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리 벽계수(靑山裏 碧溪水)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
일도창해(一到蒼海)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명월(明月)이 만공산(滿空山)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 황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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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와 벽계수와의 이야기는
서유영(徐有英,1801~1874)의 <금계필담(錦溪筆談)>에 자세히 전한다.
황진이는 송도의 명기(名妓)이다.
미모와 기예가 뛰어나서 그 명성이 한 나라에 널리 퍼졌다.
종실(宗室) 벽계수가
황진이를 만나기를 원하였으나
풍류명사(風流名士)'가 아니면 어렵다기에
손곡(蓀谷) 이달(李達)에게 방법을 물었다.
이달이 “그대가 황진이를 만나려면
내 말대로 해야 하는데 따를 수 있겠소?”라고 물으니
벽계수는
“당연히 그대의 말을 따르리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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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이 말하기를
“그대가 소동(小童)으로 하여금
거문고를 가지고 뒤를 따르게 하여
황진이의 집 근처 루(樓)에 올라 술을 마시고
거문고를 타고 있으면 황진이가 나와서 그대 곁에 앉을 것이오.
그때 본체만체하고 일어나
재빨리 말을 타고 가면 황진이가 따라올 것이오.
취적교(吹笛橋)를 지날 때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으면 일은 성공일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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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계수가 그 말을 따라서
작은 나귀를 타고 소동으로 하여금 거문고를 들게 하여
루에 올라 술을 마시고 거문고를 한 곡 탄 후
일어나 나귀를 타고 가니 황진이가 과연 뒤를 쫓았다.
취적교에 이르렀을 때 황진이가
동자에게 그가 벽계수임을 묻고
"청산리 벽계수야..." 시조를 읊으니,
벽계수가 그냥 갈 수가 없어서 고개를 돌리다
나귀에서 떨어졌다.
황진이가 웃으며
“이 사람은 명사가 아니라 단지 풍류랑 일 뿐이다”라며
가버렸다.
벽계수는 매우
부끄럽고 한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