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신의 업 앤 다운] ‘나이’는 참 풀기 힘든 문제다. 그것도 아주 작은 차이로 문제가 커진다. 나이에 관한 문제는 워낙 많고 다양해서 오히려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 하루에도 적어도 두세 가지 이상 나이 문제에 부딪히지 않는 사람은 없으리라고 본다. 일정한 나이가 되면 미성년에서 성년으로 넘어가고, 남자라면 국방의 임무를 수행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보험도 나이에 따라 납부금이 달라지고 영화도 나이에 따라 등급이 나눠진다. 범죄를 저질렀을 때도 나이에 따라 법 적용 범위도 달라지는 등 권한과 책임에 변화가 생긴다. 이런 중요도가 높은 사안이 아니더라도, 나이에 따라 서로 호칭을 어떻게 할지, 생일 케이크에 초는 몇 개를 꽂을지 등 사소한 문제가 사방 곳곳에서 발생한다.
운전도 나이와 관련해서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다. 우리나라는 만 18세 이상이면 1종과 2종, 2종 소형 면허를 딸 수 있다. 일단 따기만 하면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평생 운전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나이가 들어서까지 운전을 하기는 쉽지 않다. 운전은 건강이 뒷받침돼야 한다. 체력 소모도 크고 무엇보다 머리를 많이 써야 한다. 체력이 떨어지고 판단력이 흐려지면 운전을 하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만 65세를 경로우대 기준으로 삼는다. 만 65세가 넘으면 고령으로 친다는 뜻이다. 문제는 65세가 넘는 고령운전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60대뿐만 아니라 70대, 심지어 80대도 차를 끌고 도로로 나온다. 운전은 할 수 있지만 신체 상태는 젊은 사람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
고령운전자가 운전을 하지 못하게 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요즘은 평균연령이 높아지고 건강상태가 좋아져서 60대도 노인으로 보지 않는 추세다. 경로우대 기준 연령을 만 70세로 높이자는 논의까지 나올 정도다. 고령운전자의 운전을 막아서는 안 되겠지만, 신체 상태를 고려해 보완책은 필요하다. 실제로 고령운전자 사고는 많이 증가했다. 특히 75세 이상 연령 집단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얼마 전에 창원에서 일어난 트럭 사고 운전자도 76세 고령이었다.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고령운전자가 사고에 취약한 이유는 인지 반응시간이 증가해서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안전운전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신체 능력이 떨어진다고 도로로 나오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수는 250만명이 넘는다. 고령화 사회가 심화하면 비중은 더 늘어난다. 지금 중장년층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고령운전자가 된다. 좀 더 멀리 보고 고령운전자가 도로에서 함께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미 해결책에 대한 논의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적성검사 주기를 현행 5년에서 더 짧게 줄인다든지, 고령운전자들은 교통안전교육을 강화한다든지, 운전면허 자진반납제도를 인센티브를 줘서 활성화한다든지, 고령운전자 중에서도 나이가 많은 80세 이상은 주행시험을 다시 치르게 하든지, 아예 연령 제한을 둬서 초고령운전자는 면허를 회수하는 등등.
제도적 보완도 중요하지만 고령운전자 증가는 피할 수 없는 추세이기 때문에 교통환경이 바뀌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싶다. 우선 도로나 시설을 고령운전자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도로 디자인 자체를 고령운전자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게 해야 한다. 고령자사고가 잦은 지점의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해 나가는 식으로 고령운전자에 맞게 최적화한다. 교통표지판도 글자 크기를 키우고 최소한 정보로 간단하게 표시해 인식도를 높인다. 시야를 가리는 가로수를 정비하거나, 야간 시인성이 떨어지는 고령운전자 특성을 고려해 어두운 도로에 가로등을 설치하고, 대향차 전조등으로 인한 눈부심을 막는 현광방지시설등을 확대한다. 교차로나 횡단보도 사고를 막기 위해 신호등 앞에 전방 신호등을 하나 더 설치해 신호를 미리 인지하게 한다.
이런 교통환경 변화는 고령운전자 뿐만 아니라 모든 운전자가 혜택을 보게 된다. 기준을 고령운전자에 두면 그만큼 안전한 교통환경이 구축된다는 뜻이다. 무작정 고령운전자에게만 맞춘다면 효율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 고령운전자들도 신체 특성에 맞게 운전교육을 다시 받을 필요가 있다. 운전면허를 갓 딴 운전자가 도로연수를 받듯이, 고령운전자도 인지능력 저하에 따른 운전법을 따로 교육받아 도로 적응력을 높인다. 다행스럽게도 요즘 운전자 보조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고령운전자에게 특히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이다. 차선이탈방지나 사각지대경고, 긴급제동 등 인지력 저하를 보완하는데 효과가 크다. 고령운전자들이 이런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마련해 운전자 보조장치 보급을 늘려야 한다.
운전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서두르고 양보하지 않는 운전문화가 사라지지 않았다. 혼잡하더라도 규정을 잘 지키고 서로 배려하면 쾌적하게 운전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 도로 전체가 복잡하고 흐름이 필요 이상으로 빠르기 때문에, 운전이 서투르거나 규정 지키면서 운전하는 운전자들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운전문화 자체가 서두르지 않고 규정을 잘 지키고 배려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이면 알아서 맞춰주듯이 고령운전자들도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미 시행하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 정책적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궁극적으로는 굳이 스티커를 붙이지 않더라도 운전실력에 관계없이 모두가 편하고 여유롭게 운전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고령운전자와 함께 생각해볼 문제는 운전면허 취득 나이다. 우리나라는 만 18세가 넘어야 면허를 딸 수 있다.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 생일이 지나야 딸 수 있다는 얘기다. 해외는 만 16세부터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경우가 나라가 여러 곳 된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면허를 따고 운전할 수 있다는 뜻인데, 일정 나이가 지나고 운전 경험이 있는 동승자를 태우고 운전하는 식이다.
10대 운전자 교통사고율은 다른 연령대에 비교해 높은 편이다. 운전이 미숙하고 교통법규 준수의식이 미흡하다는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과격한 운전도 문제가 되곤 한다. 그런데 18세 이전에도 자동차를 운전해야 할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사고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일부의 예지만 자동차가 필요한 사업을 일찍부터 시작할 수도 있고, 학교가 정말 먼데 대중교통은 열악하고 부모님이 태워줄 여건이 되지 않는 경우도 차가 있어야 한다.
운전면허 취득 연령을 낮추는 문제는 교육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미리부터 운전 기술은 물론 예절 등을 철저하게 교육 하면 교통문화 개선에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는 면허 취득이 간소하고 운전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16세부터 면허 취득을 허용하되 요건을 강화한다. 일정 기간은 옆자리에 부모님 또는 여건을 갖춘 성인을 태우고 운전하고, 만 18세가 되기 전에는 임시 면허증을 발급하고 2년 동안 사고나 교통위반이 없는 때에만 정식 면허증을 준다. 10대 교통사고는 호기심이 기인한 게 크고, 고등학교 졸업과 운전 가능 시기가 맞물려 들뜬 분위기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미리부터 운전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면 더욱 성숙한 교통 의식을 미리부터 갖게 된다.
사회는 고령화되고 청소년층은 조숙해지는 추세는 계속해서 심화된다. 운전에 관해서 나이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위든 아래든 어떻게든 문제를 풀기 위한 시도가 이뤄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