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원숭이가 읽어주는 오늘의 과학기술] 유전자 조작 돼지와 장기이식의 미래
현대 생물학과 의학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 왔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과제가 많습니다. 특히 일정 정도 이상 손상된 기관을 재생하는 기술은 굉장히 드물지요. 비교적 사소하게는 인대나 건 같은 결합조직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운동하다 어깨나 손목을 삐끗해서 정형외과에 찾아가본 적 있는 이들이 누구나 공감하듯이, 근본적으로는 ‘나을 때까지 쉬세요’ 이상의 처방은 제한적이지요. 그나마 결합조직은 주로 기계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인공관절로 교체하거나, 토미 존 수술처럼 다른 부위의 힘줄로 대체할 수 있기는 합니다.
주요 내장기관의 경우 생명과 직결되어 있기도 하거니와 결합조직에 비해 기능이 훨씬 복잡하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대체하기가 매우 어려워서 장기 기증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공심장의 경우가 비교적 개발이 많이 진행된 편입니다만, 심장의 기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완전인공심장(total artificial heart)은 심장 이식을 기다리는 동안의 일시적 치료법 [1]으로만 승인받았지요.
하지만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장기를 살아 있는 사람이 기증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때문에 장기기증은 항상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합니다. 미국 보건자원 및 서비스 행정국(HRSA)의 통계 [2]에 의하면 미국에서 장기기증을 기다리는 환자는 10만여 명 정도입니다. 평균적으로 장기기증자 1인당 8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데, 2022년에 진행된 이식 수술은 4만 건 정도라 매일 약 17명의 환자가 장기이식을 받지 못해 사망한다고 해요.
때문에 건강한 장기를 무제한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SF 작가들은 이식용 장기를 생산할 목적으로 길러지는 복제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여럿 써내기도 했지요. 하지만 인류의 생명윤리관이 급격하게 퇴행하기 전까지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인지라, 현실적으로 언급되는 대안은 이종이식(xenotransplantation)입니다. 사람이 아닌 다른 종의 장기를 이식하는 방법이지요. 특히 유전자 조작을 통해 안전한 이식용 장기를 맞춤 생산하는 기술은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서 선정한 2023년 10대 혁신 중 하나 [3]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이종이식은 의외로 역사가 긴 수술법입니다. 1960년대에 미국 툴레인 대학교의 키스 림츠마(Keith Reemtsma) 교수가 침팬지의 신장을 신부전증 환자에게 이식 [4]한 사례가 최초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에는 면역억제제가 많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식된 신장은 대부분 면역반응으로 인해 망가졌지만, 환자 중 하나는 9개월 동안 생존했고 사망원인도 면역반응은 아니었다고 해요. 이종이식의 기본적인 원리나 한계, 가능성을 타진한 사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최근에는 이종이식의 후보로 돼지가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침팬지의 경우 인간과 유전적으로 유사하기는 하지만 장기의 크기가 너무 작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돼지의 심장은 인간의 심장과 크기와 구조가 유사한 편입니다. 무엇보다 대량사육이 굉장히 수월한 종이기 때문에 돼지 장기이식이 성공적으로 자리잡는다면 사실상 공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역시 최대의 허들은 급성 면역반응을 회피하는 일입니다. 급성 면역반응은 혈관을 연결하고 불과 몇 분만에 나타나기도 한다고 해요.
최초의 돼지 심장 이식 [5]은 2022년이었습니다. 미국의 메릴랜드 의과대학에서 57세 환자에게 시행된 수술로,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United Therapeutics) 사에서 유전자조작을 통해 면역반응을 억제한 돼지 심장이었습니다. 총 10개의 유전자가 조작 [5]되었는데요, 우선 돼지의 이종이식항원(xenoantigen) 3개를 녹아웃시킵니다. 면역계를 더 혼란시키기 위해 인간의 유전자 6개를 삽입하고, 마지막으로 심장의 크기가 필요한 것보다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성장호르몬 수용체를 억제했지요.
심장 이식은 초기에 상당히 성공적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식된 돼지 심장이 정상적으로 박동한 탓에 환자는 바이패스 없이도 움직일 수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이식 40일 이후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했고 결국 이식 2개월 이후에는 사망했습니다. 검시 결과 급성 면역반응의 흔적은 없었고, 명확한 사망 원인을 찾아내기는 어려웠지만 돼지의 거대세포바이러스(porcine cytomegalovirus)가 검출되었다고 해요. 메릴랜드 의과대학 의료진들은 잠정적으로 바이러스 감염이 사망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종이식에서의 바이러스 감염 문제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제기된 적 있었습니다. 특히 돼지의 경우 이따금 유행하는 돼지독감(swine flu)처럼 인수공통전염병을 일으킬 우려가 있기에 최악의 경우 돼지 장기의 이식으로 인해 전례 없는 팬데믹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었어요. 굳이 팬데믹으로 번지지 않더라도 장기이식 이후에 바이러스 감염을 통제할 수 없다면 수술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어렵겠습니다.
장기이식에서 감염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면역계에 상당히 많은 조작이 가해지기 때문입니다. 심장이 돼지에서 인간으로 이식되면서 당연히 인간의 면역계가 작동하게 되는데요, 돼지의 면역계에서는 증식이 충분히 억제되고 있던 미량의 바이러스가 인간의 면역계에서는 억제가 사라지며 빠르게 증식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겁니다. 이식에 따른 면역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투여한 것 역시 감염을 억제하는 데 도움은 되지 않았을 거고요. 과거 돼지의 심장을 개코원숭이에게 이식한 사례에서도 바이러스의 존재 여부 [6]가 이식된 장기의 수명에 큰 영향을 줬다는 보고가 있었고요. 유전자조작 심장 이식 치료법이 널리 도입되려면 당연히 여러 차례의 임상이 진행되어야 할 텐데, 바이러스 감염의 원인이나 해결책을 규명하는 것이 선결 과제로 보입니다.
유전자 조작 돼지 장기는 이식용 장기의 공급이 부족한 현재 상황을 해결하는 가장 가까운 해결책 중 하나로 보입니다. 3D프린팅 [7]을 이용해 장기를 제작하거나, 오가노이드를 삽입 [8]하거나, 심지어는 스스로의 복제 태아를 만들어서 장기를 배양 [9]하는 스타트업까지 나오기는 했지만 기술적인 어려움이나 생명윤리의 문제를 생각하면 넘어야 할 산이 더 많을 테니까요.
*참고 자료
[1] National Heart, Lung and Blood Institute, What is total artificial heart? (Apr. 12, 2023).
[2] Health Resources & Services Administration, Organ Donation Statistics (Mar. 2023).
[3] MIT Technology Review/Antonio Regalado, Organs on demand: 10 Breakthrough Technologies 2023 (Jan. 09, 2023).
[4] D. K. C. Cooper, Proc. Bayl. Univ. Med. Cent. 25, 49 (2012).
[5] W. Wang et al., Innovation 3, 100223 (2022).
[6] J. Denner et al., Sci. Rep. 10, 17531 (2020).
[7] MIT Technology Review/Antonio Regalado, The entrepreneur dreaming of a factory of unlimited organs (Jan. 11, 2023).
[8] MIT Technology Review/Jessica Hamzelou, How we’ll transplant tiny organ-like blobs of cells into people (Sep. 23, 2022).
[9] MIT Technology Review/Antonio Regalado, This startup wants to copy you into an embryo for organ harvesting (Aug. 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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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통신원(여원(필명) 등록일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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