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에 있었던 일을 아직도 나는 잊지 못한다
2학년 9반 23번 조환준
친구들과, 선생님과 계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면 나는 항상 여름이 좋다고 한다. 왜 그럴까?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직도 그곳에서의 추억을 잊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초등학교 3학년 때였을까 맴-맴 거리는 매미의 호통에 잠이 깨서, 모기 물린 곳을 꾹꾹짜며 잠을 깨다가, 거실에 나오면 엄마가 만들어준 화채를 먹기도 하고, 친구들과 놀려다 너무 더워, 문방구에서 게임만하다 들어가는, 그런 여름. 매미의 고함에 화가 났던건지, 더위를 잊을려고 그랬던건지, 늦은 오후에 어느 산장의 캠핑장에 가게 되었다.
늦은 오후인데도 산장 아스팔트의 열기가 올라와 불만이 가득했던, 짜증이 가득했던 나. 그때의 나는 하나의 폭탄을 몸에 지니고 있었다. 텐트가 거의 다 쳐질때에도, 먹음직스러운 바비큐가 내 코 끝을 자극할 때에도 나는 가만히 서있었다. 무엇에 그렇게 짜증이 고약하게 나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족의 부름에 나는 누워버렸다. 열기가 식고 시원해진 아스팔트에 나는 누워버렸다. 누운 채로 몸을 구르다가 '하늘'을 보게 되었다. 도시라는 숲 속에 가려졌었던 하늘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밤이 되었지만 꺼지지 못하는 빛들과 달리, 밤이 되어도 꺼지지 않는 별빛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때, 그날에 있었던 일을 아직도 나는 잊지 못한다. 수많은 별들 중 한 줄기가 나에게 찾아왔다. 별도 내가 폭탄을 가지고 있단걸 알았나보다. 그 폭탄을 제 손에 꼭 쥐고, 원래 살던 곳으로 다시 가버렸다. 그날 이후로 나는, 밤 늦도록 우는 매미의 울음에 공감하게 되었고, 나를 무는 모기의 목숨을 건 사랑에도 눈을 뜨게 되었다. 세상의 한 면만이 보였던 나에게 이 면 또한 보이게 되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게 되었고, 나 또한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기쁨에는 같이 웃어주고, 슬픔에는 같이 울 수 있게 되었다.
캠핑장에서 별을 본 그 날. 세상은 아름답다는 걸,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것들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난 여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