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1등급 음식과 내가 좋아하는 음식의 교집합, 당신의 미식으로 정하라.
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결코 죄악이 아니다. 하지만, 살을 빼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항상 스트레스를 받는 우리들은 먹어서 찐 살이니 먹는 행위가 하나의 ‘죄악’이며 그 결과 얻어진 지방은 ‘벌’이라 생각하며 산다. 하지만, 사람에게 의식주는 본능이다. 먹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많이 먹는 것이 문제가 될 뿐이다. 우리 주변을 보면 미식을 취미처럼 즐기는 이들도 있고 진정한 미식가들 중에는 실제로 살찐 사람이 많지 않다. 그것은 식사로 인한 즐거움이 반드시 비만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15년간 살빼기를 원하는 많은 분들을 만나 상담해 오면서 공통된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그렇게도 먹기를 좋아하는데 먹는 것 자체를 하나의 죄악으로 생각하니, 먹는 순간 딱 그 순간 느껴지는 쾌감을 제외한, 먹기 전의 불안함, 먹은 후의 후회까지 일상이 모두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들을 반복하면서 우리는 먹는 것을 죄악시 하는 생각을 각인하도록 스스로를 훈련시켜왔다. 우리가 1등급 다이어트를 통해 건강하고 날씬한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음식을 맛있게 먹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런 훈련 없이 “Do not eat!" 만 반복하는 것은 인간의 뇌를 무시하고 예정된 폭식을 부추기는 셈이 된다. 1등급 다이어트를 위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지는 1개월 차에서 강조하였다. 하지만, 분명 그 음식 중에는 본인에게 미식이 되는 음식도 있고 의무가 되는 음식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굴을 너무 좋아하여 레몬과 양파를 곁들여 맛난 요리를 해 먹지만, 어떤 이는 몸에 좋다고 하니 먹기는 먹되 비린 맛이 싫어 딴 생각을 하면서 훌러덩 넘긴다고 한다. 전자의 사람에게 굴은 미식이지만, 후자의 사람에게 굴은 그저 의무일 뿐이다. 혹시 학창 시절, 수학의 ‘집합’ 파트에서 그려보았던 벤다이어그램이 생각나는가? 항상 보따리 같은 두 개의 A집합, B집합을 그렸다. 그리고 두 개의 집합이 서로 포개지는 영역, 그것을 우리는 A와 B의 교집합이라 말하고, 이 영역에 속하는 원소들은 A에 속하면서 동시에 B에도 속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 교집합의 영역이다. A는 1등급 음식의 집합, B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의 집합이다. 아마도 B에는 여러 가지 음식들이 나열될 수 있을 것이다. 떡, 카페라떼, 체리, 아이스크림, 우유, 한우, 랍스터, 새우, 빵, 치즈케이크. 개인별로 그 동안 선호했던 음식들을 직접 종이에 써 볼 필요가 있다. 이 때, A에도 속하고 B에도 속하는 음식이 분명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1등급의 미식영역이 되는 것이다. 즉, 벤다이어그램의 포개진 영역에 해당되는 교집합 음식은 1등급에 속하여 건강에도 다이어트에도 좋은 음식이지만, 내가 먹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미식이 되는 음식이기도 한 것이다. 필자는 다이어트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꼭 이 교집합 훈련을 시킨다.
