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못자리 만드는 법)
벼는 직파, 곧 바로 뿌리기가 어렵다. 까닭은 하나다. 풀 때문이다. 제초제를 쓰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불가능하다. ‘자연농법’과 ‘짚 한 오라기의 혁명’ 등에 소개돼있는 이초제초, 곧 풀로써 풀을 없애는 방법은 성공률이 낮다는 큰 결함이 가지고 있다.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쌀보리 갈지 않고 이어 바로 뿌리기’가 널리 퍼지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널리 퍼지기는커녕, 내가 아는 한 전 세계에서 한 농가도 이어 하지 못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이것들이 다 풀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못자리다. 벼가 청소년이 될 때까지는 못자리에서 길러 논에 내는 길이다. 키로 말하면 25cm쯤이다. 그때까지 못자리에서 길러 논에 낸다.
그뒤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오늘은 못자리 만드는 법을 소개하기로 한다.
언제 만드나?
한 해 전에 만든다. 가을걷이가 끝난 11월 하순이나 12월 초에 만든다. 땅이 얼면 못 만들기 때문에 그 전이라야 한다.
어떻게 만드나?
1)못자리를 터를 정하고, 그곳의 볏짚을 양쪽으로 걷어 쌓아놓는다.
2)못자리 가로 고랑을 낸다. 폭은 삽 날 하나, 깊이는 삽 날 반 정도.
3)못자리의 겉흙을 3cm쯤 걷어낸다. 풀씨 때문이다.
4)못자리 위에 쌀겨를 5cm쯤 편다. 고르게 편다. 깻묵이 있는 집에서는 섞어 써도 된다.
5)선호미를 써서 못자리흙을 5cm 깊이로 얇게 파엎어가며 흙과 쌀겨를 골고루 섞어준다.
6)못자리흙 표면을 고르게 고르고, 양쪽에 걷어내 두었던 볏짚을 가져다 덮는다. 빠진 곳이 없도록 고르게 덮는다.
7)나뭇가지 등을 얹는다. 새나 야생동물이나 바람 등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이 상태로 겨울을 난다. 12월, 1월, 2월, 3월이 가고 4월이 온다. 4월까지면 반 년이다. 정확히는 5개월이다. 그 사이에 쌀겨나 깻묵은 거름이 된다. 잘 발효가 된다. 그렇다. 좋은 못자리흙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볍씨 뿌리는 날은 언제가 좋은가?
곳에 따라 다르다. 자기가 사는 곳에 맞춰 날을 고르면 된다. 우리 집은 4월 25일쯤이 좋은 것 같다. 볍씨 뿌리는 날은 되도록 비 오기 전이 좋다. 오후부터 오면 오전에, 밤부터 온다면 오후에 뿌리는 것이 좋다.
그전에 할 일이 있다. 볍씨 물 가르기다. 물에 넣어 뜨는 벼는 걷어내고, 가라앉는 볍씨만 쓴다. 염수선, 곧 소금물 가르기를 하면 더 실한 볍씨를 가려낼 수 있다. 키다리병과 같은 병해가 염려된다면 온탕, 곧 60도의 뜨거운 물에 10분간 넣는 소독 과정을 거친다. 그뒤 볍씨를 그늘에서 말려둔다. 그래야 못자리에 뿌리기 좋기 때문이다. 젖은 볍씨는 불편하다.
싹을 틔어 뿌리는 길도 있다. 못자리가 늦었을 때 그렇게 한다. 물 가르기나 소금물 가르기를 한 볍씨를 하루 물에 담궜다가 물기를 뺀 뒤 그릇에 담고,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비닐봉지를 씌워 따뜻한 곳에 두면 하룻밤에도 싹이 튼다. 1,2미리 쯤이 좋다. 그 이상은 뿌릴 때 꺾어지거나 부러지기 쉽기 때문이다.
볍씨 뿌리기는 어떻게 하나.
1)볏짚을 걷어낸다.
2)작두를 써서 그 볏짚 일부를 잘게 잘라놓는다. 2cm 내외가 좋다.
3)볍씨를 덮을 때 쓸 흙을 마련해 둔다. 5cm 이하의 속흙이라야 한다. 풀씨 때문이다. 그리고 마른 흙이라야 한다. 젖은 흙은 고르게 펴기 어렵기 때문이다.
4)선호미 등을 써서 못자리 표면을 고르게 고른다.
5)볍씨를 뿌린다. 우리는 1cm 간격을 목표로 뿌린다.
6)작은 나무 막대 등을 써서 볍씨 간격을 조정한다.
7)앞서 준비해 놓은 흙을 덮는다. 볍씨 크기의 서너 배쯤 덮는다. 고르게 덮는다.
8)손바닥이나 판자 등을 써서 가볍게 눌러준다. 볍씨가 흙과 떨어져 있으면, 곧 빈 공간이 생기면, 그 면적이 작더라도 발아에 나쁘기 때문이다. 그 공간을 통해 볍씨가 마르기 쉽기 때문이다. 발아에는 수분이 필수 중의 필수다.
9)잘라놓은 볏짚을 덮는다. 고르게 덮는다. 못자리흙이 안 보이도록 덮는다.
10)자르지 않은 볏짚을 덮는다. 나란히 덮지 않는다. 얼기설기 덮는다.
11)곧 비가 오지 않는다면 조리개 등으로 한 차례 물을 흠뻑 준다.
12)그위에 나뭇가지를 놓는다. 이 또한 새나 야생동물을 막기 위해서다. 거센 바람으로 볏짚이 날아가는 것도 막아준다.
하루 한 번 쯤은 가서 본다. 싹이 거의 다 텄다 싶으면 자르지 않은 채 덮은 볏짚은 걷어낸다. 2cm 내외로 자른 볏짚은 그냥 둔다.
풀이 보이면 뽑아준다. 어릴 때 뽑아준다.
못자리가 마르지 않도록 잘 살펴본다. 물을 줄 때는 못자리 주변의 고랑으로만 물을 채우고, 그 물이 못자리 전체에 스며들도록 한다. 그렇다. 못자리 터로는 습기 많은 땅이 좋다. 그런 땅에서는 물 걱정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