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 공이라는 것은
반야가 인식하는 대상이며
일체 만물의 근본적인 본성이다.
성인은 반야지혜로 무한한 세계를 인식하며
그 무엇도 그 인식을 막을 수 없다.
눈으로 보는 사물과 귀로 듣는 소리는
그를 미혹시키지 못한다.
<무안이비설신의 무색성향미촉법>
만물의 본성이 스스로 공하다는 것을 체득했기에
사물이 그의 정신을 구속하지 못하는 것 아니겠는가?
만물의 모양은 서로 달라도 그 본성은 다르지 않다.
본성이 다르지 않기에
모양이 진정한 모양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제상비상>
대지도론에 "모든 사물은 모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습이 없는 것도 아니다."라고 나온다.
만물의 假有를 통해 만물의 실상을 제대로 체득하면
非有非無 라는 만물의 본성을 잘못 이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비록 없음이나 있음이다.
비록 있음이나 없음이다.
사물은 본성상 공한 것이며 부수고 마멸해 공인 것은 아니다.
사물은 진실로 있는 것이 아니다.
비록 있으나 진실한 있음은 아니며
비록 없으나 아무 것도 없음은 아니다.
허깨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허깨비가 진정한 사람은 아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이것으로 삼고 저것을 저것으로 삼는다.
이것과 저것은 처음부터 있지 않았다.
만물은 진짜가 아니고 가짜 이름을 사용한 지 오래 되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
공성을 관찰하는 그것이 바로 진리(깨달음)이다.
사물의 본성을 체득하는 그것이 바로 진리를 증득하는 것이다.
중도를 체험하는 그것이 곧 성스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