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영국 구경(1)
딱 32년여 전, 1979년 3월에 나에게 생애 최초 해외 여행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영국 런던에서 3 개월 체류하면서 본점에서 일종의 연수를 받는 기회였습니다.
외국에 나가 보기로는 이미 1965년에 베트남에 가 13개월을 머문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전쟁에 나간 것이니 여행이라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여행이 자유화되기 10년 전 아무나 해외 여행할 수 없었던 시절에 해외에서 초청장 받고
당국의 특별한 허가를 받아야 여권 만들 수 있었고 반공교육을 받아야 했던 시절의 여행이었습니다.
그래서 온 식구들이 비행기 구경도 할 겸 다 환송객으로 김포 공항에 나왔습니다.
(온 식구들이 김포공항에 환송 나왔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외할머니, 여동생 둘, 집사람. 앞에는 조카들 셋)
(무사히 잘 다녀 오라고 모두 기도해 주었습니다.)
떠나기 전 다니던 교회 지인들도 잘 다녀 오라고 간단한 환송예배도 해 주었습니다.
유럽에 유학했던 손봉호 교수는 런던에 있는 가 볼 만한 교회도 소개해 주었습니다.
홍콩이 아직 영국 식민지였던 때였고 영국은행이니까 먼저 홍콩 지점에 들립니다.
생전 처음 나온 해외 여행이라 하나부터 열까지 신기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때 마침 홍콩에서 근무하고 있던 씨티은행의 박광수군과 두산의 박종열군에게
연락하여 쇼핑 안내를 받았습니다.
홍콩은 면세라서 국내라면 당시 비싼 일제 물건들이 모두 싸게 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때는홍콩에서 쇼핑하는 요령을 알아야 했습니다. 모두 무엇을 사야 하는지.
카메라, 카세트 라디오, 멋진 가죽 가방, 그리고 "영국제 바바리 코트"를 거금을
주고 우선 샀습니다.
(어디를 가 봐야 하는지도 몰라 가까운 홍콩 다운타운에서 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홍콩샹하이 은행 본점인 듯.)
(홍콩 페리를 타고 건너면서도 신기해서 연신 사진을 찍었습니다.)
홍콩을 떠나 영국으로 갈 때 공항에서 여행 경험도 없고 또 요령 부족으로 결국
이 소니의 명품 카세트 라디오 때문에 중량 초과 요금을 톡톡히 물었습니다.
그 때는 홍콩에서 런던으로 가는 코스는 소위 남방 루트로 방콕과 뉴델리에 기착하고
이스탄블 위를 지나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들어갔기 때문에 장장 18 시간이나 걸렸습니다.
드디어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여 생전 처음 외국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합니다.
이미 미국, 프랑스, 영국 사람들과 서울에서 일을 같이 한지는 10 년이 넘었지만
현지로 와 보기는 처음이니까 긴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권을 받아 살펴 보던 입국 심사관이 한 첫 질문.
“Can you speak English?”
“Yes, I think I can.”
공항을 나오니 어떤 운전 기사가 내 이름을 쓴 종이를 들고 마중을 나왔길래
우리가 서울에서 한 것처럼 본점 직원이 마중을 나왔는가 했더니 예약 받은
렌터 카라고 했습니다. 영국 런던에서 그것도 휴일에 한국 서울에서
연수 오는 사람을 마중 나올 직원이 누가 있겠습니까? 뭘 몰라도 한참 몰랐습니다.
토요일 오전에 도착했는데 런던에 도착하니 비가 추적추적 내립니다.
예약된 호텔은 “화이트 호텔”이라는 자그마한 호텔입니다.
(비 내리는 런던 거리. 호텔 방에서 내려다 본 길거리 광경입니다. 길 건너편이 "켄싱턴 가든"입니다.)
(석 달을 지낼 호텔 방입니다. 홍콩에서 산 가방과 카세트 라디오, 카메라, 아이들 사진, 구급약 등을 늘어놓습니다.)
짐을 정리해 놓고나니 18 시간의 비행에 얼마나 피곤했는지 그대로 골아 떨어졌습니다.
일어나니 이미 밤 10시가 넘어 호텔 식당이 이미 닫혀버리고 말았습니다.
배가 고파 호텔 밖으로 나가 봤더니 열려 있는 상점이라고는 인도
사람인지 파키스탄 사람이 하는 작은 구멍가게 밖에 안보여 초콜렛
하나 사서 런던에서의 첫날 저녁 식사를 때웠습니다.
이렇게 런던의 첫날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