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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숲의 꿈
함안여중 1학년 이여은
숲의 꿈은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서
푸르게 남아
고단한 삶에
지쳐버린 사람들을
푸르름으로 품어주는 것
우리가 한발 더 물러나면 이루어질
소박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숲의 꿈
나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지친 사람들을 품고
꿈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소망하는
푸른 숲이 되고 싶다
-운 문 -
<장원(초등 저학년)>
겨울
가야초 3학년 박윤원
누가 불렀을까?
함박눈이 펄펄 내린다
사람들의 몸에 하얀 눈을
뿌리는 것이
마치 엄마가 아이에게
이불을 덮어 주는 것처럼
포근하다
엄마는 한 아이의
엄마이지만
함박눈은 모든 사람의
엄마다
<장원(초등 고학년)>
소풍
가야초등학교 6학년 이가혜
봄꽃이 활짝 피었다고
우리할머니 나들이 가시고 싶어
안경알을 자꾸 닦으신다
분홍블라우스를 꺼내
거울에 비추어 보신다
긴 겨울동안
방안에서만 계시던 우리할머니
기분좋게 나들이 하시게
내가 옆에서 부축해 드려야지
손잡아드려야지
<장원(중등)>
할머니와 나
함안여중 3학년 안혜지
할머니 같지 않은 우리 할머니는
동생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할머니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할머니는 내가 하는 말이면 다 믿으신다
길에서 어쩌다 마주치면 함박웃음 지으시며
주머니속 꼬깃꼬깃 접은 천원짜리 지폐 한 장을
곱게 펴서 내 두손에 쥐어 주신다
내볼을 붉게 만드시는 우리 할머니는
나와 천년만년 사는 게 꿈이라고 하신다
나는 할머니가 아프지 않으시면 좋겠다
<장원(고등)>
꽃씨
함안고 3학년 박재우
저기 바람이 불어온다
신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이 나에게 손을 내민다
커다란 빌딩산을 너머
빽빽한 사람숲을 지나
바람이 나를 데려간 곳은
차갑지만 포근한 흙침대
나를 내려놓고 훌쩍떠난 바람
이제 나에게 남은 일은 단하나
다음 봄 나는 또다른 나를
바람에 실어 어디론가 보내겠지
- 산 문 -
<장원(초등 저학년)>
저 금 통
가야초 3학년 이지현
불우이웃돕기를 위해서 우리는 저금통에 동전 한 개씩 한 개씩 넣지요. 그러다가 동전이 줄어들지요. 돼지 저금통에 돼지는 “꿀 꿀” 밥을 달라하지요. 돼지는 배가 고픈지 눈을 동그랗게하고 사람들을 바라보지요. 사람들은 하는 수 없이 한숨을 “휴∼”하고 동전 한 개씩 한 개씩 돼지저금통에 넣지요. 돼지는 좋다고 좋다고 웃으면서 사람들을 바라보지요. 불우이웃돕기가 시작되는 날에 돼지저금통은 불쌍한 사람들에게 전달되지요. 돼지는 그것도 모르고 싱글벙글 웃지요. 나는 생각했지요. ‘돼지야! 돼지야! 우리 불쌍한 사람들에게 네 동전을 잘 나누어 주렴?’
