 수 없겠냐? 동창 좋다는 게 뭐냐. 세월이 흘렀지만 걔 위로도 해줄 겸 해서…..어떠냐. 뿌리치지는 않겠지….!”
사 날 후에 그들 일행은 포천 변두리에 조용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학교 다닐 때 그리도 예뻤던 기만숙도 세월 탓도 있겠지만 죽은 동생으로 마음고생이 많아 그런지 많이도 핼숙 해 졌다. 예나 지금이나 넉살 좋은 장학수가 모든 분위기를 이끌어 어 나갔다.
‘아이들 이름을 모르니 누구 엄마라 부를 수도 없고 같은 동창끼리 그냥 옛날 식으로 이름을 부르기로 하자.
그게 더 편하고 기만숙 이라 부르기는 좀 그렇고, 그냥 숙이라 부르는 게 어때 정감도 가고 말 야.…..?’
만숙은 동의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어렵게 한마디 한다.
….. 나야, 볼품 없는 시골 아낙네에 지나지 않아 마음대로 불러도 좋지만 그래도 그쪽들은 사회에 신분도 있고 한데 어떻게 남의 남자이름 함부로 부르기는 좀 그렇지…….”
그들은 다 함께 한정식으로 주문을 했다. 자연산 더덕 구이에 도라지 무침도 있었는데 무엇보다도 산에서 직접 채취했다는 참 두릅 그 향기는 산해 진미 중에서도 가장 으뜸 인 데다, 이 지방에 특주인 포천 잣으로 빚은 막걸리를 반주로 걸치니 옛날 생각이 불현듯 떠오른다.
만숙도 한두 잔은 한다고 했다.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이 그리 되자 마음을 달랠 수가 없어 한 두 잔 씩 시작한 것이 지금은 술 맛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며, 그 당시 일을 하나하나 기억을 살려 되새기고 있었다.
“동생이 죽고 하관 식을 할 때까지 아버지는 감시를 당했어요. 잠자리는 물론이며 심지어는 화장실까지 따라 다녔 더라고. 그들이 안기부요원이나 당국의 수사기관이 아니고, 어느 시민단체에의 일원 이였다는 것은 한참 후에 야 알게 된 거지. 그게 뭘 의미하는 거겠 어. 아버지가 외부인과 만나는 것을 일찍 암치 차단을 시킨 거지…. 왜 그랬겠 어. 음모와 조작이 세상에 알려지면 사회는 또다시 요동을 칠 게 뻔 할 테니까. 다시 말하지만 내 동생은 그런 일을 할 만한 자격이 안되거든. 오죽하면 제 매부가 공장을 하는데 사람제대로 만들어보려고 타이르고 별 짓을 아무리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더라고. 매일같이 밤늦게 술 취해 들어오는 것은 보통이고 누구 한 테 두들겨 맞고 들어오는 날이 허다 했어. 그뿐 많이 아니고 무엇인가의 쫓기는지 불안에 떨고 그랬거든. 그러던 어느 날인가 밤늦게 들어와서는 대성 통곡을 하고 있는 거야. 한마디로 자기가 나가는 조직이 두렵고 무섭다는 거지. 어떻게 던 살고 싶다며 무척 괴로워하곤 했어. 그러더니 어느 날은 여자 친구까지 데리고 와서는 앞으로 결혼할 상대라며 임신 까지 했다 하드라고. 그 말을 고지들은 우리 식구들은 무척 반가와 할 수밖에, 친 엄마가 세상을 뜬지 제법 되었거든. 그래 그런지 마음을 잡지 못하는 동생을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정말 우리는 무척 고마웠지. 우리모두는 인제는 마음을 잡았나 했는데, 난데없이 하루는 자기 조직에서 누군가는 민주화 사업을 위하여 투신 자살을 해야 하는데 막상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거야. 상황이 그렇게 되자 할 수 없이 제비 뽑기로 정하는 데, 아무래도 다음에는 자기 차례가 될 거라며 살고 싶다고 애원을 하드라고.”
그 말을 들은 학수도, 오동철도, 전신에 소름이 돋쳤다.
“아니! 그 말을 우리 보고 고지 들으라고…..,?”
“끝까지 들어봐요. 우리는 당사자로부터 직접 들었으니까. 그 땐 우리 식구들이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일이 가당 치나 하냐며 일방적으로 동생의 말을 무시해 버린 거 있지. 그 애가 신촌에 있는 대학 옥상에서 떨어져 죽기 전 사 날 전부터 아버지 한 테도, 누나들 한태도 전화를 걸어 왔는데 한마디 말은 없고 그저 흐느끼다가 번번히 전화를 끊는 것 있지 지금 생각하면 내 동생인 걸 우리는 까맣게 모르고…..있었던 거지. 우리들이 조금만 신경을 썼으면 그 애의 마음을 잡아 살릴 수도 있었는데 못난 누나들이 죄인이지. 살인을 방조한 죄인! 남동생이라 고는 단 하나 뿐인데, 참! 그 이야기도 어느 모임에 나가 처음 들었지. 자살자가 정해지면 마지막 가는 동지를 위해 여자동료가 몸을 바치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그 말을 들은 그들은 경악을 금치못하면서도 사실이 아니고 허구이기를 오동철과 장학수는 바랬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의 말이 진실이 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통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자기들의 목적을 위해서 젊으나 젊은 청년을 제물로 삼았을까.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들 장본인들은 검은 장막 뒤편에서 얼마나 마음이 불안 했을까.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다면 그 들 가슴속에 박혔을 옹이를 평생 동안을 뽑지 못하고 살고 있겠지. 꼭 그렇게 까지 해야만 되었을 까. 한 청년의 가면을 쓴 그 죽음을 누가 감히 진정한 죽음이라고 자유롭게 말 할 수가 있을 까.
그 동창의 말이 진실이라면, 그 시대 국민과 역사를 농락하고 사회를 우롱한 한 청년의 죽음을, 누군가는 책임지고 역사의 기록을 사실대로 바로 잡아줘야 한다고 동철도, 학수도, 모두가 이구동성 이였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어디 까지가 진실이고 어디 까지가 거짓일까. 그것은 죽은 자 만이 알 일이라 모든 것이 이해와 용서가 되지를 않았다. 어쩌면 법정의판결 보다는 핏줄의 이야기가 더 진정 성이 있는데도 가면과 위장이 만든 덫이기 때문 이다. 잘못된 역사가 우리 주변에서 얼마나 많이 쓰여지고 있다는 것에 그들 모두의 심장 속으로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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