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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케이크가 있는 아침
미국에 와서 곤혹스러운 것 중 하나는 음식 주문이다. 말이 서툰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어떤 걸 시켜야 남기지 않고 먹을 수 있느냐 하는 메뉴 선택이 문제다. 다행이 메뉴에 사진이라도 나와 있으면 어느 정도의 양인지 가늠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난감하다.
재작년 체중 감량 이후로는 식사량이 현저히 줄어서 조금씩 자주 먹는데 익숙해서 한자리에서 많이 먹지를 못한다. 뷔페식당에서라면 먹고 싶은 음식을 적당량 갖다 먹을 수 있어서 좋긴 하지만 내가 먹은 음식량에 비하면 너무 비싼 값을 치룬 것 같아 매번 억울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다.
내 경우 미국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을 반에 반도 못 먹고 남긴 경우가 흔하다. 음식에 따라서는 포장해 달라고 해서 집으로 가져 갈 수는 있지만 음식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면 제 맛이 나지 않고 결국에는 버리는 경우가 많아 이래저래 낭비가 되기 마련이다.
작년에 엘에이에서 한국인 관광회사를 이용해서 <세도나>로 패키지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식사는 회사가 단골로 들르는 고속도로 휴게소 레스토랑을 이용했는데 그 곳은 미리 한국 사람들의 식사량에 맞춘 듯 한국식(?) 소량 메뉴를 내와서 일일이 주문하는 불편도 덜고 음식을 남기는 일도 많지 않았다.
보통 미국사람들이 먹는 음식 양은 내 기준으로 엄청나다. 그렇게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고 소화를 시킬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그래서 여행 중에 혼자서 미국 식당을 이용하는 일은 내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마침 오늘자 조선.com에는 미국인들의 식습관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재미있는 기사가 올라와 있다. 건강잡지 '멘즈 헬스'의 편집장 데이비드 진첸코(Zinczen ko)가 쓴 '이건 먹고, 저건 먹지 말라(Eat this, not that)!' 는 책이 최근 미국에서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치즈버거를 먹고 싶다면 버거킹의 와퍼보다는 맥도날드의 빅 맥을 먹어라. 왜냐고? 220㎉를 줄일 수 있으니까. 760㎉의 와퍼와 비교해 빅 맥은 540㎉다." 200㎉를 줄일 수 있다."
내겐 이것도 한 번에 먹기는 많은 양이다.
진첸코는 이처럼 유명 레스토랑과 패스트푸드 점 제품의 칼로리와 당분, 지방 함량을 비교해 최악의 음식을 정해 놓았으며 그는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X세대(신세대)가 XXL세대(비만인)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외식의 칼로리를 비교하게 됐다"고 밝혔다. 꼽았는데 이 음식에는 무려 182g의 지방과 240g의 탄수화물을 포함하는 등 총 칼로리가 2900㎉나 되고 이 에너지 양은 크리스피 크림 도넛 14개를 먹는 것과 맞먹는다고 한다.
양이 많은 것은 요리만이 아니고 음료도 마찬가지다. 스타벅스에서 담아주는 커피는 작은 컵이 <톨 Tall>, 중간 겊이 <그란데 Grande>, 큰 컵이 <벤티 Venti>다. <벤티>가 이태리 말로 20을 뜻하므로 큰 컾 <벤티>가 20온스 들이 컵'이라는 의미인 것은 그렇다 치자.
그런데 같은 크다는 뜻의 영어 톨과 역시 크다는 뜻의 이태리어 그란데를 컵 구분용으로 쓴 것은 무슨 연유일까? 커피 <벤티> 하나가 570그람 정도이니까 우리네 자판기 커피의 열배는 되는 많은 양이다. 아마도 스타벅스는 마켓팅 전략으로서 커피 잔의 이름부터 커피 량이 많다는 것을 은연중 내세운 것은 아닐까?
하긴 거의 모든 레스토랑에서 커피나 콜라는 무한 리필이다. 사실 그 사람들이 많이 먹고 많이 마시는 것은 내 걱정 할 바가 아닐 것이다. 많이 먹지 못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내 사정일 뿐 따라서 남 많이 먹는 것 자체는 시시비비거리가 되지 못한다.
난 이곳에 살러 왔고 여기서 적응해 살수 있기 위해서는 어느 곳에 내게 맞는 메뉴가 있는지 이제부터 메뉴헌트라도 나서야 했다. 필라델피아의 한 브런치 레스토랑에서 내게 맞는 메뉴 하나를 발견했다. 메뉴의 기본이 손바닥만한 펜케이크 네장씩이었는데 펜케이크 두장에 에그 후라이 두개 그리고 작은 쏘시지 두개가 나오는 메뉴가 있었다.
투, 투, 투, 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는데.... 세가지 음식이 둘씩이라고. 세상에 별 희안한 이름도 다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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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클라스 유감'이 인터넷 신문 조선.com(블로그 뉴스)에 오늘의 톱 블로그 글로 소개되었습니다.
오늘도 하루종일 빈둥거리다 들렸습니다. 안산의 글솜씨야 세상이 다 알아주는데 이제는 태평양 건너에 계시니 소재 또한 무진장이라 우리들 촌사람 머리속을 즐겁게 해 주시는구려. 계속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