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때 벗겨 이치 보는 비법이 유식”
- 금강선원 혜거스님 인터뷰 -
“마음 때 벗겨 이치 보는 비법이 유식”
“유식’은 실참 독려하는 경전”
“수행은 오관을 잠재우는 훈련”
서울 강남구 개포동 금강선원이 새해 벽두부터 사람들의 발길로 분주하다.
혜거 스님의 ‘유식삼십송’ 강의를 듣기 위해서다.
초심자는 물론이고 불교를 웬만큼 공부한 불자라 하더라도 ‘유식(唯識)’
이라는 말을 들으면 고개부터 흔든다.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사실 불교학 가운데 ‘유식’ 만큼 어려운 분야도 없다.
특히 유식학의 요체인 ‘유식삼십송’은 명쾌 한 해설 없이는 접근하기 어렵다.
하지만 혜거스님(금강선원장)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유식삼십송’은 어떤 것이고, 그 내용은 무엇인지, 그리고 유식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또한 올바른 참선 수행법을
혜거스님께 여쭈었다.〈편집자주〉
▲〈유식삼십송〉은 무엇입니까?
- 〈유식삼십송〉은 유식학의 모체입니다. 무착보살이 뼈대를 세우고 세친이 완성했으며,
이것을 해석한 것이 〈성유식론(成唯識論)〉입니다.
- 〈성유식론〉의 분량은 방대하지요. 〈유식삼십송〉은 5언4구로 된 30개 송으로
간단한 내용이지만, 여기에는 유식학의 모든 것이 포함돼 있습니다.
세상이 생겨나면서부터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한 것은 바로 주재자(主宰者)의 존재 유무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주재자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으며, 그것은 바로 ‘나’라고 하셨지요.
나를 잊게 하거나 또는 나를 유지시키는 실체는 바로 마음인데, 그 마음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이것을 ‘3식’이라고 하지요. ‘나’의 모든 주체는 오로지 이 3식 뿐인데, 그 이치를 밝힌 것이 바로
〈유식삼십송〉입니다.
▲ 생활 속에서도 이 〈유식삼십송〉을 공부하고 실천할 수 있는지요?
- 마음의 실체는 본래 아무 것도 없는 자리인데 경험이 쌓이고 지식이 쌓여서 내 마음이 됩니다.
즉, 경험과 지식이 ‘마음화’ 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려면 지금까지 체험하고
배웠던 것, 내가 쌓았던 관념과 지식을 빼고 빈자리 그 마음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만물을 천차만별로 보는 것은 그것을 보는 사람이 어떤 관념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 관념을 모두 버리고 보면 똑같이 보일 것입니다.
▲ ‘유식’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어떤 요건이 필요하나요?
-‘유식’을 이해하려면 교학적 토대도 중요하지만 실참 수행을 병행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심소(心所ㆍ마음자리 또는 마음 씀씀이) 때문에 그렇습니다. 사물을 분별하는
의식이 있는데, 수행한 사람의 의식과 수행하지 않은 사람의 의식에는 차이가 있지요.
수행하지 않은 사람의 의식은 보고 듣고 체험한 것을 대부분 잊어버립니다. 수행을 하면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잊지 않습니다. 수행한 사람과 수행하지 않은 사람의 의식은
이렇게 다르지요. 수행을 하면 사물을 분별하는 능력이 달라집니다.
제7 말라식’이라는 것은 잠재의식, 예지력을 말하는데, 이것은 오관(五官, 눈입코피부귀)에
가려 쉽게 드러나지 않으며, 수행을 통해서만 드러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누구나 예지력이
있는데 이것을 꺼내지 못하는 것은 수행을 하지 않기 때문이며, 이것을 꺼내 쓸 수 있는 지혜를
말하는 것이 바로 ‘유식’이지요.
‘유식’은 이렇게 실참수행을 독려하는 경전이며, 수행은 오관을 잠재우는 훈련입니다.
▲ ‘유식’을 보다 쉽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 사실 팔만대장경은 모두 유식을 가르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금강경〉에서 갖가지 상(相)을 없애라고 하는데, 이것은 관념과 선입견을 벗으라는
가르침이지요. 〈화엄경〉의 첫마디는 ‘일체유심조’입니다. 이처럼 모든 경전들이 마음
가르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그런데 경전을 보면서도 이런 가르침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무착보살이 그것을 꺼내서 ‘이것이다’ 하고 드러낸 것이 ‘유식’입니다.
모든 불자들은 경전을 볼 때에 마음 다스리는 법, 마음 조절하는 법이 경(經)이라는 것을 알고
보면 경을 볼 때마다 마음이 바뀝니다.
▲ ‘유식’의 궁극적인 목적도 역시 올바른 수행을 위한 기초 작업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이 올바르게 참선수행을 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응시입니다. 벽에 점을 그려놓고 뚫어지게 바라보세요. 몇 번만
반복해도 점이 다른 형태로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급기야는 대화도 가능하지요.
누구나 쉽게 체험하는 경계입니다. 선으로 들어가는 길은 쉽고 재미 있어야 합니다. 무턱대고
화두를 쥐어주고 가르치면 하품 밖에 얻는 결실이 없습니다. 최소한 허리를 똑바로 펴고 앉기만
해도 몸에 굉장한 이익이 옵니다. 몇 킬로미터를 걷는 효과를 보지요. 이른바 앉는 공덕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수행은 사물의 실상을 파악해 ‘나’라는 장애를 걷어내는 작업입니다.
▲ 올해 5월경 탄허 대종사 기념 박물관 불사를 완공하신다고 들었는데요.
- 완전히 내부까지 완공하려면 올 12월은 돼야 됩니다. 기념박물관에는 탄허스님의 유품과
연구자료, 140여 점의 서예 작품, 4천여권의 고서 등을 전시하고 보관할 계획입니다.
[김주일 기자]
▲ 혜거 스님은?
혜거스님은 1959년 영은사에서 탄허스님을 은사로 득도했다. 1961년 월정사에서 범룡스님을
계사로 사미계와 구족계를 수지했으며 탄허스님 회상에서 대교과를 수료했다. 영은사에서
역경사 양성 3년 결사에 동참했으며 김제 흥복사 선원 등에서 수행정진했다.
1988년 서울 개포동에 금강선원을 개원해 재가불자들의 선수행을 지도하고 있다. 현재
탄허불교문화재단 제 7대 이사장을 비롯해 대원불교대학 학장, 대한전통불교 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 Namaste! -명원- ♥
첫댓글 스님의 거침없는 인터뷰 기사 잘 보았습니다.
혜거스님의 담백한 인터뷰 기사 감사합니다.
Thanks
스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