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통하게 되어 있다. 1. 기다림은 너무 싫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기다리는 것을 싫어 할 것이다. 배고플 때 음식을 주문 해 놓고 기다리는 것. 차례로 줄을 서서 내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 특히 화장실이 급할 때는 더더욱 싫을 것이다.. 2. 몇 해 전 혼자서 태국을 여행할 때였다. 혼자서 여행을 떠나게 된 이유는 아이들과 함께 가려고 예약을 끝내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버님께서 몸이 좋지 않으셔서 간호를 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그래서 딸들만 여행을 가게 되었다. 딸들의 여행담을 듣고 으니 부러움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이 가슴속에서 스멀스멀 일어났다. 아버님의 건강은 다행히 예전처럼 회복되셨고 드디어 혼자만의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3. 태국은 동남아시아의 중심에 위치해 있으며 여러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아름다운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으로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관광지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한사람이었다.망설임없이 태국으로 여행지를 정하게 되었다. 딸들과 함께가 아닌 혼자만의 여행이 걱정 반, 두려움 반, 설레임 반으로 가슴을 뛰게 했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가고 올 것은 온다는 진실을 믿으며 현실을 즐기고 싶었다. 걱정한다고 안 되는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현실이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시작된 태국여행은 불교신자가 전 국민의 90%가 넘는 국가답게 사원과 승려들이 많았다. 자연환경, 특히 파타야 바다는 휴양지로 널리 알려져서인지 유럽인들이 휴양을 즐기고 있었다. 썬탠을 하는 사람들, 수영을 하고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 썬배드에 누워 책을 보고,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 정말 여기가 TV에 나오는 천국이구나! 싶었다. 나도 몇 달러의 돈을 지불하고 눈부신 태양이 내리쬐는 썬배드에 누워 다양한 인종들을 구경하며 시원한 음료수를 마셨다. 나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는 것을 좋아 한다. 여기가 바로 물멍, 사람멍 하기에 최적지었다. 그리고 세계의 다양한 인종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파타야 해변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근심 걱정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어쩌면 저런 환한 표정과 여유로운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이국에서 느끼는 감성 때문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표정과 오버랩 되면서 왠지 모르게 나의 주변사람들, 아니 대한민국의 사람들이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제일 먼저 배우는 단어가 “빨리 빨리”라고 하니 어느 정도인지 말을 하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이제까지 나의 삶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에게도 아침 눈 뜰 때부터 잠자기 전까지 빨리 빨리를 외쳤던 생각에 나도 모르게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4. 썬배드 가까이서 머리에 수건을 둘러맨 아저씨의 양쪽 어깨에 이상하게 생긴 커다란 열대열매가 보였다. 무엇인지 물어보니 “두리안”이라고 했다. 처음 보는 과일이라 냄새는 고약했지만 호기심에서 먹어 보고 싶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 많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 당시에는 보기 힘든 과일이었다. 한통에 가격이 꽤 비쌌지만 한통을 사니 잘라서 도시락 통에 담아 줬는데 두통이나 되었다. 혼자 먹기에 너무 많아 이것을 어쩌지 속으로 생각하면 썬배드로 왔다. 그런데 옆 썬배드에 누워 있던 잘 생긴 유럽인이 자꾸만 쳐다 보길래 “먹을래요? "하고 물어보니 먹겠다고 해서 한통을 주었다. 연신“땡큐, 땡큐”를 외쳤다. 생각해보니 내가 혼자 온 동양여자이라서 호기심으로 쳐다본 것을 두리안 때문이라 생각하고 착각을 했던 것 같다. 한국에서 온 이상한 여자가 베푼 과잉친절에 그 유럽인도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지금도 생각하니 어의가 없어 실없는 미소를 짓게된다. 5. 태국까지 왔는데 호핑투어를 하지 않으면 태국을 다녀왔다고 할 수 없다고 하길래 젊은이들이 즐겨하는 호핑투어를 하게 되었다. 내 나이 50을 향해 가고 있는 시점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바다에서 하는 수상레저를 즐기게 되었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수영장 근처도 못 가봤고 초등6학년 수학여행 때 경주 대왕암 앞 바다를 처음 보았던 시골뜨기다. 수영을 할 줄도 모르고 물을 무서워했는데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스노우쿨링 장비를 장착하고 바다위에 떠서 바닷속을 들어다 보기까지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면서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겼다. 코로, 입으로 물이 들어가 숨을 쉴 수 가 없었다. 그렇게 연습을 하고 드디어 바닷속이 보였다. 신천지였다. 알록달록 열대어와 온갖 종류의 산호초 등이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바닷속에 이런 세상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스노우쿨링을 하고난 후 다음은 바다낚시를 했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물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곳에서의 낚시는 또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태어나 처음하는 낚시라서인지 한참을 기다려도 고기가 물지 않았다. 한참 후 새끼열대어 한 마리로 손맛을 보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다음은 패어글라이딩을 했다. 물도 무섭고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이 무서웠지만 더 나이들기 전에 도전을 해 보고 싶었다.엄청 무서울 줄 알았는데 막상 바다 위를 날아 오르니 짜릿짜릿한 기분이 들면서 창공을 나른다는 해방감이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이런 기분에 젊은이들이 호핑투어를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넓고 경험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시대에 난 뒤처지지는 않은지 단지 어른이라고 꼰대짓이나 하고 있지 않은지 반성도 해 보았다. 젊은이들의 생각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지만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그들과 대화를 한다면 세대 간의 갈등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6. 태국의 5일동안 여행은 너무나 좋았다. 그런데 마지막 출국할 때 일이 터졌다. 출국수속을 하고 짐을 부치고 이미그레이션(immigration)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검색대를 통과하기 위해 줄을 섰다. 관광 성수기라서인지 줄이 얼마나 긴지...그런데 갑자기 배가 아파 오기 시작했다. 너무 빠른 속도로 배가 아파와서 등줄기와 얼굴 온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아는 사람 한명도 없고 언어도 능통하지 않고 정말 하늘이 노랗다는 표현을 이해하게 되었다. 재빨리 짧은 영어로 몸짓과 발짓으로 배탈이 났음을 표현하고 검색대 앞으로 가니 직원인지 경찰인지 알 수 없는 여자분이 나를 데리고 자기들이 사용하는 화장실로 데려가 사용하게 해주어 큰일을 면 할 수 있었다. 국제적인 망신을 당할 뻔한 그 순간을 생각하니 지금도 등줄기가 싸하다. 여행을 하는 동안은 별별 일이 다 일어난다. 일은 이미 벌어진 상태라면 그 일을 해결 할 수 있는 대처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당황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침착함을 잃지 않는 평정심과 대처능력이 필요하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이다.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 세상을 훨훨 날아다니는 비행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험과 몸으로 체득된 기억은 오래가기 때문이다. 주저하지 말고 세상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 가다보면 길 위에서 배우고 살아 갈 힘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나와 다른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게 될 것이다. |
첫댓글 그래도 인류의 존엄을 지켜주기 위해 태국의 공항 직원분들이 배려해주셨네요. 다행입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