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고양이의 결단
나는 아침 6시40분 쯤 되면 중요한 일을 마치고 잠시 집 밖으로 나가 간단하게 산책하는 버릇이 있다.
그날도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꼬리를 높이 세우고 내 앞을 가로 막고 서 있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고양이가 있건 말건 상관하지 않고 지나쳐 나갔다. 이런 일이 몇 번 있은 후에야 비로소 나는 고양이 행동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는 고양이 행동이 이상해 집 주위를 살펴보다 깜짝 놀라게 되었다. 고양이가 우리집 처마 밑 실외기 안쪽에다 새끼를 4마리나 낳은 것이었다. 혹시 자기 새끼를 해칠까 봐 길을 막아 섰던 것으로 판단이 되었다.
연일 비가 많이 내리는 날씨였지만 실외기 안쪽은 그래도 비를 피해 거처할만한 곳이었다. 고양이가 새끼를 낳으려 할 때 니름 얼마나 안전을 곳을 찾기위해 고심했을까?를 생각해 보니 참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결코 실외기 안쪽은 그렇게 썩 좋은 곳은 아니었다. 에어컨을 켤 때마다 소음이 상당히 심하기 때문이다.
집 안에 새끼를 4마리나 낳은 고양이 있으니 원래 우리집 고양이는 아니지만 그냥 모른척 할 수가 없어 집사람과 함께 마트에 가서 고양이 사료를 사왔다. 밥그릇과 물그릇을 준비해 처마 밑에 사료를 듬뿍 담아 주었다. 고양이 엄마는 우리가 보이지 않을 때 고맙다는 듯 편안하게 잘 먹았다. 비가 내리지 않을 땐 새끼들과 함께 마당에서 뒹글며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보니 참 행복해 보였다. 엄마 고양이는 늘 새끼고양이들을 감시하고 보호하는 모습이었다.
며칠 후 우리부부는 1박2일 일정으로 먼 곳에 다녀오게 되었다. 돌아오면서도 그 고양이 가족들이 생각이 났다. 잘 있을까......? 드디어 집에 도착해 실외기 안쪽을 보러갔다가 깜짝 놀랐다. 고양이들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주변을 살펴보아도 고양이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고양이 엄마와 새끼 4마리 모두 어디론가로 훌쩍 떠났던 것이다.
갑자기 서운한 생각이 들었지만, 고양이 엄마 생각이 옳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에어컨을 켤 때 마다 실외기 돌아가는 소음이 컸을텐데, 엄마 고양이는 결단을 내려 결국 어디 조용한 곳으로 새끼들을 위해 환경이 좋은 곳으로 이동해 갔을 것이다.
그러다 오늘 낮엔 못 보던 엄마 고양이가 나타났다.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모습을 보니 배가 고프니 밥을 달라는 표정 같았다. 얼른 집안에 들어가 사료를 꺼내 한 접시 가득 부어 주었다. 사람을 경계하는 듯 잠시 머뭇거리다가 열심히 먹는 모습을 보니 새끼 4마리를 키우는 어미 고양이 배가 얼마나 고플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이동해 간 어미 고양이를 보면서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들 조차도 ‘엄마는 강하다!“ 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20230904 iljeon
첫댓글 정말 잘하셨어요.
새끼 고양이가 너무 귀엽네요.
한갖 미물이지만 모성애, 또한 자식을 안전하게 지키려는 보호 본능이 보이네요
아름다운 두 분의 모습을 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