<장원(초등 고학년)>
사 진
대산초 5학년 천승일
우리집 부엌 엄마의 작은 공간에는 특별한 사진 한장이 걸려있다. 그 사진은 벌써 10년도 넘었지만 유채꽃은 아직도 노란빛 그대로다. 엄마가 그토록 애지중지 여기시는 그 사진은 유채꽃 속에서 엄마 아빠가 다정하게 웃고 있다. 그 많은 사진중에서 나는 엄마가 왜 그토록 그 사진을 아끼시는지 안다. “나도 저렇게 꽃처럼 예쁘고 팽팽할 때가 있었네. 언제 다시 저 꽃밭에 앉아볼까?” ‘엄마 그렇게 제주도에 가고 싶으세요?’ “그래 이 엄마 평생소원은 신혼여행 때처럼 유채꽃 필 때 제주도에 다시한번 더 가보고 싶은 것이다.” ‘치∼무슨 소원이 그렇게 시시해요?’ “….” 엄마는 대답대신 사진을 쳐다보신다. 나는 안다. 우리엄마의 소원이 왜 그렇게 소박해졌는지를. 나와 동생, 그리고 막내동생까지 낳아서 키운다고 그동안 여유가 없으셨던 것이다. 지금도 엄마는 동생키운다고 고생을 하신다. 날마다 한바구니씩 쏟아지는 우리들의 때묻은 빨래, 아빠의 작업복, 그리고 과일물이 들어서 잘 지워지지 않는 막내의 옷까지 씻고, 삶고, 말리고…. 거기다 청소와 식사준비, 동생 이유식까지 하면 엄마는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내가 12살이니까, 엄마는 거의 11년동안 그렇게 힘들게 살아오신 것이다. 그럴때마다 엄마는 그 사진을 보며 마음을 달래셨다. 그리고 그동안 조금씩 붓던 적금이 이제는 우리 가족이 제주도 여행을 가고도 남을 만큼 되었다. 하지만 과연 우리 엄마가 여행을 갈지는 알 수가 없다. 돈이 아까워서 말이다. 또 그 사진을 보며 마치 몇 년은 따뜻한 봄날, 노란유채꽃밭에 앉아서 신혼여행을 즐기는 신혼부부가 된 것 같은 생각 속을 여행하며, 엄마는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 가끔 엄마한테 미안해서 모르는 척 외면하는 그 사진을 아빠도 쳐다보며 웃는다는 걸 나는 안다. 엄마가 힘들고 지칠때마다 내가 엄마의 꽃이 되어 드려야겠다. 사진속 저 유채꽃처럼….
<장원(중등)>
여 행함안여중 3학년 이수연
티 없이 맑은 연한 빛의 하늘 속, 새하얀 구름과 따스한 손길을 보내는 태양이 자연의 싱그러움을 나에게로 전달해주는 어느 날 아침, 외출 준비로 인해 바쁜 나에게 엄마가 말씀하셨다. “수연아, 주말이나 방학때 시간을 내어서 가족여행을 가는 것 어때? 지금까지 제대로 된 여행을 가본 적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더 많고 다양한 경험을 길러주고 싶어서 그래.” 엄마는 평소처럼 환한 얼굴로 물어오셨지만, 늦잠을 잔 탓에 준비기간이 촉박했던 난 그 말이 귀찮다는 듯 신경질을 냈다. ‘갑자기 무슨 여행이야? 해야 할 숙제가 얼마나 많은 줄 알아? 괜히 이상한 말 꺼내지 말고 빨리 밥이나 줘!’ 괜한 신경질이었지만 엄마는 그저 웃으시며 다시한번 생각해보라 하실 뿐이었다. 그렇게 난 친구들과 만나기로한 장소로 갔다. 항상 나를 먼저 챙기시는 엄마의 가슴에 상처를 준 것도 모르는 채…. 우리는 마산에 위치한 ‘애육원’으로 봉사활동을 갔다. 그 곳은 부모가 없거나, 있어도 양육하기가 곤란해 할 수 없이 맡겨진 어린 천사들이 함께 생활하는 곳이었다. 평소 어린 아이들을 굉장해 좋아하는 나인지라, 조그마한 볼과 손을 가진 귀여운 아이들을 볼 생각에 아침에 엄마에게 화를 냈던 것은 어느새 잊어버리고 신이 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더구나 이토록 귀엽고 어린 아이들을 보면 순수한 동심의 세계가 내 마음을 사로잡는 것 같아 더 마음이 들떴다. 칙칙한 회색 빛 도심속의 어른들에게서는 다행히도 낯을 가리지 않고 또랑또랑하고 귀여운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아이들 덕분에 ‘부모님께 버림을 받았다고 우울해하진 않을까.’ ‘잘 다가갈∼수 있을까.’ 라는 걱정은 저 멀리 사라져 버렸다. 오히려 우리를 반기면서 “안아 주세요”라고 말하는 모습에 용기도 얻고, 한편으론 얼마나 사람의 정이 그리웠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깝기도 했다. 