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빕니다!
서울교구 주낙현 요셉 신부님께서 성공회신문에 연재하신 시리즈 [성찬례 해설]을 공유합니다.
주낙현 신부님께 감사합니다.
원문 출처: [성찬례 해설 17] 신경의 신앙고백 1 - 역사 안에서 교회와 더불어 - 성공회신문 (skhnews.or.kr)
[성찬례 해설 17] 신경의 신앙고백 1 - 역사 안에서 교회와 더불어
주낙현 요셉 신부
성찬례와 성무일도의 전례 안에서 "신경"(信經 Credo)은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주일 성찬례에서는 "니케아 신경"을 꼭 외우고, 다른 작은 예배나 성사 등에서 "사도신경"을 읽는다. 그 말뜻이나 위치로 보면, 그리스도교의 가르침과 그 신앙의 뼈대를 이룬다는 뜻이겠다. 이런 자리매김은 교회 역사와 전통 안에서 오랜 세월 조심스럽고도 느릿하게 이뤄졌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신경 자체의 언어와 형식, 그 내용이 너무 어렵다고 느끼는 이들도 많다. 이 때문에 현대의 언어와 선교에 맞는 고백문을 새로 만들어 대체하여 사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신경"의 기원과 그 역사를 생각하고, 그리스도교의 전례 전통을 세심하게 살피면, 이런 실험을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신경"은 지금 있는 모양이나 용도로 뚝 떨어지지 않았다. 그 기원은 역사 안에서 신앙인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데 있다. 구약성서의 역사적인 신앙고백이 그렇다. 하느님의 출애굽 해방 사건을 기억하며, 이스라엘 백성이 '힘없이 떠도는 이들이었고 억압받는 사람들이었으나, 하느님께서 구원해 주셨다'는 고백을 반복하며 마음에 새겼다(신명 26:1~10). 역사적인 신앙의 기억을 반복하여 가르치고 전수하여 선포하는 일에 신앙인의 정체성이 있다.
초기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을 중심에 두고, 하느님의 구원 역사를 되새겼다(1고린 15:3~7, 로마 3:3~5, 1베드 3:18~22 등). 이런 고백을 반복하여 입으로 말하는 일이 신앙이라고 여겼다. "예수는 주님이시라고 입으로 고백하고 또 하느님께서 예수를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리셨다는 것을 마음으로 믿는 사람은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 곧 마음으로 믿어서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에 놓이게 되고 입으로 고백하여 구원을 얻게 됩니다"(로마 10:9~10). 이처럼 신경은 그리스도인의 신앙고백을 요약하여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는 신앙 행동이었다.
그리스도인은 세례를 받으면서 '작은 그리스도'가 된다. 신경의 기본 형식과 내용은 초대교회에서 세례를 위한 준비와 서약으로 시작했다. 세례 교육안에서 교회의 핵심 가르침을 건네받은 이들은 세례 서약 안에서 자신의 믿음을 대답해야 했다. 신경은 신앙을 가르치고 건네주는 일이고(신앙고백의 전수 traditio symboli), 교회 앞에서 이를 제 입으로 선언하는 행동이다(신앙고백의 반복 redditio symboli).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신앙의 교육과 배움, 이를 반복하여 선포하는 일로 가능하고 지탱된다는 뜻이다.
교회가 퍼지고 다양하게 발전하면서 그리스도교의 핵심 교리에 관한 표현과 이해의 방식이 다양해졌다. 이 다양성은 자주 혼동과 오해를 일으켰다. 세례 때 하는 단순한 문답과 고백을 좀 더 신중하게 정돈하고 설명하는 일이 필요했다(신앙고백의 설명 explanatio symboli). 교리 논쟁이 심해지면서 신경의 형식과 언어가 복잡하고도 세련되고 발전했고, 이에 따른 설명 안에서 신학이 발전한 셈이다. 신경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과 성사, 교회의 가르침을 떠받치는 역할을 했고, 전례 안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다졌다. (다음 호에 계속)
출처 : 성공회신문(http://www.skhne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