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다들 겪는 일이겠지만 거래처의 접대를 제안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병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병원을 통해 이익을 얻게 되는 제약회사의 접대는 오랜 관행처럼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접대의 수준은 사라졌다고는 할 수 없으나 이전에 비해서 아주 많이 적어졌습니다. 사회가 많이 투명해졌다는 증거지요. 이런 변화는 ‘접대비 실명제’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이 건당 50만원 이상의 접대비를 쓴 경우 접대 내역을 자세히 기록해 5년동안 보관하도록 한 법입니다. 서로 이러한 법이 있는 줄 알기 때문에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고 해주지도 못하는 것이지요. 실제로 다른 업종은 모르겠으나 이 법이 실행된 후 제약회사가 의사들에게 빈번하게 제공하던 고급 술집이나 룸살롱 접대가 거의 없어졌습니다. 이러한 접대비는 결국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에 모두 반영되는 것이고, 올바른 선택을 위한 판단력을 돈으로 흐리는 것이므로 반드시 없어져야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접대비 실명제는 아주 우리 사회에 아주 필요한 법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 제도가 폐지된다고 합니다. 왜냐면 기업의 영업활동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랍니다. 한마디로 접대비를 자유롭게 쓰게 해서 경제를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경제를 살린다는 목표를 위해 투명하고 건전하게 사는 것을 일부분 포기하자는 겁니다. 아니면 어짜피 법이 있어도 어기고 살아왔는데 이제는 좀 마음 편하게 편법을 쓰자는 것일 수도 있구요.
이것이 지금 우리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입니다. 경제를 위해서는 거추장스러운 도덕, 윤리, 정의는 접어두자는 변화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나라에서는 필연적으로 교육이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아이들에게 옳은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무슨 일이 있어도 게 바르고 정의롭게 살아가야 한다는 가르침이 ‘경제발전’이라는 명제앞에 아주 초라하게 변했습니다.
되도록 바르고 정의롭게 살아야겠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잠시 접어 둘 수도 있단다 정도로요.
절대명제들이 사라져가는 이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을 키워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합니다
첫댓글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예전에 대기업 건설사들 접대하던 악몽이 떠오르네요. 이 정부는 규제완화가 무슨 만병 통치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접대비 규제 완화해서 경제가 얼마나 살아날까요. 검은 뒷돈 거래와 룸싸롱 경기는 살아나겠죠. 과거 천문학적으로 지출되던 기업의 접대비가 조금더 건전한 쪽으로 흘러들길 바라는 건 너무 순진한 생각일까요... 아무튼 제대로 거꾸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