이 작디작은 천사들이 따뜻한 인정을 가진 어른들의 돌봄속에서 자라나고 있구나 싶어 다행스러운 마음과 애처로운 마음이 어우러져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아이들 모두에게 눈높이를 맞추며 관심을 가지던 중 여섯 살 정도 보이는 한 남자아이가 눈에 띄었다. ‘임준우’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그 아이는 선생님 곁에만 붙어 있었고, 선생님께서 잠시만 보이지 않아도 금세 울음을 터뜨렸다. 한눈에 보기에도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아이처럼 보였다. 내가 손을 내밀며 ‘누나랑 놀자! 뭐하고 싶어?’라고 물어도 선생님 뒤로 숨어서 두려운 눈으로 나를 피할 뿐이었다. 또래보다 키도 몸집도 작은 준우는 소극적인 성격 때문에 밥을 먹을 때나 낮잠을 잘 때, 줄을 서는 시간에도 늘 혼자였다. 계속 선생님만을 찾는 준우의 모습에 소극적이었던 나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찡했다. 쓸쓸하고 외로워 보이는 준우가 너무 안쓰러웠던 난 그 아이와 친해지고 싶어서 사탕도 건네주고, 같이 놀자며 손을 내밀어 주고 눈높이를 맞추어 말을 건넸다. 아직 낯설어서인지 나에게 다가오지 못하는 준우가 좀 섭섭하기도 했지만 그 아이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을 멈출 수는 없었다. 어느새 낮잠시간이 되어 아이들을 모두 재운 선생님께서 조용히 말을 꺼내셨다. “준우 부모님은…. 준우가 아주 어릴 때 이혼하시고 두분다 재혼하셨나봐. 두분다 준우를 맡을 수 없다고 하시고, 혼자 남은 할머니께서도 준우를 맡을 여력이 되지 않아 우리 애육원에 맡기신 거야. 그 어린나이에 부모님이 모두 자신과 있지 않으려고 싸우는 걸 준우가 계속 봐야만 했단다. 그래서 준우는 마음의 상처를 무척 많이 받았고, 항상 부모님을 그리워해….” 준우가 그런 아픔을 가지고 있었다니…. 한참 부모님 곁에서 귀여움 받고 활짝 웃으며 지낼 나이인데…. 부모님이 더 이상 자신과 함께 계시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이 무척이나 아파왔다. 잠시 후 선생님께서 급한 용무가 있으시다며 자리를 비우신 후, 천사 같은 아이들이 한참 단잠에 빠져 있을 방으로 갔다. 제일 구석자리에서 곤히 잠이 든 준우의 얼굴은 준우가 깨어 있을 때는 전혀 보지 못했던 평화로움이 묻어나 있었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부모님을 꿈에서라도 만나는 것일까…. 함께 손을 잡고 행복했던 어느 봄 햇살처럼 눈부신 나날을 떠올리는 것일까…. 준우의 행복한 웃음을 뒤로한 채 방을 내려오는데 ‘나의소원’이라는 주제로 그린 아이들의 그림이 보였다. 다른 아이들의 그림엔 부모님으로부터 인형․로봇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지만, 준우의 그림엔 엄마․아빠와 준우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그림으로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것 같아 안쓰럽고 마음이 찡했다. 그때 갑자기 뒤척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준우가 잠에서 깨어 나를 쳐다보았다. 잠을 잘 때 볼 수 있었던 평화로운 미소를 이젠 볼 수 없었다. 나를 빤히 바라보는 준우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준우야, 여기 이 그림에 부모님이랑 준우랑 행복한 모습을 그린거야?’ 준우 역시 소극적으로 조심히 이야기 했다. “엄마랑 아빠랑 나랑 여행하고 있는 거야…. 내소원은 엄마랑 아빠랑 여행하는 거야. 엄마 아빠는 준우 미워해도 준우는 엄마랑 아빠가 좋은데, 엄마 아빠는 나를 잊어버렸나봐.” 