직업적으로 항상 날씬한 몸을 유지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여성들이 꿈꾸는 직업 중 한 가지가 바로 승무원이다. 하지만 승무원의 삶은 자신을 이기는 수많은 훈련을 통해 그 멋진 몸매와 티 없는 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 다들 해봐서 알겠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다. 취업 전만 해도 167cm에 52kg, 날씬한 몸을 유지하던 현직 승무원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그녀는 취업 후 1년간 59kg까지 체중이 증가하였다. 평생 60kg의 체중이 되어본 적이 없는 그녀는 체중이 증가한 것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말한다. 미주와 유럽, 동남아를 번갈아 달마다 바뀌는 시차에 신체적으로 이겨내야 할 업무 스트레스는 물론 신입 승무원으로서 업무에 익숙해지도록 본인을 단련하고 긴장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분명 체중증가에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녀의 체중증가는 단순히 스트레스에만 기인된 것은 아니다. 바로 업무가 끝나면 행해지는 스트레스 해소법이 문제였다. 그녀는 업무 중에는 긴장도를 높이기 위해 결코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음식을 먹으면서 입에서 냄새를 풍기며 승객을 대하는 것도 싫고 배부른 느낌으로 일하는 것이 싫어 입사 이후 계속 허기짐을 단순히 오렌지주스 한잔씩 허기를 달래며 버틴다. 그리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그 시간 “여러분, 편안한 비행이 되셨습니까? ”하는 기장님의 멘트를 가장 큰 행복으로 느끼며 1년을 살아왔다고 한다. 사실 행복이라고 해 봤자 별개 없다. “집에 빨리 들어가서 맛있는 것 먹고 자야지.” 그게 전부다. 오렌지주스만으로 버틴 체력이니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거나 가족들과 행복을 나눌 마음의 여유조차 없다. 그저 모든 대답은 “피곤해, 우리 다음에 보자.” 그렇게 하여 그녀는 집 근처 유명 베이커리에서 빵과 수제쿠키, 그리고 달달한 스무디를 사간다. 식탁 위에 펼쳐두고 밀린 방송을 즐기며 맛있게 먹고 난 후 쌓였던 피로와 긴장이 풀리며 자신도 모르게 소파에 몸을 맡긴 채 잠이 드는 것이다. 그렇게 살아온 지 1년이 되었고 체중은 7kg이 증가하였다. 끝내 팀원의 선배로부터 유니폼이 너무 타이트한데 살을 좀 빼야 하지 않느냐는 충고를 들었다. 그녀는 평소 빵과 쿠키, 음료를 즐기지 않았었다고 한다. 하지만,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가지면서 긴장을 높이는 생활, 스트레스가 계속되다보니 단맛이 당기기 시작하였고, 사람에게 본능적으로 필요한 음식을 섭취할 기회마저 스스로 차단한 채, 그저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면서 뇌는 X등급 음식으로 행복을 느낀다고 착각을 해 온 것이다. 그녀가 체중이 증가한 이유에는 스트레스도 있지만, 스트레스를 조절해 줄 수 있는 미식 훈련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책임감이 부여된다. 누구나 그 책임감에 따른 긴장으로 스트레스가 쌓인다. 물론 업무의 성격에 따라 책임감의 정도는 차이가 있지만, 그것을 극복해 나가면서 우리는 비로소 사회인이 되어가고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 때 함께 훈련해야 할 것이 사회인이 되는 실력으로만 나를 적응시키는 것이 아닌, 신체적으로도 사회인이 되기 위한 최적화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만일 그녀가 승무원이 된 이후 첫 비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의 축하를 받으며 맛좋은 고기를 먹거나 건강한 해산물을 먹으며 기대했던 직장생활의 첫 느낌을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도모했다면. 그러면서 맛좋은 미식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교감을 함께 했더라면 이렇게 7kg 의 체중이 늘어날 수 있었을까? 혼자만의 아집을 버리고 남들처럼 먹어야 할 때 동료 승무원들과 나물을 비벼낸 비빔밥 반 공기라도 먹었다면 과연 최악의 스트레스로 단맛의 보상을 원하는 몸 상태로 이르게 만들었을까? 따라서 다이어트를 할 때엔 본능을 위하여, 스트레스 조절을 위하여 반드시 이 미식의 훈련과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잘못된 시각으로 먹는 것 자체를 죄악시하며 거식증과 폭식증에 쉽게 빠질 수 있다. 특히 직업적으로 보여 지는 외모가 중요한 직업일수록 이런 위험성은 커진다.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교집합 훈련이었다. 업무를 위해 뒷전으로 두었던 몸의 활력을 되찾기 위하여 평소 좋아했던 음식에 대해 적어보기로 했고, 그 안에서 그녀가 좋아하는 소고기 요리와 해산물 파스타를 발견했다. 