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적인 것'은 세상 만물에 깃들어 있지만 시인이 그것을 발견하기 전에는 구체적인 의미나 가치를 부여받지 못한 상태이다. 시적인 것을 발견해서 거기에 일정한 형식과 언어를 부여했을 때 비로소 한 편의 시가 태어난다.
* 시인에게는 시적인 순간이나 대상을 향해 자신을 열고 집중하는 능력이나 노력이 요구된다.
* 시인은 자신의 의지와 지혜로 시적인 것을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시적인 것에 귀를 기울이며 그것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시적 상상력은 시인이 얼마나 선입견과 통념을 벗어나 대상을 대상 자체로 발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 시적 발견을 위해서는 우선 남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개성적인 방식으로 탐구하는 일이 필요하다. 시적 발견은 의식의 차원뿐 아니라 자신의 무의식과 경험 등 삶의 총체가 결집되는 순간에 이루어진다.
* 시적 발견을 위해 염두에 두어야 할 또 하나의 조건은 대상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일이다. 대상에 충분히 몰입한 뒤에는 다시 대상으로부터 빠져나와 비판적 거리를 두고 바라다보아야 한다.
* 시적인 발상은 좋은데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 능력이 부족하다고 한탄하지만, 실은 시적인 것과의 만남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해서인 경우가 많다.
* '싱싱한 혼란'만이 우리의 영혼을 부추겨 신의 광휘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한다.
2. 누구를 통해 말하는가 - 화자와 퍼소나
* 서정시는 주관적이고 고백적인 장르이기 때문에 시적 화자는 흔히 시인과 동일시되곤 한다. 그러나 시 속의 '나'는 시인 자신이 아니라 작품 속에서 재창조된 '나'이다.
* 화자는 일반적으로 '퍼소나(persona)'라고 부르는데. 이 말은 연극에서 배우의 가면을 의미하는 '퍼소난도(persoando)에서 유래했다.
* 시를 쓸 때도 자신이 설정한 화자의 개성을 충분히 가다듬어야 하고, 시 전체가 그 인물의 시점에서 발화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 모든 시에 화자와 청자가 뚜렷하게 드러나 있는 것은 아니다. 화자와 청자가 모두 드러나 있는 경우, 화자와 청자가 모두 드러나 있지 않은 경우, 화자만 드러나 있는 경우, 청자만 드러나 있는 경우 등이 있다.
* 식물이나 동물, 심지어 무생물이나 사물을 화자로 삼은 시들이 있는데, 이는 어떤 대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 자체가 되어 볼 필요가 있고, 그래야만 대상을 실감 있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소리는 어떻게 조직되어 있는가 - 구조와 리듬
* 글에서 리듬이 가장 충만하게 구현된 형태가 시이다.
* 한 편의 시는 시인의 내면에서 그것이 생겨나는 순간부터 고유한 리듬을 갖게 된다.
* 시는 음악이 있음으로 하여 비로소 감정을 전달하는 말이 된다. 음악은 시의 내용에 감정을 부여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그 너머의 차원으로 이끌어 온다(평론가 김우창).
* 말의 질감은 리듬의 직접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소리의 변별성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리듬과 무관하지 않다.
* 시를 쓰는 주체로서의 나는 나와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그 모든 주체들의 말을 잘 듣기 위해 눈 코 귀가 해지도록 안테나를 세우고 주파수를 맞춰야 한다(시인 김선우).
* 시를 쓰는 일은 자신의 안과 밖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목소리를 잘 듣는 일에서 출발한다.
4. 대상을 어떻게 보여 주는가 - 묘사와 이미지
* 시는 상상력에 의해 그려진 언어의 그림이다(영국의 비평가 세실 데이루이스).
* 이미지는 대상에 대한 감각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뿐 아니라 비유나 상징 등의 관념적인 차원까지 포괄한다. 그런 점에서 이미지는 대상의 재현인 동시에 주체의 표현이다.
* 시인은 진술(설명)하지 않고, 대상을 우리 앞에 보여 준다(아이버 리처즈).
* 살아 있는 이미지란 시인이 감각을 통해 경험한 대상을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재현한 것이다.
* 이미지는 상이한 관념들이 즉각적인 시간에 정서적 복합체를 통합해 보여 주는 것이다(미국의 시인 에즈라 파운드).
