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댄스외도
(2007. 3. 20. 화)
자이브 배운다는 핑계로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돌아다녔다.
무도장에도 가보고 동아리를 만들어 회원들이 모여서 연습한다는 곳도 가 보았다.
자이브나 룸바는 그런 곳에서도 연습하기는 좋았다.
문제는 왈츠.
자이브나 룸바를 잡았으니 그 품앗이로 나더러 왈츠를 잡아 달라고 했다.
처음에야 잘 못 한다고 내숭을 떨었지만 정말로 못 해서 못하는 것과 할 줄 알면서도 못 한다고 하는 걸 사람들은 모르지 않았다.
결국에는 흉내라도 내주어야 했다.
나를 잡아주는 여성들은 자이브나 룸바도 이제 갓 배워서 내 실력과 고만고만하기 마련이었다.
왈츠는 더 심했다.
단체반에서 겨우 한 바퀴 돌고 있다는 분, 입문한지 몇 개월째라는 분, 어깨너머로 눈요기로 겨우 구경만 해본 분.
이런 여성과 왈츠를 시늉해야하는 그 기분은 겪어보지 않고는 짐작하지 못할 게다.
드럼통 안고 벌 서는 듯한 참담한, 이 정도가 되면 댄스가 즐거운 게 아니라
노가다판에서 중노동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래도 초보 숙녀님들은 나더러 잘 한다고 칭찬해준다.
내가 미쵸~~!
발도 못 떼는 왕초보 분들한테 찬사를 듣고 칭찬을 들으려고 이날까지 이 고생을 했나 싶었다.
자이브를 때려치워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왜 그런 바람이 들어서 이 고생을 하는지...
몸이 망가지는 소리가 봄 날씨에 얼었던 땅이 해동되는 듯 들렸다.
마음이 불안해졌다.
한 번 찌그러진 몸을 다시 원상회복 하려면 최소한 일주일을 죽기 살기로 또 자세교정 훈련과 연습을 해야 하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이브에 미쳐 있다가 문득 모던 레슨을 받으러 가야겠다는 욕구가 생겼다.
젊은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는 스튜디오에 들렀다.
나의 사부이신 프로 선수에게 레슨을 받았다.
탱고를 다듬으면서 잃었던 감각을 살려내느라 레슨이 끝나고 몇 시간 동안 반복 연습에 매달려야 했다.
그래도 자이브를 할 때보다 더 큰 만족감과 행복함을 맛볼 수 있었다.
댓글
바람돌 07.03.21 00:06 첫댓글
이렇게 무서운 왈츠를... 맛 보겠다고 맘 먹었으니. 일 났네.
바다새 07.03.21 00:06
ㅎㅎㅎㅎㅎ...
댄스 만들기 07.03.21 00:47
실전이란 어렵고 험난한 길이라 생각합니다. 상대가 호락호락 넘어 가는 것이 아니니까요. 댄스 외도에서 진정한 상대를 만난다면 그는 애인이거나 연인이겠지요ㅎㅎ
군주 07.03.21 00:27
에고 보시를 잘 하셔야 극락 가신데요
마에스트로 07.03.21 07:10
파트너쉽이 가장 필요한 춤이 왈츠가 아닌가 합니다. 잘되면 재미있는디 안 되면 씨름하는 것보다 더 힘들어유...
쿠우 07.03.21 07:21
ㅎㅎ~~보시하신 여님이 저 같은 수준인가 봅니다... 전 무서워서 바깥엔 못 가보고 학원서만 맴도는데 좋은 일 하셨네요... 여님들께 희망을 줬으니...^^*
대기만성햐 07.03.21 08:48
힘든 여정이시군요..........좋은 결과 있으시길.............
앙마 07.03.21 08:53
민생을 굽어 살펴주심 분명 나중에 복 받으실거야요~ ㅎ~
폭포수처럼 07.03.21 09:03
ㅋㅋ~~도라무통이 되야서 뭇남정네덜티 민폐안끼칠라꼬 지가 고마 마~~무도장도 안녕~하고 학원만 쫒아 댕기는데 ~~이두 저두 정답은 음땅 ~~!!!! 입니다 (노루님 맹쿠로 혼자 열공 쏠로 딴스에 미치~^&^ (죄쏭) 는 게 정답인지 아니면 신나게 즐겁게 마구마구 이런저런 사람들과 어울려서 노는 춤이 정답인지~~ 그래도 제 생각엔 노루님이 요기조기 외도? 하시는 모습이 더 보기 좋습니다 ~~
눈동자2 07.03.21 09:14
청노루님의 글을 보니 나에게 왈츠 연습 시켜주신 그 분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네요. 왈츠 고수분과 1시간의 연습은 초보에게는 무지하게 업그레이드 되더라구요. 식사라도 대접해야 하는데 극구 사양 하셔서 미안함만 가졌답니다. 그분 나 땜시 몸 망가졌음 어쩌지? ~~~~~
겨울나그네 07.03.21 10:05
내도 좀 왈츠 연습시켜 줄 여님이 가끔 있었으문 좋겠구만요....ㅎㅎ
폭포수처럼 07.03.21 10:35
결님이 설로 출장 딴스하러 오실수만 있다면 가끔이 아닌 매일이라도 연습 시켜~?? 아니 죄송 제가 연습할 수 있는데~~~^^
경포대 07.03.21 09:36
진짜 무도인이네요... 존경스럽습니다..
무지개빛1 07.03.21 12:28
잘 하시는 여자분이 은근히 파트너하자고 해도 싫다~ 그렇다고 초보 잡기도 몸 망가지니 싫다~혼자 연습하기는 쫌 외롭다~~ 어쩌고 싶으시다는 말씀이신지? 몸 망가지기 싫으시면 모던 잘 하시니 파트너 만드시면 일취월장 하실 거 같고... 고민 할 거도 없는 거 같은데요.....
돌이 07.03.21 14:35
자이브도 상위급 샘에게 개임교습을 해 보심이..........
슬픈날의왈츠 07.03.21 15:41
은제 봐도 경탄!.........청노루님같은 분이라면........-_-
초이들꽃 07.03.21 21:17
그런 열정이시라면 뭔들 못하시겠습니까...대단하십니다..^^*~!
용용 07.03.29 22:37
허걱 내 땜시 그랫다니.. 연습실에 작은 댄스동아리가 있어 언제든 편안하게 회원 서로가 가르쳐주고 연습하고 있는데 내가 불러 청노루와 몇몇 여님이 왈츠를 함께 하곤 너무 감동하여 좋아했는데.. 얼매나 보람된 것인감? 앞으론 모던을 배우는 이들에 아낌없이 베풀기를 엄명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