눈물이 흐를 것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준우가 너무 안쓰럽고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이 어린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나로서는 전부 이해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부모님이 얼마나 그리울까…. 준우가 부모님과 여행하는 것이 소원이라 했을 때, 나는 아침에 엄마에게 화를 냈던 것이 부끄러워졌다. 준우처럼 부모님과의 추억을 절실히 원하는 아이도 있는데 나는 나를 먼저 걱정하는 엄마에게 그렇게 신경지를 내다니…. 죄송하고 부끄러운 마음과 준우에 대한 안타까움이 한데 뭉쳐져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가족과의 추억과 사랑은 정말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봄바람이 나의 얼굴을 살랑이며 간질인다. 아름다운 색색깔의 꽃잎이 화려하게 수놓은 파릇한 초록색의 풀잎엔 가족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이 함께 수놓아져 있을 것이다. 어느 따스한 봄햇살이 나를 비추어 주는 그날 이후 우리가족은 함께 수놓아져 있을 것이다. 따스한 봄햇살이 나를 비추어 주는 그날 이후, 우리가족은 함께 모여 새로운 추억을 쌓을 봄처럼 아름다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름이 점점 다가올수록 우리가족의 사랑도 점점 더 뜨겁고 강력해져만 간다.
<장원(고등)>
문자 메시지
명덕고2 조예은
이젠 모서리가 다 닳아버린 내 구식 휴대폰을 바라보며 “너 그 휴대폰 아직도 안 바꿨어?” 하고 친구가 물어왔다. 내 휴대폰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친구의 손에는 다름 아닌 스마트폰이 들려져 있었다. 이미 약정기간을 훌쩍 지나버렸지만 나는 내 구식휴대폰을 새것으로 바꿀 수 없었다. 질린듯한 표정을 짓는 친구에게는 그냥 말없이 웃어 보일뿐이었다. 나는 기숙사생이었다.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들어간 기숙사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주말이 되어 집에 돌아가면 잠자기 바쁜 그런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어느 날, 평소와 같이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 즈음 도착한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피곤한 몸으로 집에 돌아가면 수고했다며 웃어주던 엄마가 잠시 외출했을 것이라는 내 예상대로 거실 식탁위에는 엄마가 만든 샌드위치와 함께 쪽지가 남겨져 있었다. 노오란 포스트잇 위에는 “금방 올 테니까 이거 먹고 있어” 하고 가지런한 엄마의 글씨체가 들어차 있었다. 버릇처럼 소파에 드러누워 TV채널을 돌렸다. 그러고는 나도 모르게 살풋 잠이 든 모양이었다. 틀려진 TV채널위로 휴대폰 알림음이 들리자 깜짝 놀라 잠에서 깻을 땐 이미 해가 넘어간 뒤였다. 졸린 눈을 비비며 휴대폰을 확인했다. 엄마에게서 온 문자였다. ‘따….알? 사랑하….뭐라고 쓴 거야 도대체.’ “따ㅏ 사랑하ㅏㄱ고 엄ㅇ마ㄹ가 항상 응ㅇㅓㄴ하고 이쓸게 사랗해.” 엄마의 문자는 반듯한 글씨체와는 달리 서툴렀다. 나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귀찮음에 답장도 보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뒤늦게 엄마가 탄 지하철에 사고가 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하철 참변, 그 사건 속에 바로 우리 엄마가 있었다. 서툰 솜씨로 나를 위해 아마도 우리엄마는 타오르는 불길속에서도 나를 위해 문자를 보냈을 것이다. 집에 오면 잠자기 바쁜 못난 딸을 위해 서툰 솜씨로 한글자, 한글자 힘겹게 적어 내렸을 엄마의 문자 때문에 내 휴대폰의 모서리가 다 닳아 버리고도 나는 휴대폰을 바꾸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