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허루 지신아~~지신 밟자 성주야!"
지기(地氣)가 올라오는 정월대보름이나, 새 집을 지어 입택할 때
지신의 준동을 막고 잡귀를 물리치고 마을과 가정의 안녕을 빌면서 지신밟기를 했다.
이 때 꽹과리를 치는 상쇠가 우렁차게 내뱉는 첫 소리다.
꽹과리·북·장구·징 등을 갖춘 풍물패가 앞서고
양반, 포수, 머슴, 각시 등이 뒤따르며
길놀이를 하면서 한바탕 어울어져 집집마다 마당을 돌아가며 논다.
양반은 도포를 입고 갓을 쓰고 점잖게 장죽담뱃대를 물고 팔자 걸음으로 걷다가
가끔씩 각시의 치마자락을 걷어 올리는 응큼스런 짓을 하여 웃음을 자아내고
포수는 나무 총을 들고 꿩이나 토끼 가죽을 허리춤에 차고 있다가
뀡이나 토끼를 들고서 각시를 유혹하기도 하고,
머슴은 각시를 껴안으려고 하다가 살짝 빠져 나가는 각시를 아쉬워하며
익살스런 표정을 지어 사람들을 웃긴다.
집집마다 돌아 다니면서 한바탕 놀고 나면 주인은 쌀이나 돈을 내놓았고
걷힌 물품은 마을 공동기금으로 쓰였다.
친구가 약국 이전 개업하는 날에 색소폰 들고 와서 한바탕 놀아달라고 했을 때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지신밟기가 떠올랐다.
그려...
새로 이사가는 곳의 터가 세면 지신을 밞고 눌러 주어야
지신을 진압하고 잡귀를 물리치고 편안하게 정착할 수 있지.
지신밟기 하는 것처럼 신나게 멋지게 색소폰을 불었더니
지신(地神)이 눌러졌는지 획인할 길은 없지만, 그 동네 아지매들은 확실히 눌러버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