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작가의 ‘자전거 여행’이라는 책이 있다.
우리도 따라 하고 싶었다.
우리만의 자전거 여행을...
우리의 언어를 가지고 동네 한 바퀴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
몇 주 전부터 선생님들은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쳐 위와 같이 프로그램을 계획한다.
큰 주제는 “내 고장 자전거로 한 바퀴”와 “전주 문화체험”이다.
여러 선생님이 작은 꼭지를 한 부분씩 맡아 준비한다.
어느 선생님은 학생들이 안전하게 자전거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미리 자전거를 빼내어 바퀴에 공기를 채워 넣고 점검하며 여행을 준비한다.
그 마음이 참 고맙다.
드디어 출발~
라이딩 시작이다.
힘차게 구르는 페달과 함께 지사 동네 한 바퀴 자전거 여행 시작이다.
장장 11.7km에 이르는 50분간의 자전거 여행의 코스는 다음과 같다.
학교 → 방계리(초등학교 뒤편) 주암서원 → 금평마을 도깨비 탑 → 안하마을 녹색 농촌 마을 → 관기리 관곡서원 → 원산리 덕암서원 (구 원산 초교) → 연천리 영천서원, 김개인 생가 → 계촌리 이능간 유적지 → 학교
자전거를 구르며 우리 동네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우리 동네에는 서원들이 참 많다.
작은 면에 불과한데도 무려 4개의 서원이 있다.
(주암서원, 관곡서원, 덕암서원, 영천서원)
과거에 지사는 교육의 도시였나 보다.
조상들의 교육열이 후끈 느껴진다.
그 열기를 본받아 열심히 교육하리라...
어딜 가나 요즘 마을 벽은 참 예쁘다.
참 예쁘게도 칠해놨다.
이 벽을 예쁘게 칠해준 어느 손길 덕분에 우리는 가다가 자전거를 멈춰 세우고 사진을 찍는다.
가운데 선생님이 제일 신나셨다.
학교로 돌아와 고생한 학생들을 격려하고자 선생님들이 준비했다.
바로 천연샴푸 만들기.
이번에 학생들은 화학자가 된다.
정해진 레시피에 따라 각가지 재료들을 계량하여 잘 섞는다.
놀라운 것은 샴푸 만드는 재료 중 커피 원액을 희석한 물이 들어간다는 것.
탈모 방지용 샴푸라고 하니 학생들은 좋겠다.
오히려 선생님들이 이 샴푸 써야 할 것 같은데...
혹시 나한테 기증 안 할래?
신나는 저녁 식사 시간.
학교 행사에서 식사 메뉴는 무조건 겹살이.
오늘도 역시.
삼삼오오 모여 불판에 삼겹살과 목살을 굽는다.
채소는 Made In 학교 텃밭이다.
선생님은 고기를 구워 학생 입에.
학생은 고기를 구워 선생님 입에.
서로의 입에 들어가는 고기가 내 입에 들어가는 고기보다 더 맛있는 건 왜일까?
저녁엔 도서관에 모여 영화를 관람한다.
우리가 그동안 한 달에 걸쳐 읽었던 아침 독서 책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영화화한 동명의 영화.
책을 읽어서인지 지루할 만도 한데 학생들은 영화에 쏙 빠져든다.
그렇게 첫날을 마무리하고.
준비된 텐트를 각자의 교실에 치고 꿈나라로 고고씽.
둘째 날은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전주를 향한다.
전주 영화의 거리에 있는 극장에서 요즘 핫한 영화 ‘브로커’를 관람한다.
이때 전주에 사는 선생님들도 함께하신다.
바쁜 주말 시간을 내어 주시어 감사한 마음이다.
세탁소를 운영하지만 늘 빚에 시달리는 `상현`(송강호)과 베이비 박스 시설에서 일하는 보육원 출신의 `동수`(강동원).
거센 비가 내리는 어느 날 밤, 그들은 베이비 박스에 놓인 한 아기를 몰래 데려간다.
하지만 이튿날, 생각지 못하게 엄마 `소영`(이지은)이 아기 `우성`을 찾으러 돌아온다.
아기가 사라진 것을 안 소영이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솔직하게 털어놓는 두 사람.
우성이를 잘 키울 적임자를 찾아 주기 위해서 그랬다는 변명이 기가 막히지만 소영은 우성이의 새 부모를 찾는 여정에 상현, 동수와 함께하기로 한다.
한편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형사 `수진`(배두나)과 후배 `이형사`(이주영).
이들을 현행범으로 잡고 반년째 이어온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조용히 뒤를 쫓는다.
베이비 박스,
그곳에서 의도치 않게 만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이 시작된다. (출처: 다음 영화)
그 여정에 우리도 함께한다.
따뜻한 마음을 가득 안고 극장을 나와 근처 식당에서(금암면옥) 맛있는 칼국수를 먹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학생들을 전주에 데리고 가면 우린 언제나 그 마지막을 도서관으로 정한다.
이번에는 덕진공원 연화정 도서관이다.
오후의 나른함과 함께 도서관에 가면 언제나 기분이 좋다.
사제지간 나란히 앉아 학교가 아닌 어느 도시의 색다른 공간에서 함께 책을 읽으니 참 좋다.
학생들도 좋은가보다.
책 읽는 선생님을 자꾸 쳐다본다.
선생님은 그런 학생을 보고 빙그레 웃는다.
(여기서 이 선생님은 서철* 선생님이시다.)
이렇게 우리의 1박 2일 캠프는 마무리된다.
우리들의 시간은 또 한 페이지의 추억을 만든다.
#임실지사중학교, #시골중학교, #꼰대김선생이야기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