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노동과 아나키즘의 만남, 자본주의 이후를 상상한다
[복지국가SOCIETY] 장애인 노동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정중규 대구대학교 한국재활정보연구소 부소장 2021.11.08.
문명 발전은 늘 그 빛만큼 그늘도 드리운다. 자본주의 체제의 발전 동력인 산업혁명이 장애인 복지에 그러했다. 산업혁명으로 공장제 기계공업이 노동 현장을 장악하면서, 표준화되고 기계화된 노동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이른바 장애인들은 무능력자로 낙인찍혀 노동 현장으로부터 밀려나고 사회체제에서까지 근본적으로 배제당하기 시작했다.
산업혁명과 '장애인'의 탄생
산업혁명 이전 중세 유럽 봉건사회의 공동으로 노동하고 공동으로 분배하는 장원 경제에선 가정생활과 노동 현장이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었기에 이른바 장애인들도 어떤 형태로든 직업을 지니고서 사회 공동체의 경제사회적 시스템에서 배제당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다. 그들은 비록 육체적 손상은 있을망정 무능력자(장애인)는 아니었다.
그런데 국부 창출을 위해 생산력과 이윤 증대 극대화를 추구하며 노동자를 기계의 '수족'으로 취급하던 중노동과 장시간의 육체적 노동 현장에서 이른바 장애인들은 비생산적 존재로 여겨져 노동 현장 진입 자체를 근본적으로 차단당했다. 벤담(Jeremy Bentham)식 '공장제 유토피아'에 이른바 장애인이 설자리는 없었으며, 마침 진행된 거대 수용 시설의 출현과 맞물려 장애인은 집단 수용의 격리 대상자가 되었다.
특히 영국은 1834년, 개정 구빈법을 통하여 산업사회의 새로운 노동 현장에 투입할 수 없는 아동, 병자, 광인, 심신에 결함이 있는 자, 노약자 등 다섯 부류를 가려내, 이 범주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을 노동할 수 있는 자로 간주한다. 즉 일할 수 있는 신체(the able bodied)를 선별하기 위해 일할 수 없는 신체(the disabled bodied)를 규정하였다. 여기에서 '장애(disability)'라는 개념이 형성되고 그것은 그대로 장애인이란 용어로 고착되었다.
이처럼 육체가 일할 수 있는 몸과 일할 수 없는 몸으로 분리되면서 일할 수 없는 몸을 지닌 장애인들은 사회 시스템에서 철저히 배제당하기 시작했다.
"산업혁명 노동시장의 작동은 모든 유형의 장애인을 효과적으로 시장의 밑바닥으로 처박아 버렸다."는 모리스(Jenny Morris)의 표현대로, 장애인들은 기나긴 암흑 속으로 빠져 들어가게 된다. 더욱이 19세기 말엽 대두된 사회진화론(social darwinism)과 우생학(eugenics)으로 인해 당시는 장애인과 함께 사는 사회가 과연 바람직한가에 관한 논의마저 일어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장애인 복지의 이런 암흑기는, 전상 장애인(戰傷障碍人)을 양산한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과 지구촌 전체로 확산된 산업화의 후유증인 산재 장애인의 대거 출현을 겪으면서 세계가 장애인 문제를 더는 장애인 그들만의 것이 아닌 사회 전체의 것으로 인식하게 될 때까지 계속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장애를 가진 퇴역 병사에 대한 사회적 책임 의식이 대두되었고, 미국을 중심으로 재활 프로그램 위주의 장애인 정책이 더욱 확대되었다. 전쟁 중에 장애를 입은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