* 이미지스트가 하지 말아야 할 것(에즈라 파운드) ① 어느 무엇을 드러내지 않는, 불필요한 낱말이나 형용사는 쓰지 말 것. ② 아무런 장식도 쓰지 말거나 아니면 훌륭한 장식만 쓸 것. ③ 그럴듯하려고 하지 말 것. 묘사적이 되려고 하지 말 것. ④ 자신의 마음을 자신이 발견할 수 있는 최상의 운율들로 채울 것.
* 이미지는 눈에 보이는 대상을 실감 있게 그려 내는 것만으로도 시인의 인식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 시적 상상력은 막연한 공상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치밀한 관찰에서 시작된다. 그러니 좋은 시를 쓰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대상을 제대로 보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 좋은 시는 대상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눈앞에 생생하게 보여 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 묘사는 세부적 항목에 충실한 것을 넘어서 독특한 렌즈로 대상을 포착하고 변형함으로써 사소하고 낯익은 대상도 새롭게 발견해내야 한다.
* 제대로 본다는 것은 온몸의 감각을 동원해서 대상을 감지하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앉히는 끈질긴 과정을 의미한다. 이때의 대상은 아주 작고 평범한 것이어도 된다.
* 직유는 은유의 가난한 친척이라는 말이 있다.
* 모든 비유는 근본적으로 '만물이 하나'라는 유비적(類比的) 세계관에 뿌리를 두고 있다. ※(개인 메모) 일즉다, 다즉일-개념은 실체가 없어 상위 개념(유-종)에서는 유사속성이 동일하다.
* 좋은 비유는 만물에 대한 열린 마음과 감각이 깊이 체화될 때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다른 대상들을 원관념과 보조 관념으로 연결한다는 것 자체가 그것을 넘나드는 상상력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5. 감추면서 드러낼 수 있는가 - 은유와 상징
* 시가 어렵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직설적인 표현보다 에둘러 말하기를 즐겨 하고, 모순되는 진술들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 같은 시를 놓고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여러 번 읽어도 그 의미가 쉽게 탕진되지 않는 것은 은유와 상징이 지닌 매력이기도 하다.
* 상징은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하나로 결합하는 언어 양식이다. 제도적 상징, 관습적 상징, 문학적 상징 등 다양하다. 상징은 집단적이고 원형적이다.
* 은유에서는 시인의 개별적이고 독창적인 인식이 좀 더 자유롭게 발현될 수 있다. 한 사물이나 개념이 다른 사물이나 개념으로 전이되면서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동일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 양자의 유사성이 강한 경우를 은유로, 인접성이 강한 경우를 환유로 구별한다. 은유가 의미의 동일성과 보편성을 중시한다면, 환유는 의미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중시하는 방식이다.
* 원관념과 보조 관념이 너무 동떨어지면 연관성을 찾지 못해 은유의 해석이 불가능할 것이고, 그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 식상한 비유에 그치고 만다.
* 사소해 보이는 부사어나 조사 등이 시에서는 오히려 의미를 함축하거나 미묘한 뉘앙스를 전달해 주곤 한다.
* 유년시절을 '존재의 우물'이라고 불렀던 바슐라르의 표현처럼, 유년의 기억은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상상력의 샘이다. 그것은 행복하든 불행하든 어떤 온기나 물기를 지니고 있다.
* 바슐라르는 몽상을 통해 이미지를 제대로 길어 올리기 위해서는 과거의 '사실'보다 '가치'를 발견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그래야만 자기만의 원형적인 이미지와 상징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6. 시와 이야기는 어떻게 만나는가 - 서정과 서사
*이야기를 다룬 시들은 '이야기시', '서술시', '서사시', '담시' 등의 이름으로 부른다. 과거에는 '이야기시'라는 명칭이 많이 쓰였는데 최근에는 '서술시'라는 명칭이 통용된다. 이야기는 시는 이야기의 내용에 초점을 두었다면 서술시는 이야기의 내용과 형식을 아우르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 서술시는 스토리의 전개에 초점을 둘 수도 있고, 전형적인 인물의 창조에 초점을 둘 수도 있다. 액션을 강조하든 인물을 강조하든 중요한 것은 원래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시적 변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