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
눈두덩이 부석하게 그리운 날
맛이 든 깍두기를 깨물며 TV를 켠다
헉헉대는 것에 몰입하는 사이
미칠이는 벌러덩 누워
저 혼자 꼬리를 타닥대고 있다
달도 없는 희미한 밤이 오고
열린 문 틈으로 빨려드는 소음
사촌뿐인 고향으로 벌초 다녀온다며
함안국도 밀리는 사이
경기도 광주 공원묘지에 계신
아버지 옆에 자꾸 새 묘가 들어 허둥댄다
없던 불면이 일어선다
묻지 않아 연을 띄우거나 마침표를 찍지 않아도 되고
말줄임표는 아예 필요없는 우리는
운율도 소문도 무시하고 잘 살았다
사십년을 무심해 준 그를 위해
고등어를 굽는 아침
-문학도시 2018년 5월호-
카페 게시글
시, 시조, 동시
결혼기념일-김영옥
김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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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30 20:1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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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말줄밈표 없이 운율도 소문도 무시하고 자연스럽게 산 사십년이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시점을 분명히 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보이면 더 소중해지겠다 싶단 생각도 들고요.
새겨듣겠습니다. 문학도시 5월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