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자부심, 파타고니아 토레스 델 파이네
솔직히 남미 오기 전에
파타고니아는 스포츠 의류 상호명인줄 알았지 실제 바로 남아메리카 최남단을 의미하는 지명인 줄은 몰랐어.
이렇게 준비 하나 하지 않고 왔으니...반성
그러니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다.
막상 호수와 바위가 만들어낸 절경을 보는 순간 내가 빙하처럼 얼어붙고 말았다. 그토록 칠레가 자랑할 만한 이유가 있었어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토레는 탑을 뜻하고 파이네는 청색을 의미해
그러니까 청색의 탑들이 솟아 있는 걸 보면 됨
파란 호수에 비친 산군이 아닐까 싶어
지구는 참 오묘해. 마그마가 분출해 봉우리를 이루고 빙하에 깎여 오묘한 지형을 만들어냈지. 그야말로 지구는 위대한 조각가야
다이어트한 인수봉 여러개가 하늘 향해 치솟은데다가 하얀 눈까지 머리에 뒤집고 있으니 한국인이 열광하지 않을 수 없어
그러나 이 아름다운 자태는 쉽게 보여주지 않아. 남극에서 올라온 태평양의 습한 공기가 안데스 산맥에 부딪혀 이곳은 늘 비가 많이 내리고 안개가 늘 머무른다. 그리니까 운빨이 좋아야 산세를 볼 수 있다. 실제 산행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푸에르토 나탈레스에는 날씨가 좋아지길 기다리는 관광객이 부지기수
그러나 막상 청명한 날씨라도 가까이 다가가면 구름 커튼을 쳐 버리는 요상한 산이야. 그러니까 운빨은 순전히 산신께 맡기는 수밖에 없어
나야 패키지 여행이기에 먼발치에서 입맛을 다실 뿐이다. 3일만 자유를 준다면 구석구석 마구 뛰어다녔을 거야.
만약 다음에 남미를 찾는다면 4박 5일 파타고니아의 w트레킹이나 피츠로이 빙하 트레킹을 할거야.
우리 일행 중에 날씨 요정이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장엄한 자태를 보여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데 그 요물딱지 운무가 나름 괜찮은 비경을 만들어 내고 있지.
실은 아침에 침울했어. 우리가 갈 먼 산을 바라보니 짙은 구름이 눌러앉아 있는거야. 그럼 그렇지 내 팔자에~~안개 때문에 아쉬움이 많은 장가계2가 재현되는 것 아닌지
마음을 비우고 깊은 속내로 들어가는데~초입에 무지개가 반기는 거야.
'이종원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버스 양 옆자리를 옮겨 다니며 사진을 찍는데 손이 떨리더군
국립공원에서 매표를 하고 그레이 호수로 속내로 들어간다.
여기서 2시간 정도 트레킹을 하는데 민트색 빙하 그리고 자연이 빚은 조각에 넋이 빠졌어. 베스킨 라빈스 메뉴에 나온 것 같은 호수색과 칼날 같은 산군 그리고 하얀 근육의 빙하.
단 1초도 놓치고 싶지 않았어
큰 형님이 내게 묻더군
“저 푸른 것은 집인가요?”
하하하 유빙이다. 어찌나 색감이 강렬한지 캔디바로 베어 뱉어 만든 것 같애
그리 커 보이지 않는데 그레이 빙하는 폭 5km, 길이 27km. 규모가 대단해. 우유니처럼 거리와 공간이 가늠이 되지 않는 곳이 이곳의 매력이기도 해
여기서 멈추는 것이 넘 억울해
고민하다가 현지 가이드한테 점심을 안먹고 그 시간에 트레킹을 더 하겠다고 했더데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어찌나 야속하고 얄미운지 내가 팁도 않줬어
저 조그만 언덕 위에 서며
대자연이 와락 나를 끌어안아 줄 텐데~에효
레스토랑의 햄버거를 씹으며 원망만 했다.
수통에 가져온 와인만 들이킬 뿐
다시 버스를 타고 페오에 호수에 들어섰다.
섬 안에는 별장이 한 채 있는데 셔터를 누르면 그림이 나온다.
박하향이 진할 것만 같은 호숫가를 더듬으며 내달리는데 마음속오으로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야’를 무한반복 외쳤지
그란데 폭포를 마주했다. 노르덴스크홀드 호수와 페오에 호수를 연결해주는데 매개체. 목구멍처럼 폭이 좁아 엄청난 수량을 쏟아내지. 급류를 형성해 지층을 깎아내 심지어 빙하 동굴까지 만들어낼 정도야.
바람은 얼마나 센지 사람이 날아갈수도 있겠구나. 눈물이 사정없이 흘러나왔는데 실은 폭포 뒤의 바위산의 절경에 감동의 눈물까지 범벅이 된다.
다시 버스에 올라 호수의 지형에 따라 서쪽을 더듬어간다. 야생 야마가족도 신기하게 쳐다본다. 어쩌면 야마가 우리가 신기하게 보았는지 모른다.
커브를 돌 때마다 세상 처음 보는 풍경이 펼쳐지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 어찌나 사진을 찍어 댔던지 스마트폰이 뜨겁다. 충전하랴 셔터누르랴~~짧은 시간에 많은 것이 해냈다.
작은 호수에 내려주는데 바로 토레스 텔파이네 세 봉우리가 떡 하니 보이는 거야.
칠레의 랜드마크 풍경이지. 파타고라니 상표는 바로 이 산세를 말해
스멀스멀 운무가 피어오르고 고구마 같은 암산 3덩어리가 하늘 향해 외치는 것 같애
“나 방금 쪄낸 고구마야”
한 입 베어먹고 목이 메이면 들이마시라고 민트색 호숫물까지 보인다. 내가 남미의 파타고니아를 제주도 설문대 할망 전설로 만들어 버렸어.
파타고라니 인증샷도 잊지 않았어~~이곳에 야마 대신 번식력 강한 고라니를 풀어 놓을까
차는 전진했지만 내 시선을 계속 뒤쪽을 향했어.
파타고니아의 미련과 아쉬움과 여운이 혼재
나는 결국 국경까지 내몰렸어. 어쩔 수 없이 수속 밟고 칠레를 벗어나 아르헨티나로 품에 들어간다.
인간이 그은 선이 참 야속해 이곳 역시 파타고니아인데~~
그렇게 흐리고 비가 내리고 변화무쌍한 날씨가 안데스를 넘어가니 척박한 사막으로 바뀐거야.
온갖 에너지를 파타고니아에 다 쏟아버렸으니 이젠 땀 한방울이 나오지 않는 땅이 된 것이다.
참 요상한 산이야. 독특한 경험을 했어
그래서 이 산이 더 그리워
첫댓글 파타고니아는 못가고 얼마전 "파타고니아" 등산 자켓 하나 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