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님곰탕>
간단하고 깔끔한 메뉴이다. 나주곰탕을 하는 집이다. 나주곰탕은 나주를 가도 밑반찬이 대체로 이렇게 심플하다. 국물맛이 깊고 깔끔한 데 높은 점수를 준다.
1.식당얼개
상호 :원님곰탕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필동1가 32-8
전화 :02.- 2274-4447
주요음식 : 곰탕
2.방문일 : 2020.7.16.점심
먹은 음식 :원님곰탕 10,000원, 수육곰탕 13,000원
3.맛보기
이보다 더 간단한 상차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간소하다. 김치와 깍두기, 차림이다. 밥도 말아 나오니 상차림이 더 간단하다. 왠지 나주에서 먹을 때보다 더 간단한 느낌이 든다. 세련된 식당 분위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주 현지 곰탕이 더 푸짐하다고 느끼는 것은 왁자지껄하고 줄을 서고, 텀턱스럽게 큰 그릇 가득 나오는 김치 보시기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기본 찬의 종류나 곰탕의 맛은 나주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치 깎두기는 평년작이지만 곰탕 국물맛은 본토맛을 어지간히 낸다. 깊고 깔끔하고 상큼하다. 잡내 없고 질리지 않는다. 느끼한 맛이 없어 국물은 얼마라도 더 먹을 거 같다.
2인이 가도 1인씩 개별적인 상차림을 해낸다. 이전 조선조에는 모두 이렇게 독상을 받았었지. 해서 어지간한 집에서는 개다리소반을 몇 십개씩 쌓아두고 살았다. 접빈객을 해내고 큰일 치뤄내려면 이만은 해야 했던 것이다. 강릉의 만석꾼 전통고가 선교장은 손을 위한 소반이 300개가 넘었다 한다.
독상에 깔끔한 곰탕 맛의 풍미가 양반의 품격을 느끼게 한다. 아니 양반도 평민도 품격 있게 먹었던 그 모습을 오늘날 재현하는 것 같다.
밥이 말아나오지만 퍼지지 않았다. 밥알이 제 모습을 하고 식감에서 만족감을 주는 것은 밥을 만 지 오래지 않았고, 정성든 밥을 지어낸 것이다.
슈육곰탕은 밥이 따로 나오고, 고기양이 좀 많아 보인다. 국물맛은 같다.
4.먹은 후
식당 앞에 길게 원님곰탕의 유래를 적어 놓았다. 물산이 풍부했던 나주에서 곰탕을 만들어 먹었는데, 그중 나주목사에게 올리던 곰탕은 최상의 음식이었고, 그것을 원님곰탕이라 불렀다는 거다. 곰탕의 유래와 조리법, 거기에 상호의 유래까지 적어 놓은 셈이다.
나주곰탕은 소뼈를 많이 넣는 일반 곰탕과 달리 소뼈를 적게 넣고 양지나 사태 등 고기를 삶아서 육수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느끼하지 않고 깔끔한 맛을 낸다.
나주를 본향으로 하는 나주곰탕은 나주에 가면 곰탕거리의 금성회관이나 하얀집, 남평할매집 등 유명한 집에서 먹어볼 수 있다. 서울은 지방의 온갖 물산이 모이는 곳이어서 발품 팔지 않고도 앉아서 팔도진미를 대부분 먹어볼 수 있다. 여러지방 곰탕도 그중 하나다.
그런데 위에서 보다시피 나주나 이곳 곰탕이나 상차림이 간단하고, 국물맛이 깔끔한데, 이것은 서울과 특별히 연이 많은 나주의 특성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고려 왕건 태조의 둘째부인 나주 오씨, 장화황후가 바로 나주 사람이다. 장화황후의 아들이 고려 2대 혜종이다. 나주는 견훤과 왕건이 대립할 때 왕건을 지지하였고, 덕분에 광주는 반고려세력의 근거지로 지목되어 나주의 속군현이 되기도 했다.
고려 현종조에 전주와 나주를 합쳐 전라도가 만들어졌을 때, 광주는 들어가지 못했다. 광주가 나주를 누르고 대도시가 되는 것은 개화기 이후 근대의 일이다. 제주도까지 관장하던 전라도 관찰사는 전주에 있었다.
이처럼 중앙과 연계가 깊었던 나주는 중앙 문화와도 관계가 깊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혹시 음식도 그런 관계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간단한 찬이야 일반 곰탕, 혹은 국밥이 대체로 그러하지만, 맑고 깔끔한 맛은 중앙의 기호와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담양에 가면 창평국밥거리가 있다. 모듬국밥은 천상의 맛인가 싶을 만큼 대단한 맛을 낸다. 그러나 품새가 나주곰탕과 너무 다르다. 창평국밥은 장터의 맛이다. 나주국밥은 장터 국밥의 푸지고 토속적인 풍미와는 다르다.
국밥 한 그릇에 사설도 생각도 길었다. 그래도 국밥에 집중하면 입맛이 떨어지지 않을 만큼 훌륭한 맛일 거다. 남산한옥마을 바로 앞이어서 식사 전후로 한바퀴 돌아보면 하루 나들이로도 실속있다. 코로나 아니면 공연도 자주 이루어진다. 서울 도성 안에 이만한 곳이 있다는 것이 갈때마다 놀라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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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서울 가서 점심 먹을 일이 있을 때, 들를 생각입니다. 나주와 담양에도 들러 곰탕과 국밥도 먹어볼 계획입니다. 35년째 살고있는 인천엔 자랑할 만한 음식과 음식점이 드뭅니다. 사실은 훌륭한 음식과 음식점이 곳곳에 있는데, 제가 집밥을 좋아해 웬만해선 외식을 하지 않는 습관 탓일 수도 있고, 그나마 가본 식당도 그저그런 곳만 고른 까닭인지 모릅니다. 井底之蛙에서 벗어나 九萬里長天을 나는 大鵬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음식에 관심을 가지면 여행과 이동이 훨씬 재미있어집니다. 처음에는 그냥 맛있는 집을 찾다 나중에는 지역 특산물, 그리고 문화적 함의가 있는 음식을 찾게 됩니다. 음식을 통해보는 세상은 더 다양하고 대상에 가까이 가져다 줍니다. 음식은 세상을 보는 좋은 창인 거 같습니다. 음식으로 세상보기에 동참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