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에는 왕의 권위와 신성함을 상징하는 여러 문양들이 있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가장 으뜸은 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용은 여의주를 지녔는데, 바람을 일으키고 비를 부르며 자유로이 몸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신성한 힘을 가진 동물로 그려집니다. 실재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인간의 끊임없는 상상력을 통하여 천태만상의 모습으로 변화하는 능력을 가진 동물로 여겨졌지요.
왕의 어좌를 용상이라 불렀고, 왕의 평상복은 용포라고 했어요. 특히 정전(正殿) 천장의 용 문양은 궁궐 건축물의 백미로 꼽히고 있으며 그 종류도 다양하고 신비롭기까지 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임금님을 알현하는 숙연한 자세를 취하게 만들어줍니다.
덕수궁 중화전의 오조룡(五爪龍), 경복궁 근정전과 경희궁 숭정전의 칠조룡 그리고 환구단 황궁우의 팔조룡은 용에도 등급이 있음을 알려줍니다. 그 등급은 발가락의 수로 표현되는데 일반적으로 황제는 일곱, 왕은 다섯, 세자는 네 개의 발가락으로 알려지고 있답니다.
특이한 것은 황궁우의 팔조룡인데, 이는 황궁우가 하늘에 제사를 모시는 공간으로 팔각형의 평면에 기둥도 팔각형으로 되어 있어, 팔이라는 숫자에 무슨 깊은 뜻이 숨겨 있음직합니다. 아마도 팔괘에서 비롯된 황제의 수가 아닌가 짐작할 따름입니다.
용은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마다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 이미지를 만들어 왔기에 어떤 정형화된 모습이 있을 수 없겠으나 수많은 이미지 중에 그나마 가장 이해하기 쉬운 것을 옮겨보겠습니다.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코는 돼지, 목덜미에서 몸통은 뱀, 배는 조개, 비늘은 물고기, 발톱은 매, 다리와 손바닥은 호랑이와 비슷하다고 하네요.
전설에 의하면 용은 모두 81개의 비늘을 몸에 지니고 있는데, 이는 가장 큰 양의 수 9가 두 번 겹친 수를 의미하며, 턱밑에 한 자 정도 길이의 거꾸로 난 비늘을 역린(逆鱗)이라 부르고 이를 잘못 건드리는 자는 죽음을 면치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하늘의 용은 지상의 왕을 상징하는 상상의 동물입니다. 궁궐 곳곳에 있는 용의 문양은 왕권 강화에 중요한 힘의 원천이었음을 다시금 느끼게 하여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