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사다리
정상의 사다리계단
신근식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바로 이 시각이요, 현재며, 지금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살아간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계획을 세우고, 동경하거나 과거에 연연하며 후회하면서 지금 현재의 순간을 무시하고 산다. 현재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삶은 뒤틀어지고 의미 없는 인생이 된다.
누군가 말했다. “어제의 고통은 이미 충분히 겪었는데 곱씹을 이유가 무엇인가? 내일의 고통 역시 아직 닥치지도 않았는데 미리 걱정할 필요가 있겠는가?
삶 속에 주어진 ‘오늘’이라는 순간을 충실하게 여기고,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가면, 그 앞에 희망의 빛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지난 일요일 ‘희망산악회’에서 충남 공주시 동학사가 있는 계룡산(鷄龍山) 산행을 하였다. 계룡산은 주봉인 천왕봉(845m)과 연천봉, 삼불봉, 관음봉, 형제봉 등 20여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 능선 모양이 마치 닭 볏을 쓴 용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 오늘 산행 목표 정상은 관음봉(766m)이고 거리는 약 5.5Km(왕복 11Km) 원점 산행으로 약 4시간 소요된다고 한다.
대구에서 오전 8시 출발하여 10시 30분에 동학사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참석인원은 24명이다. 단체촬영 하고, 산행 정상조와 산책조로 나누었다. 공교롭게도 각각 12명으로 구분되었다. 나도 정상조에 편승하여 오후 3시 반에 하산하기로 하고 다 같이 관음봉에 올랐다. 정상을 향해서 사다리계단을 펼쳤다.
동학사(東鶴寺) 지나 계곡의 오솔길도 걸으면서 두루 봄꽃을 구경하였다. 특히 진달래가 많이 피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드디어 산중턱을 오르는데 너무 가파르기 때문에 합성나무로 계단을 설치해 놓았다. 계단이 꼭 사다리 같은 모양으로 높이 펼쳐져 있다. 올라야할 산이기에 힘들지만 다리를 꾹꾹 누르면서 한 계단씩 오르는데 위로 쳐다보니 앞이 까마득하다. 조금 올라가니 쉬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그때서야 아래를 내려다본다. 많은 상춘객들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경치가 너무나 좋았다. 연분홍색 진달래가 탐스럽게 피여 있다. 경이로운 자연을 담아 가기 위해서 연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됐다. 이 계단위에서 평온함과 안정을 찾는다.
다시 사다리계단이다. 정상(頂上)을 향해서 열심히 올라야 한다. 마치 인생의 단계처럼 한 계단씩, 한 계단씩 천천히 올라가야 안전하다. 한 살씩 먹는 나이라는 사다리도 마찬가지로 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떨어질 것 같아 위험하다. 그 위험에 익숙해져야 높이 올라갈 수 있다. 그리고 나면 멀리 보고 넓게 볼 수 있다. 오르고 보니 이제 인생 오래 산 경험처럼 마치 익숙해진다.
우리가 오르고 있는 산은 바위가 많고 정말 악산이다. 그래서 계단을 많이 설치하여 두었다. 사다리계단은 끝이 보이기 시작하여 마지막으로 내려다보았다. 아찔하다. 사람은 11m 높이에서 가장 큰 공포를 느낀다고 한다. 아파트 4층 정도 되는 높이이다. 우리가 시도하는 인생의 모든 도전에도 11m의 높이처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는 시기가 오게 된다. 사다리계단의 중심부에 멈춰 선 생각이다.
은선폭포를 지나 사다리계단의 종착지에 와 있다. 사다리계단 아래는 지나온 과거, 위쪽은 다가올 미래다. 그렇다면 지금 올라온 자리 지금, 여기에만 집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정상조 12명 중 나와 같이 있는 4명이 선두보다 많이 처져있다. 정상 위로 쳐다보니 아직 족히 30분~40분이 걸리겠다 싶어서 따라 올라갈 것인가, 아니면 도중에 하차할 것인가를 의논 하였다. 나는 “자기 체질에 맞게 올라온 현재 이자리를 내가 생각하는 정상이다”라고 하였다. 모두 찬동하고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고 점심을 먹었다. 정상까지 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기보다는 탁월한 선택을 했다고 자축하면서 몸과 마음을 다스렸다. 사다리계단 오름의 자중이다.
계단을 천천히 걸어 오르면 생각하게 되고, 주변을 살펴보게 된다. 결코 행복은 멀리, 높이 있지 않다. 내가 내딛는 작은 발걸음에 행복으로 향하는 계단이 놓여 있다. 요즈음 지하철에서 지상으로 이어지는 계단에 마치 피아노 위의 건반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 같다. 거기다 LED 조명까지 계단에 수놓으니 현대적인 감각의 계단이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계단을 잘 올라야 오래 산다.
사다리라는 이동식 계단도 있다. 고대의 전장에서는 성벽을 넘어서 정복하기 위해 쓰이던 사다리로부터, 현대의 가장 최신의 계단은 소방차의 장착된 응급상황에까지 유용한 사다리계단이다. 전자는 사람을 죽였지만, 후자의 현대식 사다리는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사용된다.
우리는 각자의 사다리계단을 오르고 있는 중이다. 꼭 올라가야만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마음을 비우고 내려가는 법도 배우고 싶다. 웃어른이 해주신 말에 “너무 위만 바라보지 마라 살다보면 때로는 아래도 보면서 살아야 되더라.” 지금 이 자리, 지금의 나 오늘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정상의 사다리계단을 향하여 천천히 오르내린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바로 이 시각이요, 현재며, 지금이다. 닭 벼슬 쓴 용을 닮은 계룡산에서는 한때 전국의 무속신앙이 가장 깊은 곳이었다. 세상 살면서 사다리 타듯 오르는 데만 급급하였다. 사다리는 오르는 기능도 있지만 분명 끝까지 올라갔으면 내려와야 하는 기능도 있다. 어떻게 내려갈까? 예전에 내가 너무나 잘 나갔는데, 현재는 바닥 신세다 하는 것은 결코 잘 살아 온 삶이 아닐 것이다. 사다리 오르는데 발 한 번씩 올려 디뎠듯 내려오는 것도 천천히 한 발씩 헤아리듯 내려 디디면 될 것이다. 가장 보편타당하고, 가장 평범해 보이듯 하지만 이것이 정녕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삶을 정리하는 길일 것이다.
(20230328)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
카페지기.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병구환하신다고 애많이 써십니다
같이 교실에서 쉬업하지 못해 못내
안타깝습니다
어서 빨리 나오셔서 밝은얼굴
비추어주세요
네~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을 읽으니 대전 계룡산의 그림이 수채화처럼 느껴지네요. 소소한 행복의 사다리글 잘 읽었습니다요~
늘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