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요약>
• 88c~91c: 소크라테스는 철학자가 논변 혐오에 빠지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 91c~95a: 심미아스가 영혼을 조화에 비유하며 영혼의 존속이 육체에 의존적일 수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이것이 '알게 됨이 상기'라는 주장(상기론)과 모순된다는 점과 영혼과 조화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등의 근거를 들어 반박한다.
• 95a~96a: 소크라테스는 영혼이 불멸하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는 케베스의 주장을 정리하며 그가 묻고 있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생성과 소멸 전반에 관한 원인을 구명해야 하는 문제라고 주장한다.
• 96a~99d: 소크라테스가 젊었을 적 열망했던 자연 탐구에 대해 회고하며, 특히 아낙사고라스의 지성 개념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그가 사물을 질서 짓는 일과 관련된 참된 원인을 대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인 조건만을 설명하였다는 점에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 99d~102a: 소크라테스가 자연 탐구 방법에 대하여 아름다운 것이 아름다운 이유 등을 예시로 들며 자연에 대한 직접적인 탐구 대신 형상을 통해 진리를 탐구하는, 즉 말들에로 도피하는 차선책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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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 거리>
1. 영혼이 꼭 독립적인 존재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오히려 우리의 의식은 감정, 기억, 논리적 사고 등 여러 요소로 이루어진 복합적인 존재라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
1-1. 플라톤이 '영혼은 조화가 아니며 독립적인 존재다' 를 뒷받침하기 위해 근거로 제시한 상기론이 왜 당연한 명제로 여겨지는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영혼이 몸 속으로 들어오기 전에 어디에선가 있었다' 는 명제가 옳다는 것은 어떻게 증명될 수 있는가?
1-2. 만약 영혼이 독립적인 존재라면 육체의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예를 들어 사고로 뇌 손상을 입으면 기억 상실과 함께 성격이 변하는 경우도 있고, 병에 걸려 사고 능력이 감소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것은 영혼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인가?
2. 소크라테스가 아낙사고라스에 대해 한 비판은 정당한가? 아낙사고라스가 말하는 '지성'이 모든 이치를 설명하는 만능 개념일 거라고 상정한 것은 조금 억지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자연현상같은 세상의 법칙을 반드시 목적론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아낙사고라스의 지성을 세계를 움직이는 원리 정도로 해석한다면 이는 단순히 아낙사고라스의 철학에서 설명하고자 했던 것과 소크라테스의 기대가 엇갈린 것 뿐일 텐데, 소크라테스가 모든 것은 목적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아낙사고라스를 과하게 비판한 것은 아닐까?
3. '아름다움 자체 외에 어떤 아름다운 것이 있다면 그것이 아름다운 것은 저 아름다움을 나눠 갖는다는 것 외의 다른 어떤 원인 때문이 아니다' 라는 문장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어떤 것이 아름다운 것이 그것이 피어나는 색깔이나 모양 같은 것 때문이 아니라 '아름다움' 때문이라면, 그것이 아름답다는 사실은 대체 어디에서부터 오는가?
3-1. 색깔이나 모양같은 감각적 요소를 배제하고 아름다운 것이 아름다움에 의해서 아름다워지는 거라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그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첫댓글 1.)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소크라테스가 생각하는 '영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점에서, 당시에는 이런 개념을 사용할 수 밖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시대적 한계?]
또한, '복합적이다'는 말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영혼 역시 이런 어떤 의미에서는 복합적일 수 있다'는 것에 소크라테스가 동의할지도 모를 일 입니다.
혹은 한 대상인 영혼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소크라테스가 주장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1) 상기론과 영혼불멸 사이의 관계는 전자가 후자를 논리적으로 함축하는 관계인 것 같습니다. 즉, '만약에 상기론이 참이라면, 영혼은 불멸한다'고 소크라테스는 주장합니다. 그리고 상기론이 참이라는 것을 별도의 논증을 통해서 증명합니다. 물론 상기 논증이 논란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매우 쉽게 논박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1-2) 소크라테스는 몸으로 부터 분리된 영혼은 더 이상 몸에 의해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김나현 씨가 제시한 사례들을 소크라테스의 입장에서 전혀 반박할 수 없는지는 좀 더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물리주의를 미리 가정하지 않는다면, 해당 사례들 역시 영혼의 작용이 우선적인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지 않을까요? 물리적 손상이 있을 때, 영혼의 육체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된다 등등...물론 김나현 씨의 생각이 오늘날에 더 상식적인 관점인 것 같습니다. 다만 저는 이것이 knock-down 논증인지 여부를 물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소크라테스 입장에서 어떤 변명/설명을 할 수 있다면, 반론의 영향이 크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2.) 좋은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거주의, 환원주의와 같은 기계론적 설명이 왜 문제가 되는 지를 소크라테스는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3) 소크라테스가 생각하는 '인과(원인과 결과)' 개념은 오늘날과 조금 다른 듯합니다. 오늘날에는 물리적 영향력과 그것을 뗄 수 없는 관계로 생각하는데 반해서 그 당시에는 그렇지 않은 듯도 보입니다. '어떤 꽃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소크라테스[더 정확하게는 플라톤]는 이데아 세계에 있는 '아름다움 자체'가 현실세계의 어떤 대상에 영향을 끼쳐서 그렇다고 설명할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영향을 주고 받음의 관계에 대해서 소크라테스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3-1) 감각에 의한 앎을 소크라테스가 전적으로 부인하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다만 우리가 감각을 통해 지식을 얻을 때 우리가 이데아에 대한 지식을 이미 그 이전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합니다. 비록 오늘날의 관점에서 소크라테스[플라톤]의 주장은 이상해 보이지만, 그 주장의 '사실 부합성 여부' 보다는 '정합성(coherence, 일관성, 모순이 도출되지 않음) 여부'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