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Daum 검색 자연박물관 포토)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엄마에게 재배한 것을 가져다 드리곤 한다. 자식이 지은 농사니 드셔보라고 권하지만 엄마는 농사져서 혼자 먹는 것도 아닌데, 한 푼이라도 더 팔아야 한다며 후한 가격을 쳐 주시곤 한다. 나는 채소농사를 지어서 사실 부모님에게 싸가지고 갈만한 것이 별로 없다. 기껏해야 하지에 감자, 겨울철에 고구마가 있을 정도다. 이것은 찬거리, 간식, 더 나아가 주식으로도 먹을 수 있다. 곡물농사가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콩농사를 지으면 된장과 간장이 생기고, 깨농사를 지으면 들기름과 참기름이 생기고, 고추농사를 지으면 고춧가루가와 고추장이 생긴다. 곡식은 대부분 집에서 가공할 수 있고, 저장이 가능하다. 뭔가 풍요롭고 여유로움마저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건대 곡물농사를 시작함으로써 축적이 생겼고, 인간관계마저 수직이 되었다.
채소농사만 지으니 뭔가 부족하고 가난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예부터 밭농사는 가난한 소농이 했고, 벼농사는 지주의 땅을 빌어 소작인이 지었다. 과수농사는 '과수원집 아들 딸'이라는 말도 있듯이 부잣집의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채소농사는 대개 팔고사기보다 자급자족형이었다. 도시의 채소농사는 물류거리가 가까워 환금성이 좋지만, 내 경우엔 엄마한테 생색내기에도 부족하다. 오히려 도시에 사는 엄마가 농사짓는 딸에게 바리바리 싸준다.
하루는 엄마가 '여자에게 좋은 거'라며 '우슬'을 싸주었다. 당귀랑 대추를 넣고 푹 달여 먹으라면서. 또 한보따리다. 엄마의 바리바리 정신에 못이기는 척하며 '우슬'을 가져왔다. 그러곤 잊고 있다가 이삼년 지난 뒤 농장으로 가져갔다. 농장에서 한방 영양제를 만들어 보려고. 엄마가 딸에게 정성스레 싸준 것을 딸은 자신이 기르는 식물에게 한방 영양제로 먹인 것이다. 뼈에 좋다는 우슬을 당귀에다 3~4가지 약재를 더 넣어서.
길가에 눈에 띄는 잡초가 있어 한참 바라보았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사진과 비교해 보았다. 쇠의 무릎을 닮았다고 해서 '쇠무릎'이라고 한단다. 한자로는 '우슬'이다. 우슬이라는 말에 나는 곧 엄마를 떠올렸다. 엄마가 좋다고 나에게 주었던 바로 그 약재다. 엄마가 귀하게 다루었던 것이 길가에 흔한 잡초뿌리였다니! 관절염, 통풍, 신경통의 약재로 사용하는 쇠무릎. 우슬은 나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관절염, 통풍, 신경통 모두 무릎에 관한 것이다. 쇠무릎의 마디는 정말 소 무릎을 닮았다. 하지만 모양이 같다고 해서 효과까지 같지는 않을 터.
사람들은 각종 식물들의 효능을 어떻게 알아냈을까? 뿌리의 형태가 통풍 걸린 발가락을 닮았다는 이유 때문에 통풍 치료제로 사용되어온 콜키쿰은 실제로 효과적인 치료제임이 증명되었다. 또 작은 애기똥풀의 뿌리는 치핵과 놀라울 정돌 흡사한 돌기를 가지고 있다. 담즙분비를 도와주는 대황은 담즙과 비슷한 노란 즙을 함유하고 있다. 또 습기 많고 추운 지방에 서식하는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되는 아스피린은 습기로 인한 병에 효과가 있다. 이처럼 모양과 서식처가 유사하면 실제로 그것으로 인한 질병에도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동종요법'이라고 한다.
뼈가 허약하고 몸이 허약할 때, 민속에서는 소다리와 무릎을 고아서 먹었다. 경작을 하는 소의 다리와 무릎이 매우 튼튼하니까 이것을 먹으면 사람에게 도움이 되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철분이 모자라면 철분이 가장 많은 소간을 먹는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동종요법도 경계해야 한다. 소의 간이나 뼈를 먹었던 시절은 '경작을 하는 소'이자 '여물을 먹는 소'였다.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모르는 사료를 먹고, 게다가 고기를 먹기 위해 사육되는 형편이라 늘 항생제와 성장 호르몬을 달고 산다. 그러니 소의 생간을 먹는다는 것은 오히려 병원균 덩어리를 날 것으로 먹는 것과 다름없다. 다리와 무릎을 고아서 먹어봐야 허약하기 그지 없는 뼈를 먹는 것이며, 뼈마디 마디에 녹아 있는 항생제까지 우려서 먹는 셈이니까.
쇠무릎이라는 잡초가 소의 무릎을 닮게 된 이유는 마디에 쇠무릎 혹파리가 구멍을 내어 부풀어 오르게 했기 때문이다. 쇠무릎은 8~9월경에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긴 이삭모양의 작은 녹색 꽃이 달린다. 열매에는 갈퀴 모양의 뾰족한 털이 있어서 옷이나 짐승의 털에 잘 달라붙는다. 역시 씨앗을 멀리 퍼뜨리기 위한 전략이다. 우슬을 약재로 이용할 때는 가을에 뿌리를 캐서 물에 씻어 햇볕에 말린다. 맛은 쓰고 시며 성질은 평하다. 겨울에 혈류순환이 안되거나 관절염이 생겼을 때, 허리가 아프고 다리에 힘이 없고 시린 증상에 없어서는 안 될 약초로 알려져 있다. 이 때 말린 뿌리를 물로 달이거나 술에 담가서 먹는다. 임산부에게는 쓰지 않는다.
이렇게 먹자!
어린 순은 봄에 나물로 먹는다. 손바닥만큼 자랐을 때 채취하여 나물로 무쳐 먹거나 밥 위에 얹어 쪄서 먹는다. 점액질과 칼륨염이 많이 들어 있다. 줄기나 뿌리는 차로 마시거나 술로 담가 먹기도 한다. 뿌리를 생 것으로 먹거나 그대로 말려서 먹으면 어혈과 종기를 없애는 데 효과적이어서 생리불순이나 산후복통 등에 쓴다. 쪄서 말린 것은 간과 신장을 보하고 근육, 골격을 튼튼하게 하므로 관절염이나 신경통 등에 주로 이용한다. 골수를 보충하고 음기를 잘 통하게 하며 머리털이 세지 않게 하고, 허리와 틍뼈가 아픈 것을 낫게 한다. 12경맥을 도와주며 피를 잘 돌게 함과 동시에 피를 생기게 하는 약으로 약 기운을 허리와 넓적다리로 내려가게 한다. 음력 2월, 8월, 10월에 뿌리를 캐어 그늘에 말려 사용하면 좋다.
(변현단 글 / 안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