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일(금)
2일과 7일은 음성 장날이다. 장날이면 상설시장이 따로 없는 음성에선 이 넓은 도로 위에
장이 선다. 차는 물론 다닐 수 없다. 말 그대로 있을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는 장이 선다.
나도 이 장터에서 필요한 물건을 산다. 작년 초겨울엔, 누비솜바지를 만원에 사서 겨우내, 잘 입었고, 앞으로도 몇 년은 더 입을 수 있다. 바닷물로 간수를 해서 부드럽고 고소한 두부를 맛볼 수도 있고, 동네 사람들을 만나 포장마차에서 국밥으로 요기를 하기도 하고, 동네 어르신께
막걸리 잔을 올린 적도 있다. 농번기에도 동네 어르신들은 열 일 제쳐놓고 장에 가신다. 아버지께서도 장날이면 장에 다녀 오신다. 마땅히 살 것이 없을 때도, 동네 사람들, 참전유공자회원들, 동갑내기 친구 분들 만나는 재미에 장엘 가신다. 내 차로 모시고 가겠노라 해도 동네 사람들과 만나는 재미로 버스를 타고 나가실 때도 있다. 시골 장은 만남의 장이다. 시골 장은 인심의 장이다. 시골 장은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자 삶의 일부이다.
5월 10일(금)
오늘은 한국농수산대학에서 기초농업기계실습이 있는 날이다. 가뭄 끝에 반가운 봄비가 어제 점심부터 내렸다. 그러나, 운전해서 화성시 봉담읍까지 가는 길은 시야가 좋지 않았다. 더구나, 운전석 쪽 와이퍼가 말썽을 일으켜 가는 도중 고속도로 길가에 세우고 와이퍼를 갈아 끼웠다.
1시간 남짓 걸려 도착한 한국농수산대학은 생각보다 규모도 크고 시설도 잘 되어 있었다. 학생들의 체육대회 기간이라 운동하고 응원하고 한쪽 먹거리 장터에선 닭바베큐에 음료수, 간식 등을 준비하고...... 비 오는데도 축구가 한창이었다. 젊음이 좋다!
10시부터 시작한 실기 교육은 안전 교육이다. 안전! 과유불급(過猶不及)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 안전이리라. 2교시는 각종 농기계 전시장을 둘러 봤다. 점심은 학교 식당에서 학생들과 어울려 갈비탕, 브로컬리, 열무김치, 감자조림을 먹었다. 후식 바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산이었다. 앞으로 우리나라 농어촌을 짊어지고 나갈 젊은이들과 어울려 밥을 먹으니, 든든하고 우리 미래에 기대를 걸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학생들은 전액 국비로 공부한다고 한다. 내가 낸 세금이 옳게 쓰여지고 있는 현장을 본 것이다.
물론, 이들이 농어촌으로 돌아가 삶의 현장에 서게 될 때 어렵고 힘든 일도 많으리라. 그러나, 잘 이겨내리라고 믿는다. 다만, 한 가지 바라는 것은 지금처럼 중간 상인들의 농간으로 고생한 농민도 사먹는 소비자도 황당한 일을 겪지 말아야 한다. 미래에 현대과학과 합리성있는
체계가 잘 어우러진 농업, 알맞은 때 소비자에게 보내는 직거래에 대한 생각은 다른 날 쓰겠다.
점심 후 35명의 참가자들을 보니 나처럼 가까운 서울에서 온 사람도 있지만, 전남 무안, 부산에서 온 사람도 있었다.
오후는 경운기, 관리기, 예초기, 방제기, 트랙터 구조와 기능, 점검, 운전 요령이었다. 알고 있던 것을 상기시켜 주는 내용도 새로 알게 되는 것도 있었다. 또, 기존 기계를 응용한 새로운 발명품도 많았다. 사진은 날벌레가 많은 우리 집에 만들어 사용할 해충 박멸기이다.
끝 시간, 트랙터를 운전해 보고 관리기를 시동걸고 끌어보고 고장시 응급 조치 요령을 체득하고 나니 이제는 트랙터로 밭을 갈 자신감도 생겼다.
내년 봄농사 밭갈기는 더 이상 남에게 부탁하지 않아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