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트레킹을 능선따라와 여섯 번을 함께 했다.
히말라야는 알프스나 록키에 비해 화려하거나 아름답진 않지만 장엄함에 있어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장엄한 히말라야가 이따끔 더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함께 줄 때가 있다. 내 경험으로는 모두 아침과 저녁시간 이었다.(탱보체와 페리체에서의 일몰전후,페리체와 마체르모에서의 아침은 지금 이시간 생각만 하여도 내 가슴이 떨린다.)
2015년 4월, 15박 16일 일정으로 다녀온 고쿄리트레킹 하산길에서 마주한 마체르모의 아침.
장엄한 히말라야가,온 천하가 새하얀 눈으로 덮인 히말라야가 아침 빛을 받아 빛나는데, 새파란 하늘에선 거대한 흰구름들이 우아하게 춤을 춘다. 그 춤속에서 히말라야 연봉들은 빛나는 모습을 드러냈다가 숨었다가 구름과 친구되어 한참을 논다.
내 생애 최고의 황홀한 경관을 그날 아침에 마체르모언덕에서 함께 보았다.
고쿄리 트레킹 기간 사진을 1200컷 넘게 찍었는데 그해 5월 산행기에 50컷정도 소개후 80여컷만 컴에 저장하고 나머지는 다 지워 버렸다. 남은 사진들을 재정리하여 다시 한번 올리기로 능선따라와 이야기 되었다.
사진의 반은 9년전 소개한 것이고 반은 새로 소개하는 것이다. 글은 대부분 그대로 올리려 한다. 화소수 낮은 가벼운 카메라에 가져간 칩의 용량이 적어 해상도를 낮추어 찍었기에 지금은 좀 아쉽다. 하기사 아무리 좋은 카메라에 고수라 해도 사진으로 그 장엄함을 어찌 다 담으랴마는.
고쿄리(5483m)는 칼라파타르,추쿵리와 함께 쿰부히말의 3대 조망처중 하나다. 칼라파타르가 히말라야에서도 최고의 조망처라고들 하지만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인 것 같다.
쿰부히말의 8,000m급 5좌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은 고쿄리다. (칼라파타르는 에베레스트,로체,로체샤르를 볼 수 있지만 초오유와 마칼루를 볼 수는 없다.)
칼라파타르는 푸모리를 등지고 있어 뒷면을 볼 수 없지만 고쿄리는 4방을 다 볼 수 있다는 좋은 점을 갖고 있다.
칼라파타르가 가장 인기있는 에베레스트와 로체를 가까이 하고 있는데 비해 고쿄리는 그다지 인기없는 초오유(8021m.세계6위 고봉)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 덜 붐비지만 풍광의 다양성은 으뜸으로 칠만하다.
쿰부히말의 전진기지라 할 수 있는 남체로 가는 길
해발 3300~3400m에 위치한 남체
남체를 떠나 몽라를 향하여
쿰부히말 트레킹의 전진기지라 할 수 있는 남체(3440m)에서 고소순응차 2박을 하고 아침 일찍 몽라(3973m)로 향했다.
애초의 계획은 몽라에서 1박 하는 것 이었으나 숙박시설을 고려하여 돌레(4200m)까지 내빼기로 했다.
마체르모(4470m)에서부터 최고의 경치를 보여 주는데 그곳에서부터 고쿄까지 눈이 많이 왔다는 정보(롯지 운영자 끼리의 전화)가 들어와 마체르모까지 시간을 벌어 놓으려는 속셈도 한 몫 했다.
쿰중으로 가지않고 사나사로 둘러 몽라로 가기로 했다.
쿰중마을은 하산길에 둘러 숙박하기로
텐진 노르가이(힐러리와 함께 에베레스트 초등) 기념탑
포르체 마을
몽라에 너무 빨리 도착한데다 숙박시설이 떨어진다고 돌레까지 가기로 한다.
돌레의 시설좋지만 제법 비싼 숙소에서 하룻밤 자고
라발마에서 차 한잔 한후
캉데카와 탐세르쿠
오래동안 기대해 왔던 마체르모로....
6,000m대의 두 고봉 캬조리와 파리랍체로부터 흘러내린 높다란 언덕이 좌우에 있고 그 아래 적당히 넓은 아늑한 터에 평온하게 자리잡은 마체르모(4470m), 선연한 작은 계곡이 마을 가운데로 흐른다. 돌담과 돌담 사이로 몇몇 롯지가 들어 서 있고 그 돌담 안에는 야크가 한가롭다.
