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말
어제와 오늘 남해군지역 4개 코스 약55km를 걸을 계획이었다.
다행이 어제는 27.5km를 무난하게 걸었고 오늘도 창선교까지 두 코스를 걸어 보겠다.
고사리밭 지역에서는 쉴 곳이나 먹거리가 없으니 참고해서 식수와 간식을 준비하고 나선다.
- 걸었던 날 : 2025년 11월17일(월요일)
- 걸었던 길 : 남해구간.(창선파출소~가인~천포~적량정류장~장포~보현사~추섬공원~창선교)
- 걸었던 거리 : 27.2km.(44,000보,7시간30분)
- 누계거리 : 584.4km
- 글을 쓴 날 : 2025년 11월18일.(화요일)
숙소에서 나와 편의점에서 요기를 하고
식수를 보충하고 일찍 출발했다.
시작은 창선면 생활체육공원 단지를 지나는 코스이다.
가을인데 봄꽃인 철쭉이 만발한 꽃밭이다.
계절을 잊은 꽃의 잘못인가?
꽃나무를 헷갈리게 하는 요즈음의 기온이 문제인가?
암튼 세상이 크게 변하고 식물도 제자리를 잃은 모습이다.
창선면 체육공원은 넓고 규모도 대단하다.
축구장과 테니스장,그리고 승마장과 농구코트,
요즈음 대세인 파크골프장과 그라운드 골프장,
그리고 실내체육관과 어린이 공원시설까지 잘 사는 나라 선진국의 종합 체육시설로 충분하다.
내가 모르는곳에 수영장도 있었는지 모르지만
이런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적당한 야산과 바다 그리고 체육공원까지 창선면은 살기 좋은곳인듯 하다.
바다습지를 가로 지르는 도로를 따라 걷고
남해군 창선면 고사리밭을 경유한다.
고사리는 한반도 전지역에 야생하는 산나물인데
이곳에서는 인위적으로 야산에서 대량 생산하는 특산지인듯 하다.
언제부터 재배하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비탈진 야산 언덕에서
고사리를 하나하나 꺽어 수확했을 사람들을 상상하고
그들의 힘들었을 노동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 진다.
고사리 산 하나을 넘었다.
비탈진 야산에서 고사리 나물을 수확하여 농촌소득이 되는
고사리 야산이 신기하기도 하다.
그러나 고사리 산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
고사리 밭은 대관령 삼양목장길 같았으며 두번째 고사리 산을 넘는 여정은 상당히 피곤했다.
어제에 이은 장거리 걸음이 무겁고 재미가 없었는지
아내는 "이번 코스만 끝내고 돌아 갈까?" 라고 말한다.
나는 "아니오!" 라고 잘라 말했더니 섭섭한 모양이다.
자기도 중간에 끝내고 싶음보다 위로 받고 응원받길 원한건데
단박에 거절했으니 무안하기도 했나보다.
에라이~ 눈치 없는 놈!
고사리밭 지역을 벗어나 해안길로 나와
가인리 화석지대를 지나고 천포항을 지났다.
그리고 적량항에 도착하여 QR를 찍으며 이 마을에는 식당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에구야~ 식당도 편의점도 그 어떤것도 없다.
그런데 "미라도르 펜션"의 간이 카페가 있어 들어가 보는데 영업이 끝났다고 문을 닫고 나오다가
걷는 여행자의 모습이 처량했는지 간단한 음료는 해 주실수 있다고 하여
이왕이면 컵라면과 커피를 해 달라고 했다.
새벽에도 편의점에서 컵라면 먹고 출발했는데 점심도 컵라면이다.
그래도 미라도르 펜션 주인이 고맙다.
사실 이번 코스를 공부하면서 펜션 주인장의 유튜브 영상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더니
대화도 편했고 주인의 긍정 마인드를 읽을 수 있었다.
남파랑길 38번코스는 "남해 바래길 5번 코스"이며 "말 발굽길"이다.
말 발굽 길의 의미는 모르지만 해안가 산자락을 넘어 드문 마을들을
연결하는 원시적이고 자연스러운 길이다.
그리고 창선교까지 12km 구간까지 쉼터가 없는 인적이 드문 길이다.
다시 고사리 밭을 지나고 소나무 아래 임도을 걷다가 힘차게 걸어 올라 오는 한 여인을 만난다.
"혼자 걸으세요?" 라고 물으니
"네! 혼자 걷습니다" 라고 답하고 지나친다.
남파랑길을 홀로 걷는 용감한 여인이다.
서로 피곤했기에 아니 서로 벗어나기 위해 짧은 찰라에 묻고 지나쳤다.
지리산을 종주하다가,아니 지리를 야간 산행하다 가도 홀로 걷는 여성들을 만난 적도 있고
백두대간을 홀로 주행하는 여성을 만난적이 있어 크게 놀랍지도 않다.
나는 그럴때면 최대한 대화는 짧게하고 빨리 지나치곤 했다.
산중에서는 사람이 더 무서울것 같아서 그랬다.
창선교을 보며 막바지 해안을 걷는다.
오후 맞바람에 모자의 채양이 위로 말려 들어 모자를 더 눌러 쓴다.
남해안 바다는 죽방염 어업이 아직도 활발한 지족해협이다.
죽방령 어업은 남해의 특별한 어업 방식이며 죽방멸치는 이곳의 특산품이기도 하다.
어제와 오늘 수 없이 많은 죽방 시설을 보며 걸었다.
이제 다리를 건너면 38코스 종점이다.
창선교 위에서 죽방시설을 내려다 보고 창선교을 지난다.
오늘은 새벽에 빠르게 시작해서 오후 3시에 27.2km를 완보했다.
어제와 오늘 적지 않은 거리를 걸었고 다소 지루한 시간도 있었지만
늘 새로운 길이었고 그 길은 다시 걷기 힘든길일것이다.
다만 나는 다시 그길을 이어서 걸어 가야 한다.
나는 왜 길을 이렇게 힘들게 걷는걸까?
.............?
2025년 11월 17일 걷고
2025년 11월 18일 저녁에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