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예빈이를 만나서 신림역 알라딘 중고 서점에 가는 날입니다.
벌써 세 번째 만남입니다.
오후 4시, 예빈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예빈아~ 선생님이랑 4시 반에 보기로 한 거 기억나지?
20분 뒤에 편의점 앞에서 보자! 우산 꼭 챙기고~!"
"네 선생님~"
예빈이는 저와의 약속 시간을 참 잘 지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예빈이를 만나자마자 저의 마음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예빈아~ 오늘로 세 번째 만남인데
선생님과의 만남을 잊지 않고 약속 시간도 잘 지켜줘서 고마워~"
고맙다고 표현을 하자 예빈이는 부끄러워 하며 웃었습니다.
예빈이의 얼굴 표정만 봐도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예빈이의 다양한 표정을 보니
전보다 한결 편해진 모습이었습니다. 다행입니다.
저희는 버스를 타고 서점에 도착할 때까지
어제 밤에는 몇 시에 잠들었는지 뭐하다가 잤는지 등
일상 얘기를 나눴습니다.
서점에 도착해서는 코로나로 인해 앉아 있을 곳이 없었습니다.
"예빈아 다른 사람들이 바닥에 앉아서 책 보는 것처럼
우리도 앉아서 얘기를 해보는 건 어때?"
"어...네 괜찮아요 ㅎ"
제약이 많은 상황이라 자유롭게 카페에서 얘기를 못 나눠 불편했을텐데
예빈이는 그런 기색 하나 없이 모두 이해해주었습니다.
그런 예빈이의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미안했습니다.
예빈이와 저는 앉아서 얘기를 하는 도중저의 짝꿍인 박유경 선생님이 함께 동행해 주셨습니다.
예빈이와 유경 선생님은 서로 처음 만나는 거라인사를 나눴습니다.
그러곤 서점에 들어왔으니 예빈이에게 책을 읽자고 권했습니다.
"예빈아 선생님이 재밌는 활동지를 가져왔는데
짧은 내용의 책 한 권을 읽고 한번 같이 해볼까?"
"아니요! 저 책 읽는 거 싫어해요."
예빈이의 말에 당황했습니다.
예빈이와의 첫만남 때 소설책 읽는 것이 예빈이의 관심사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예빈이에게 후에 서점에 가서 재밌게 책을 읽자는
약속을 했던 지라 이 대답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생각에 혼란이 왔지만예빈이의 솔직한 마음이 너무나도 고마웠습니다.
"예빈아 선생님은 예빈이가 솔직하게 말해줘서 너무 고마워ㅠㅠ
앞으로도 이렇게 싫은 것과 좋은 것이 있으면 바로 바로 말해줘!"
"네 ㅎㅎ"
저의 말에 예빈이는 웃으며 답해줬습니다.
사회적 복지는 관계 복지입니다. 당사자의 인간관계와 지역사회 이웃관계, 그 관계로써 이루는 복지, 관계 속에 흐르는 복지입니다. -복지요결 中
기록을 쓰다 보니 복지요결에서의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예빈이와 여행 활동을 하기 전 가장 중요한 것은 저와의 관계입니다.
완벽하진 못하더라도 관계가 어느 정도 형성이 되면
예빈이가 느끼기에 편안하고 더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예빈이와 유경선생님과 저는 여행 책을 보며
어떤 곳을 가면 좋을 지에 대해 찾아봤습니다.
유경 선생님이 한 눈에 쉽게 볼 수 있는 재밌고 유익한
여행책을 찾아주셨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책에 나와있는 장소 이곳 저곳을 보니
청계천, 덕수궁 등 예빈이가 갔던 곳이 꽤 많았습니다.
"와~예빈아 여기저기 정말 많이 다녔구나. 예빈이 역사 좋아해?"
"네 ㅎㅎ 좋아해요!"
책을 통해 예빈이가 좋아하는 것을 또 하나 알아냈습니다.
이 점을 통해 예빈이와 운현궁을 갈 예정입니다.
예빈이가 좋아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렙니다.
마지막으로 헤어지기 전, 저희는 그 자리에서
각자 서로에게 편지를 써주기로 했습니다.
예빈이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고 썼습니다.
예빈이의 편지 중
'정말 재밌었어요' 라는 말 한마디가 저에게 가장 큰 힘이 되었습니다.
다음 만남 때에는 "싫어요" 보다는 "좋아요"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예빈이와 재밌게 활동하고 싶습니다.
첫댓글 "기록을 쓰다 보니 복지요결에서의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예빈이와 여행 활동을 하기 전 가장 중요한 것은 저와의 관계입니다.
완벽하진 못하더라도 관계가 어느 정도 형성이 되면
예빈이가 느끼기에 편안하고 더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맞습니다. 당사자와 사회사업가의 관계는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관계입니다.
일을 이루기 전 충분히 인사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이마다, 상황마다, 사업마다 그 기간은 달라지기도 합니다.
사업 첫 주에 관계를 잘 다지는 것이 남은 3주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복지요결에도 이렇게 나와있습니다.
"사회사업가와 당사자 사이의 관계는
복지 사업에 종속하는 일시적 관계입니다.
당사자 쪽 관계 곧 ’당사자의 인간관계와 지역사회 이웃 관계‘에 비하면 말단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사회사업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관계입니다.
이 관계가 좋으면, 준비 자원 재주가 좀 부족해도 내용이 부실해도, 잘될 수 있습니다. 잘됩니다.’
복지요결 68쪽 사회사업가와 당사자 사이의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