이번 트레킹 출발전부터 나는 쿰부히말 3대 조망처중 하나인 고쿄리보다 고쿄리가는 도중에 있는 마체르모에서의 풍광을 더 기대했다. 남체에서 고소순응중 7일내내 눈비라는 일기예보에서도 ‘어떻게 하면 마체르모에서 맑은 날을 맞출 수 있을까’하고 머리 굴리고 있었다.
마체르모에서 1박후 마체르모 언덕에서 잠시 휴식
고쿄리도 주변 연봉들도 보이질 않는다. 내리는 눈이 뜸해진 틈을 타서 기념사진 한컷
남체에서 출발후 고쿄에 도착하기까지의 사흘동안 한줄기의 햇빛도 볼 수 없었다.
마체르모(4470m)에서 고쿄(4780m)로 출발할 때는 흐리기만 한 날씨였는데 오전 8시경부터 내리던 눈이 바람과 어울려 등을 때린다.
온 세상이 눈천지여서 보이는 것은 두가지 색뿐이다.
앞서간 사람들이 디딘 발자국을 따라 디디며 걷다가도 한발 잘못 디디면 푸~욱 빠지는 것을 보아 쌓여진 눈의 깊이가 상당함을 짐작할 뿐이다.
4,700m위의 고쿄호수는 히말라야에서도 이름 높으나 1,2,3 호수 모두 얼어붙은 위에 눈만 덮혀 있어 아쉬웠다.
사진 가운데 능선따라가 가고 있다.야크를 닮았는지 고산에서 숨도 차지 않는다.
고쿄
롯지너머 왼편이 고쿄리,오른편 설산이 초오유.
고쿄의 아침. 앞의 봉우리는 파리랍체(6017m)
초오유
고쿄에 도착한 어제밤부터 고산증세가 찾아 왔다.원래는 고쿄에서 하루 더 고산적응을 한후 (도착2일후)고쿄리로 같이 오를 예정이었으나 일기예보가 오늘 오후부터 나빠져 내일은 오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고산증세가 전혀 없는 능선따라만 대표로 오르고 나는 고쿄에서 반나절 쉬고 점심후 마테르모로 하산하는 게 최선의 방책이라 생각해 능선따라를 설득해 카메라를 맡겼다.
이후의 사진들은 능선따라가 찍은 것이다.
고쿄리로 올라가며 보는 타우체와 촐라체 방향
고쿄와 고쿄호수를 내려다 보며
오른쪽은 타우체로 부터 이어진 촐로(6089m). 뒷 능선은 차쿵(7029m)으로 이어진 6,000m급 연봉들
차쿵, 아래는 고줌바빙하.
차쿵 좌우로 이어진 능선은 중국(티벳)과의 국경선이 되고 왼쪽으로 쭉 가면 초오유(8188m)
고쿄리 정상 도착 직전에 가스가 차며 최고의 전망을 가려 버린다. 아쉬운 능선따라
첫댓글 박정현과 배다른 동생 둘이서 빙벽 1,000 m가 넘는 촐라체 북벽 정복에 성공하고 남벽으로 하산 도중 크레바스에 추락하며 다리가 골절된 동생을 업고 7일 째 하산에 성공한 박정현이 쓴 "끈"이라는 등정기와
그 사건을 소설로 쓴 박범신의 "촐라체"를 읽고 촐라체가 조망되는 고쿄리에 꼭 가보고 싶었다.
9년이 지났지만 그 때의 추억과 감동을 되새기게 해 주는 사진들과 옥대장의 설명을 읽으니 다시 한번 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우리가 숙박하거나 지나갔던 작은 마을의 이름이나 만년설산의 이름을 아직도 대부분 까먹지 않고 있는 것은 그 만큼 감동이 컸기 때문이겠지. 잠들기 전이나 한가할 때 아직도 그 풍경이 아른 거릴 때가 있다. .
(박정현은 그 때의 동상으로 손가락을 여럿 절단하여 고소 등반은 못하고 그 후 히말라야 산맥 2,400 km를 페르글라이딩으로 횡단한 기록도 있다).
쿰부히말 2번 오고가며 촐라체와 타우체를 여러곳에서 보았지만 고쿄리에서 의 모습이 제일 좋은 것 같네.
나도 고쿄리트레킹을 마치며 수년내 다시 오리라 마음(마체르모 만이라도) 먹었지만 어느듯 9년이 흘렀구나.
시간 제약 받지않고 욕심내지 않는다면 고쿄리코스,추쿵리코스 모두 가능하지 싶다. 체력문제가 아니고 고도적응이 관건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