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새재가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기에 그 대단한 재를 요즘엔 차를 타고 올라갈수는 있겠지, 그 정상에 서면 멀리 아래로 멋진 풍광을 마주하지 않을까도 싶었는데, 생각했던거 와는 달리 우리의 나비걸은 문경새재도립공원으로 안내를 한다.
문경새재는 주흘산(1,106m), 조령산 (1.026m)의 깊을 골짜기를 넘어 호랭이 담배피고, 여우가 재주 넘는 옛날 과거길을 일컬는듯 싶고, 도립공원안으로 들어가면 주흘산 정상에도 오를 수 있다.
남들은 다 나오는 시간대에 느즈막히 문경새재도립공원안으로 들어선다.
휴일이라서 아이들과 함께 가족나들이 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문경새재는 조선시대 대표적인 관도로 제1관문 주흘관, 제2관문 조곡관, 제3관문 조령관 등 3개의 관문과 원(院)터 등 주요 관방시설과 정자와 주막 터, 성황당과 각종 비석 등이 옛길을 따라 잘 남아 있고, 경상도 선비들의 과거길로서 수많은 설화가 내려오고 있는 등 역사적, 민속적 가치가 큰 옛길이라고 한다.
병풍같은 바위산을 뒤로 하고 주흘관이 넓게 팔을 벌려서 반기는 모습이다.
이곳은 옛길박물관인데 건물이 넓은 잔디밭 위에 위엄있게 서 있다.
왼쪽으로는 kbs드라마 셋트장이 있다.
따로이 요금을 내야 해서 그저 멀치감치 구경만 하고 지나치는데, 앞으로 흘러내리는 계곡물이 어찌나 맑고 깨끗한지 방송국셋트장보다 더 볼거리로 눈요기를 하게만든다.
처음 주차장입구에서 부터 식당천지에 넘치는 노점상들을 보면서 어지간하다 싶었는데 들어올때와는 달리 숲길이 시작되면서 부터는 다른 세계가 열린듯싶다.
이렇게나 깨끗한 물 빛은 오랜만인것 같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낮은 곳에서도 옥빛이 보이고, 고기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길을 따라 올라가면서도 계곡물에 눈을 못 떼고 있는데, 가만 보니 저 거뭇거뭇 한것이 모두 다슬기였다.
깊지도 않은 곳에 저리 많은 다슬기가 눈에 들어오다니, 이곳엔 반딧불도 많겠다.
너무나 깨끗해서 발 담그기도 미안할정도다.
또 한가지 이 산길은 탄탄하고 고운 흙길이여서, 맨발로 걷는 분들이 많다.
매년 '문경새재 맨발 걷기대회'가 이곳에서 열린다고 하며 올해 접어들어 16회나 되었다고 한다.
사실 남들은 다 신발신고 걸을때 혼자서 맨발로 벋기가 좀 그렇긴 했는데, 이곳에는 의례 신발을 벗어든 분들이 많아서 나도 신발을 벗었다.
차갑고, 시원하고, 간지러운 느낌이다.
계속걸으니 차가웠던 땅기운을 밟을 발에서는 열이 나고, 만만히 보았던 자잘한 돌들도 발바닥에 모두 자극을 준다.
큰돌들보다 오히려 지압효과는 더 자근자근하고, 발가락 구석구석, 특히나 넷째 발가락에 밟힐때마다 몸이 움츠려드는 살떨리는(ㅋ) 반응을 하게 만든다.
그렇게 햇살이 살짝 비어있는 숲을 뚫고 빛을 빼꼼히 내 비추는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는 흙길을 맨발로 걸어올라간다.
오후느즈막히 숲으로 내리쬐는 햇살은 부드럽다.
나뭇잎도 투명하게 비추고, 계곡을 건네주는 다리도 더욱 운치있어 보인다.
사방으로 물이 넘치는 문경새재는 무더울때 여름휴가지로 더욱 사랑을 받을 곳이다.
물론 가을 정취도 끝내주겠고....
그래서 오랜세월 많은 사람들이 찾아드는 곳이지 싶다.
신선한 숲기운에, 차가운 흙기운에, 맑은 계곡물을 옆에 두고서 하룻밤 야영을 지내고 싶은 곳이다.
출장관리들에게 숙식을 제공했다는 조령원터에 잠시 들려본다.
여전히 흙길은 나무그림자를 드리우며 이어진다.
빽빽하게 우거진 숲 안쪽으로 옛날 도적들이 숨어있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헤꼬질을 했다는 마당바위가 있다.
'거기 뉘슈? 혹시 도적....님?'
숲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에 반해서 명상 중이신듯, 우리가 지나치기를 천천히 했는데도 미동도 없는 자세다.
인상적인 넓적한 바위를 지나서면
오래 묵은듯한 정자가 있다.
이곳은 감사가 바뀔 때 업무 인수 인계를 도경계에서 한다는 교귀정이다.
업무 인계를 참 으슥한곳에도 하신듯....ㅎ
앞쪽에 서 있는 소나무가 교귀정의 오래 묵은 나무색과도 조화를 이룬 멋진 자태다.
벌써 해는 뉘엿뉘엿 7시가 넘어선다.
한시간만 더 일찍 왔더래도 더 많은 곳을 둘러볼 수 있었을 텐데, 어두워진 숲길에 이번여행의 아쉬운 발길을 돌려본다.
아쉬운 맘에 주변 계곡에 물빛들을 더 들러보게 된다.
다시내려와서 나오는 길쯤에 발을 씻는 곳이 이렇게 마련되어 있다.
완주는 못했지만 맨발로 걸어본 흙길이 얼마만인가 싶고 그래서 더욱 기분좋은 경험이었고, 이제 밖으로 나가면 다시 시작되는 시끌벅적한 소음과, 시커먼 아스팔트속 일상의 연속이겠지만 잠시나마 맨발로 느껴볼 수 있었던 휴식같은 청정함이 오랜 기억으로 남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