다행히 소고기 요리는 저지방 고단백 부위로 스테이크나 구이를 해 먹을 수 있는 1등급과 미식의 교집합에 들어갈 수 있지만, 해산물 파스타는 교집합에 넣을 수 없는 먹거리이다. 이에 해산물 곤약 파스타를 만들어보라고 설득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먹는 파스타 한 접시에 1-2만원을 넘고 그 좋아하는 해물이라고 해 봤자, 작은 새우 2-3알이 고작인데 내가 새우를 사서 만들어보면 새우 10알은 넣을 수 있고, 밀가루 면 파스타는 혈당지수가 높아 쉽게 지방으로 저장되지만 곤약 면은 영양은 적어도 칼로리 면에서는 유리하다는 두 장점을 설명하며 요리 레시피를 만들어주었다. 물론 요리시간 10분 이하를 장담했다. 그녀는 그렇게 마늘을 넣고 양파와 브로콜리, 새우와 관자를 푸짐하게 넣어 맛있는 해물파스타를 먹기 시작했고, 그렇게 먹어도 체중이 늘지 않는 자신의 체중추이를 관찰하며 이젠 밖에서 폭식하듯 즐기던 파스타를 끊기 시작하였다. 1등급이 아닌 음식을 1등급으로 전환하여 드디어 교집합에 해당되는 미식영역을 넓힌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할 때 행복 없는 저작운동만 한다. 모두들 그저 미식이 아닌, 의무 음식만 먹었던 것이다. 칼로리가 낮으니 토마토를 먹어야 했고, 지방이 적으니 닭 가슴살을 물리도록 먹어야 했으며, 아무 행복감을 주지 않는 양상추와 시금치를 생각 없이 저작운동만 하며 다이어트 기간을 보냈던 것이다. 사람의 본능이라는 것은 생존의 의미이다. 배만 부르도록 씹어주는 것은 시계 밥을 주려고 태엽을 감는 행동과 뭐가 다를 소냐? 우리의 뇌는 행복을 원하는 인간일진대. 따라서 1등급 체중을 완성해가는 2개월에는 평균체중의 도달을 벗어나 좀 더 앞서 나가는 상위 4%를 만들기 위한 절대적인 교집합 미식을 찾고, 또 늘려나가야 한다. 이를 위하여 필자는 하루 종일 먹을 것을 생각하라고 한다. 무엇을 먹으면 내 몸도 건강하고 내 마음도 행복해질까? 스스로에게 수없이 질문하고 반복하며 살아야 한다. 이 세상 가장 소중한 것은 내 몸뚱이라는 사실, 내가 존재하지 않으면 행복을 느낄 뇌도 없다는 사실, 설마 예전처럼 또 잊고 사는 건 아닌가? 1등급음식과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의 교집합, 즉, 한 마디로 행복한 미식의 영역이 완성되었다면 반드시 그들을 당신이 자주 보는 블랙보드나 플래너에 기입해 두기 바란다.
(나의 경우 사실 닭과 돼지고기의 알레르기가 있다. 그래서 아무리 닭 가슴살이 단백질이 많고 다이어트에 좋다 해도 돼지고기 갈매기살이 지방이 적고 쫄깃한 식감이 좋다고 해도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난 3개월에 한 번씩 1등급 음식을 적어둔 후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적어본다. 그리고 새로운 벤다이어그램을 그려서 두 집합의 교집합을 찾는다. 최근 내겐 소고기 토시살, 제비추리, 안창살, 그리고 관자와 가리비, 랍스터, 새우, 익힌 굴, 아스파라거스, 버섯 등이 그것이다. 소고기 중에서 안심은 지방이 가장 적은 부위이지만, 내겐 미식을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단백질 보충, 영양 보충이 목적일 때는 주로 안심을 먹지만, 미식을 원할 때는 토시나 제비추리, 안창살을 먹는다. 복어나 대구는 대표적인 저지방고단백 생선 류이다. 하지만, 내겐 좋은 단백질을 공급하는 음식이 필요할 때 한 끼 영양가 있게 먹는 음식이며 미식까지는 안 된다. 하지만, 새우와 랍스터, 특히 익힌 굴, 우럭 회는 행복을 주는 미식이다. 나는 이러한 미식을 꼭 정기적으로 먹는다. 일주일의 흐름을 보고 내가 해야만 하는 일,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하는 요일들을 미리 체크해 본 후 적절히 미식의 시간을 끼워 맞춘다. 그리고 그 미식으로 행복을 느끼면 일의 성과도 더 크게 상승된다. 긴장하고 집중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엔 그 일을 끝낸 후 긴장이 풀어진 상태의 미식보다는 그 일을 시작하기 딱 이틀 전 미리 채우는 미식으로 마음을 달랜다. 하루 전날은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게 25년간 지치지 않고 1등급 몸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편집선생님, 사례를 넣다보니 굳이 이 부분(파란색 글)을 넣는 편이 좋을지 고민이 됩니다. 편집선생님이 한 번 읽어봐 주신 후 의견을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누구든 빠진 살을 3개월 정도는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3개월 후 계절이 한 번 바뀌면 또 나태해진다. 이렇게 다이어트의 오류들을 수십 번 반복하고 있기에 다이어트 산업은 갈수록 레드오션이 되고 당신도 이 책을 읽고 있는 것 아닌가? 이제 이 책은 적어도 검증된 이론과 톡 까놓고 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내 삶을 연결시키는 마지막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