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론 2
장차 정전(井田)을 할 것인가? 아니다. 정전은 시행할 수가 없다. 정전이란 한전(旱田)으로 하는 것인데, 수리(水利) 사업이 잘 일으켜져서 갱도(秔稌 메벼와 찰벼)가 이미 맛이 있으니, 수전(水田)을 버릴 수 있겠는가. 정전이란 평전(平田)으로 하는 것인데, 이미 힘써 벌목(伐木)하여 산골짜기가 개척되었으니, 그 비탈진 나머지 전지를 버릴 수 있겠는가.
장차 균전(均田)을 할 것인가? 아니다. 균전은 시행할 수가 없다. 균전이란 전지와 인구(人口)를 계산하여 똑 고르게 나누는 것인데, 호구(戶口)의 늘고 줄고 하는 것이 달마다 달라지고 해마다 달라지므로, 금년에는 갑률(甲率)로 나누고 명년(明年)에는 을률(乙率)로 나누게 됨으로써, 아무리 계산이 밝다 해도 그 털끝만한 차이점을 살필 수 없을 것이며, 전지의 비옥하고 척박한 구별은 경(頃)ㆍ묘(畝)에 제한이 없을 것이니, 이를 고르게 할 수 있겠는가.
장차 한전(限田)을 할 것인가? 아니다. 한전은 시행할 수가 없다. 한전이란 전지를 사되 몇 이랑까지에 이르면 더 이상 살 수 없으며, 전지를 팔되 몇 이랑까지에 이르면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남의 이름을 빌려 더 사서 보탠다면 그 누가 알겠으며, 남이 나의 이름을 빌려 더 팔아 줄인들 그 누가 이를 알겠는가. 그러므로 한전은 시행할 수가 없다.
비록 그러나 사람들이 모두 정전(井田)은 회복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유독 균전(均田)과 한전(限田)에 대해서만은 사리(事理)에 밝고 시무(時務)를 아는 사람들도 또한 즐겨 말하니, 나는 그윽이 의혹(疑惑)이 생긴다.
그리고 대저 온 천하 사람에게 모두 농사를 짓도록 하는 일은 본디 내가 하고자 한 바이지만, 그 온 천하 사람이 모두 다 농사만을 짓지 않는다 해도 또한 이를 허가할 뿐이다.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는 전지를 얻도록 하고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에게는 전지를 얻지 못하도록 한다면 이는 옳은 일이다. 그러나 균전(均田)과 한전(限田)은 장차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도 전지를 얻도록 하고,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에게도 또한 전지를 얻도록 하고, 공업(工業)과 상업(商業)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또한 전지를 얻도록 하니, 대저 공업과 상업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또한 전지를 얻도록 한다면, 이는 바로 온 천하 사람을 거느리고 놀기를 가르치는 일이다. 진정 온 천하 사람을 거느리고 놀기를 가르치고 있다면 그 법은 진실로 진선진미하지 못한 것이다.
[주1] 정전(井田) : 은(殷)ㆍ주(周) 이대(二代)의 전제(田制)로서, 구백묘(九百畝)의 전지(田地)를 정(井) 자 모양으로 9등분(九等分)하여, 주위를 여덟 집이 나누어 경작(耕作)하고 한 중앙(中央)의 백묘(百畝)를 공전(公田)으로 하여 여덟 집이 공동으로 경작해서 그 수확을 국가에 바쳤던 제도이다.
田論二
將爲井田乎。曰否。井田不可行也。井田者旱田也。水利旣興。秔稌旣甘矣。棄水田哉。井田者平田也。𠠜柞旣力。山谿旣闢矣。棄餘田哉。將爲均田乎。曰否。均田不可行也。均田者。計田與口而均分之者也。戶口增損。月異而歲殊。今年以甲率分。明年以乙率分。毫忽之差。巧歷莫察。饒瘠之別。頃畝莫限矣。均乎哉。將爲限田乎。曰否。限田不可行也。限田者。買田至幾畝而不得加。鬻田至幾畝而不得減者也。藉我以人之名而加之焉。孰知之乎。藉人以吾之名而減之焉。孰知之乎。故限田不可行也。雖然人皆知井田之不可復。而獨均田限田。明理識務者亦肯言之。吾竊惑焉。且夫盡天下而爲之農。固吾所欲也。其有不盡天下而爲之農者。亦聽之而已。使農者得田。不爲農者不得之則斯可矣。均田限田者。將使農者得田。使不爲農者亦得之。使不爲工商者亦得之。夫使不爲工商者亦得之。是率天下而敎之游也。率天下而敎之游。其法固不能盡善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