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네스 브약스히야(Agnes Bejaxhiu)는 '마더 테레사'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진 알바니아 출신의 수녀다.
처음에 그녀를 유명인사로 만든 사람은 맬콤 머거리지(Malcolm Muggeridge)라는 영국인이었다.
그는 1969년에 방영된 BBC의 '하나님이 보시기에 아름다운 것'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녀를 소개했다.
이 다큐멘터리의 카메라 감독은 색채와 조명에 대한 이해가 뛰어난 켄 맥밀런(Ken Macmillan)이라는 사람이었다.
이들이 그녀가 운영하고 있던 요양소(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시설)를 촬영하기 위해 방문하였을 때, 건물 내부는 벽 위에 높이 설치된 작은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뿐으로 어둑어둑한 상태여서, 카메라 감독 켄 맥밀런은 촬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들에겐 작은 조명등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촬영이 가능하도록 밝게 하는 것은 불가능했음에도 켄 맥밀런에게 촬영 지시가 떨어졌고, 그는 내부를 촬영한 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수용자들 중 일부가 햇빛을 받으며 앉아 있던 바깥뜰에서도 촬영을 하였다.
그런데 나중에 필름 편집 과정에서 보니 바깥에서 찍은 장면은 다소 침침하고 혼란스러웠지만, 내부에서 찍은 장면은 아름답고 부드럽게 찍혀 있는 걸 발견했다.
이를 맬콤 머거리지는 찬송가 속의 '상냥한 빛'으로 해석해, 켄 맥밀런이 진짜 기적을 필름에 담았다고 확신했다.
그 덕분에 마더 테레사는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런데 사실은 이랬다.
켄 맥밀런은 그때 코닥이 새로 개발한 필름을 BBC에서 막 받아온 참이었는데, 촬영 전에 이 필름을 시험해 볼 짬이 없었다.
결국 이날 요양소 건물 내부 촬영이 첫 시험촬영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한두 달쯤 뒤 촬영을 마치고 돌아와 스튜디오에서 살펴 본 촬영 필름은 놀라웠다. 모든 것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던 것이다. 켄 맥밀런은 코닥을 위해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앞줄에 앉아 있던 맬콤 머거리지는 이렇게 말했다.
"이건 신성한 빛이야 ! 마더 테레사 덕분이라고. 자네도 이게 신성한 빛이라는 걸 알게 될거야."
며칠 뒤 켄 맥밀런은 런던의 신문기자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당신은 맬콤 머거리지와 함께 인도에서 기적을 목격하셨다면서요?"
그러나 기적은 마더 테레사 수녀가 아니라 코닥의 신기술과 카메라 감독 켄 맥밀런이 만들어 냈던 것이다.
또 하나.
1997년에 사망한 마더 테레사의 1주기 때 벵골에 있는 라이군지 마을의 수녀 두 명이 죽은 테레사 수녀의 알루미늄 메달을, 자궁에 생긴 커다란 종양 때문에 고생하던 모니카 베스라(Monica Besra)라는 여인의 배에 묶어 두었더니 상태가 크게 좋아졌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메달은 테레사 수녀의 시신에 닿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지역 병원의 감독관 만주 무르셰드(Manju Murshed) 박사와 비스와스(T.K.Biswas) 박사, 산부인과 전문의 란잔 무스타피(Ranjan Mustafi) 박사는 모두 이 여인이 결핵과 난소종양으로 고생했지만, 이 두 가지 병이 모두 성공적으로 치료되었다고 밝혔다.
만주 무르셰드 박사는 마더 테레사가 세운 '자선 선교단' 사람들로부터 이 여인의 사례가 기적이었다고 말하라는 전화를 수없이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이 여인은 평소 말이 빨랐고, 그렇게 말을 빨리 하지 않으면 "잊어버릴 것 같다"면서, 한편으로는 잊어버린 것을 억지로 기억해 내는 것이 싫어 질문을 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 셀쿠 무르무(Selku Murmu)는 얼마 후 침묵을 깨고 아내가 평범한 의학적 치료로 건강을 되찾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널리 알려져 있는 병을 이미 잘 알려진 방법으로 치료한 병원의사의 의술이 기적으로 둔갑해 버린 것이다.
마더 테레사는 성인으로 추앙받게 되었고........
* 이 글은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저서 '신은 위대하지 않다'(한국어 번역본) 216쪽~219쪽에 소개된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작성한
것임을 밝혀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