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6일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부모인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의 기념일입니다. 마태오와 루카 복음사가는 예수님의 족보를 성경에 기록하였습니다. 하지만 성모 마리아(Maria)의 부모인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Anna)에 대해서는 성경에서 크게 언급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들에 관한 이야기는 성경 이외의 전승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교회의 외경으로 알려져 있는 서기 170~180년경에 쓰여진 “야고보 원복음서”(Protoevangelium Jacobi)에서 마리아의 부모에 대하여 약간의 귀중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는데, 실제 이 책은 초대교회에 널리 퍼져 있었던 작품일 뿐만 아니라, 마리아의 어린 시절을 다루고 있어 마리아에 대한 공경에 한 몫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교회에서 외경으로 간주한 만큼 이 책에 실린 모든 내용이 역사적으로 실제 벌어졌던 일들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 요아킴은 다윗의 후손이고 성녀 안나는 레위 지파의 후손입니다. 전승에 따르면, 요아킴은 부유하고 이스라엘에서 존경받는 인물이었다고 하는데, 이들 부부에게 흠이라고는 결혼한 지 오래되었으나 아이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아이가 없다는 것은 하느님의 축복을 받지 못하는 상태로 여겨지기 때문에 요아킴은 늘 시무룩해 있었다고 하는데, 일행들과 함께 예루살렘 성전에서 준비해 온 제물을 봉헌하려 할 때 대사제로부터 자녀가 없다는 이유로 제단 앞에 나설 자격이 없다는 핀잔을 듣고 쫓겨나기도 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그는 이 문제로 단식하며 하느님께 기도드리기로 결심하고는 광야로 나갔다고 합니다. 물론 집에 홀로 남겨진 성녀 안나도 주님 앞에서 울며 탄식의 기도를 바쳤다고 하고요.
이 부부의 간절한 기도는 곧바로 응답을 받았는데, 한 천사가 안나에게 나타나 그녀가 잉태하여 낳은 아이는 온 세상에 이름을 떨칠 것이라고 예고해 주었다고 합니다. 이에 안나는 그 아이를 주님께 봉헌하겠다고 약속하였으며, 광야에서 기도하던 중 이와 비슷한 환시를 본 요아킴 역시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왔는데, 안나는 남편이 돌아온다는 전갈을 받고 성문 앞으로 마중 나가서 기쁘고 복된 마음으로 그를 맞았습니다. 그 후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는 딸을 낳았고, 성녀 안나는 아기에게 ‘마리아’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아이가 세 살이 되었을 때,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는 하느님께 약속한 대로 마리아를 예루살렘 성전으로 데려가 그곳에서 양육 받도록 맡겼다고 합니다.
훗날, 성모 마리아의 축일과 함께 마리아를 하느님께 봉헌한 어머니 성녀 안나와 아버지 성 요아킴의 축일도 생겨나게 되는데, 많은 교부가 “야고보 원복음서”를 즐겨 인용하면서 이러한 경향이 고조되었습니다. 성녀 안나의 유해는 8세기 초에 유다에서 콘스탄티노플로 옮겨졌고 유스티아노 2세 황제가 그 무덤 위에 교회를 세웠다고 전해집니다. 원래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를 기념하는 축일은 9월 9일이었는데, 이를 기념하는 전례가 6세기 동방 교회를 거쳐 8세기 이후에 로마 교회에 도입되었고, 14세기에는 유럽 전역으로 퍼지게 되었습니다. 중세에는 유럽 곳곳에 성녀 안나에게 봉헌되는 성당들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성모 마리아의 부모에 대한 공경을 확산시키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1584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Gregorius XIII)가 7월 26일을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의 기념 축일로 지정하였습니다.
이처럼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가 일반인들에게 특별한 공경을 받는 성인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Josephus)의 가정에서 발견할 수 없는 결혼생활의 모범을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의 가정에서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이유는, 예전에는 대가족 제도였기 때문에, 조부모가 포함되지 않는 가정의 모습이 낯설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는데, 마리아의 부모까지 포함해 성가정을 이루는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러웠기 때문이기도 했답니다. 교회 미술에서 성녀 안나는 주로 영원하고 신적인 사랑을 상징하는 초록색 망토와 빨간색 드레스를 입은 모습으로 표현되며, 책을 들고 있거나 어린 마리아를 교육하는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하는데, 이에 비해 성 요아킴의 상징은 성전에서 행하던 그의 경건한 제사와 관련해서 어린 양, 백합, 새장 속의 비둘기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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