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어머니와 둘러앉아 손방망이와 주전자 뚜껑으로 만두피를 만들고,숙주와 으깬 두부, 고기갈은것 등을 잔뜩 넣은 만두속으로 만두를 빚어먹던 추억이 아련하다!
어머니는 내가 부엌에 들어가는 것은 질색을 하셨지만, 만두빚는일, 땅콩을 잔뜩 사서 키로 까불리고, 중탕으로 녹인 엿에 생강, 계피가루 등을 집어넣고 버무려 만드는 엿강정, 깨강정, 밥알강정 만드는일, 절구에 잔뜩치댄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떡을 얼른 흰무명천에 싼후 한덩어리 떼어내어 나무칼로 눈사람마냥 굴려 빚어내는 조랑떡 만드는 일에 신이나서 덤벼드는 나를 더 이상 만류하시지는 않았다.
힘들여 집에서 빚은 손만두는 삶거나 쪄먹기도하고 , 기름에 노릇하게 지져먹기도 하지만, 제일로 맛있게 먹었던 것은 뜨거운 멸치국에 들어있는 만두를 몇점 꺼내 먹고 국물에 남아있는 만두를 으깬후, 갖은 양념장을 치고 밥을 함께 말아 먹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쨋든 그때 만들던 손만두를 비슷하게 먹을 수 있는 집이 있으니 대치동에 있는 이북식만두 전문점 ‘어랑만두’집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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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랑’이란 함경도 청진근처의 작은어항 이름 이라하는데, 이집의 본점(남양주 천마산 스키장부근)을 열은 분들이 그곳 출신 이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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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에 일단 쪄낸 손만두를, 맑은 양지고기 국물에 다시한번 끓여내는 이 집 '순만두국'도 처음부터 국물에 삶아낸 것보다 만두피맛이 쫄깃하고, 맑은 고깃국물과 이런저런 '만두속'(돼지고기 갈은 민쯔, 으깬 두부, 숙주, 젓갈을 쓰지않은 배추김치 등)의 어우러진 맛을 동시에, 또는 따로따로 즐길 수 있어 독특하고 맛깔스럽다.
이곳에서 내가 즐겨먹는 것은 ‘어랑뚝배기’인데, 맑은 양지고기국물에, 이북식으로 빚은 꽤 큰 만두를 증기에 찌고 이를 다시 으깨어, 팽이버섯, 파등을 함께넣고 끓여낸 뚝배기 맛이 옛날 집에서 먹던 ‘만두국밥’과 흡사해, 비가오거나 눈이나리는 날이면, 혼자서도 이따금씩 들러 즐기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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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집에서 기본반찬으로 내놓는 ‘함경도식 물김치’가 기막히게 시원~한데, 맵고 뜨거운 뚝배기 국물, 막 퍼낸듯한 흰밥과 함께 먹는 그맛이 절묘하여 계절과 관계없이 이집을 찾게 만드는 것 같다. 땀나게 무더운 여름철 장마중에는 약간 살얼음이있는 이북식물김치 먹는 맛으로, 귀가 시리도록 추운 눈내리는 겨울날에는 뜨거운 뚝배기속의 만두속과 구수하고 매운 양지고기 국물을 호호 불어가며 먹는 재미로 이집은 늘 나의 ‘촉촉한 날 찾아가는’ 단골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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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 이북식물김치의 비결도 역시 좋은 ‘알배기배추’와 ‘열무 잎파리’로 직접담그고 얼음물처럼 시원하게 담아내는 정성덕인듯 한데, 그 아삭거리는 배추잎과 시원한 김치국물 맛이 일품이다. 또한, 예전엔 식당홀에서 직접 부쳐주던 ‘녹두빈대떡’도 녹두향이 은은하고, 고소한 맛이 늘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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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촉촉한 날, 강남에 들를 일이 있는 친구들은 언제든 나에게 전화를 하시라. 식탁머리 밥친구 노릇을 해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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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번호 : 566-2959 |
* 메뉴 순만두국 5,000원 어랑뚝배기 5,500원 어랑만두전골 25,000원 녹두빈대떡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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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업시간 : 10시~ 22시 |
* 어랑만두 약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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