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애 결혼 가족 규범을 해체(재)구성하는 동성애 친밀성 김순남(2013)
이성애 비혼여성으로 살아가기 김순남(2015)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태양 2018 을 읽고
저는 술을 입에도 대지 않습니다. 알코올이 목을 넘어갈 때 느끼는 싸한 느낌은 마치 제가 초등학교 과학실의 박제된 개구리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한마디로 술맛을 모릅니다. 그러나 이 대학교에 와서 술안주가 그리 맛있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고 친한 친구들과의 술자리 또한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2학년이 넘어갈 때까지 여러 술자리에 불려갔습니다. 제 역할은 안주 값을 나누는 n분의 1인이자 일행이 술 취해도 귀가 시켜줄 수 있는 인간 안전벨트였습니다.
술에 취한 사람들의 입에선 무슨 말이 나올지 모릅니다. 기억을 주억거리자면 “정xx교수님 수업 너무 졸리다, 조작방법론 너무하기 싫다.” 이런 시시껄렁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지만 가끔 분위기가 진지해 질 때면 각자의 가족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저는 내가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 부모님이 욕하는 것을 본적이 없습니다. 저는 부모님끼리 싸우는 것을 본적이 없습니다. 저는 부모님이 제방을 함부로 연적도 없고 서로 요구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먼저 커피한잔을 탄 후 식탁에 앉아서 서로 납득이 갈 때 까지 천천히 이야기 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술자리에서 들었던 친구들의 가족 이야기는 저의 가족과는 너무나 다른 이야기들이였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멋쩍게 부대찌개 라면사리랑 햄 듬뿍 퍼서 그 친구에게 주는 일 뿐이었습니다.
이제 그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 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는 결혼과 독립입니다. 특히 명절 이후 시집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온 친구는 “빻은 놈들 데리고 살 바에는 나혼자 산다.”라는 말을 하고 있으며 햇수로 동거 8년차인 연인들을 만날 때는 “행복 주택 얻을 때는 좋았는데 가끔 담당공무원이 혼자 사는지 체크하러올 때마다 진이 빠진다.”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읽을거리들이 제 옆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들 중에 행복주택이라는 사업이 기억에 남습니다. 행복주택은 분명 사회 초년생들을 위한 제도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비혼 동거 연인에게는 포함되지 않는 복지 제도입니다. 그래서 위 커플의 경우 담당 공무원이 올 때마다 동거인은 숨거나 밖으로 나가있는 다고 합니다. 뭐 어찌되었던 이 연인들은 잘 살고 있습니다. 한번 결혼 할꺼냐라고 물으니 “하면 하는 거고 문제는 돈이지“라는 무심한 듯한 대답을 들었습니다. 결혼을 할 만큼의 돈을 가진 삶을 토대로 하는 한국의 이성애 규범적 삶의 모델에서는 이들은 투명인간일지도 모릅니다. 논문에서도 언급하듯이 비혼 혹은 성소수자들은 계급 혹은 결혼 규범 앞에서 혼란을 겪습니다. 하지만 분명 살아 나아고 있습니다.
현재 젠더 논쟁이 한국에서 가지고 있는 위치는 가족규범 혹은 청년문제까지 여러 사회적 문제와 결합하여 그 문제를 가시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때 맑스의 이론이 그러했듯 그간 우리를 억압했던 이름 모를 것들을 명확히 함에 있어서 저는 이 페미니즘이 가지고 있는 역동에 의해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 하다는 것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