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설쳐대지 않으면 이루어지기 힘든 여행을 집사람의 적극적인 주선으로 5가족 11명의 그룹이 결성됐다.
국내의 분위기는 한총련 대학생들의 데모가 한창이었고 각종 미디어에선 여행수지 적자에 대해 계속 방송중인 때라, 해외여행이 자랑이 아니라서 주변의 친근한 사람에게만 알리고서 '96년 8월 16일 오후 비행기로 슬그머니(?)한국을 빠져나갔다.
비행시간 약 9시간, 시차 19시간
기내에서 잠을 자는둥 마는둥 했으나 아랑곳없이 비행기는 '지상천국의 낙원'이라는 호놀룰루 공항에 앉았고 우린 시차덕분에 같은 날짜로 시작되는 아침을 다시 맞아 공짜 시간을 얻은 기분이 되었다.
그러나 기대완 달리 첫 느낌은 그저 우리 제주 공항에 온 그런 느낌.
다른것이라곤 우리의 여름보단 습도가 적어 쾌적한 이곳의 아침은 태양은 강렬했으나 불어오는 바람이 마치 초가을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차량 서너개씩을 연결한 '위키위키'라는 셔틀버스가 입국 수속장 까지 데려다 주는데는 시간이 좀 걸렸으며 버스 기사는 덩치가 무지막지 큰 여자였는데 퉁명스럽고 불친절했다. 입국 심사는 그런대로 빨리 끝났다.
밖으로 나오니 가이드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는 '레이'를 목에 걸고 그곳 원주민과 사진 촬영을 했다.
이제부터 본격 관광 시작.
그러나 비행기에서 지친 우리가 생동감이 없어 보였는지 이를 눈치 챈 가이드가 "한국에서의 잡다한 업무와 기내에서 누적된 피로의 찌꺼기를 바람으로 날려보내고 새로운 화와이의 활기를 찾는 곳"이라는 멋진 설명과 함께 간 곳은, 일명 바람산이라는 '팔리'계곡.
정말 그 세차고 신선한 바람에 마음 속의 불순물이 다 날아가 버리는 것 같았고 실제 조금만 점프 해 주면 몸이 날릴 정도의 거센 바람이었다. 바람 뿐 아니라 그곳에서 바다쪽으로 내려다 본 경치는 몸과 마음, 아니 오감까지 확 열어주어 이제부터 시작될 하와이 여행의 좋은 예감을 감지시켜 주었다.
'바람맞고'도 기분 좋은 곳은 '팔리 전망대'가 아닌가 한다.
다음 간곳은 우리나라의 향수를 달래려 광화문을 본따 만들었다는 한인교회에 잠깐 들른 후(건물이 낡은관계로 헐고 새로 지을 예정이라 함- *아마 지금은 다 지었겠지?) 시내를 돌며 주정부 청사, '이올라니'궁전, 하와이를 부족국가에서 독립왕국으로 통일시키고 하와이 최초의 왕이 되었다는 '카메하메아' 동상등을 구경하고 점심은 한식뷔페로~
오후 2시가 넘어 호텔 <하와이언 힐튼 빌리지>에 체크인을 하려는데 분명 모든 예약이 되어 있는 상태임에도 기다린 시간이 약 40분이 소요되자 조금씩 한국인 특유의 조급증및 빨리빨리 근성이 되살아나기 시작하더라.
다른 외국인들의 끈기있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것을 보고 "이곳이 원래 그런 곳인갑다"란 생각은 들었으나 그래도 써비스를 생명으로 하는 호텔에서 그런 늑장행동은 나의 시각엔 너무나 굼뜬 행동으로 비쳤다.
긴 기다림을 체험하고 체크인 한 후 야외 풀에서 수영을 하고 저녁을 해결하러 나갔다.
이왕이면 기분 좀 내자! 하고 북태평양 바다위로 떨어지는 해를 감상하며 배 위에서 식사하는 '윈드잼머'라는 선셋크루즈로 정했지.
2개의 데크로 나뉘어서 아래는 뷔페식, 위는 스테이크 및 약간의 씨-푸드와 칵테일로 식사가 나오는데 우린 윗 데크를 선택했다.
쿠폰을 가지고 칵테일을 주문하는데 종류가 너무 다양하여 뭐가 뭔지 모르겠기에 여러 종류별로 시키기로 했다.
블루 하와이, 치치, 마이타이, 스트로베리등을 주문하여 잔을 돌려가며 모두가 조금씩 맛을 봤다.
대체적으로 맛은 달고 순했으며 무대에선 쇼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많은 동양인 관광객을 겨냥하여 그나라의 민속의상과 노래를 불러 주더군.우리나란 원색의 한복에 아리랑이 공연되었고~
식사후 갑판위로 나가보니 호놀룰루 시내의 야경이 반짝이기 시작했으며 석양은 붉은 빛을 발하며 짙다못해 검푸른 태평양 바다속으로 몸을 감추고 있더라.
하루를 두 번 맞이한 - 참으로 기나긴 하루의 해가 떨어지는 장관의 순간이었다.
다음날 아침은 '오아후 섬' 관광에 나섰다.
이 관광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한국지도 마을이었다. 우리나라 한반도 모양대로 주택들이 형성되 있었는데 인공적인지 자연적으로 되었는진 모르겠지만 참으로 그 모양이 우리 한반도와 비슷하였다.
해안도로를 따라 섬 일주 하면서 부러운것은 맑은공기와 바다, 여러곳에 위치한 잔디공원과 마치 인공적으로 다듬은 듯한 이름모를 나무들과 향기- 우리의 천리향과 비슷하나 훨씬 키가 큰- 그 나무들은 언제나 은은한 향기를 내뿜고 있었으며 아카시아 비슷한 레인보우 트리(?)라는 나무와, 옆으로 가지가 퍼져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들, 원숭이 꼬리같은 몽키트리, 또한 뿌리가 가지에서 나와 특이한 형상으로 서있는 나무들을 볼 때 그 풍부한 녹지대의 자연경관은 하와이 식물에 대해 깊은 인상을 남겨 주었다.
우리나란 삼면이 바다지만 해수욕장이 제한되어 있고 잠깐의 여름 성수기만 존재하는 관계로 집중적으로 특정한 장소로 인파가 몰리는 반면, 이곳은 1년 내내 거의 비슷한 온도에, 지천에 널려있는 해수욕장과 풍부한 녹지대의 영향탓에 사람들이 여유가 있어 밝고 친절해 지는 것 같다.
오아후 섬 일주중 기대를 많이 한 곳은 '폴리네시안 민속촌'이었는데, 7개의 폴리네시안 마을(하와이,사모아,마궤사스,피지,뉴질랜드,통가,타이티)의 풍습을 재현 해 놓고 잇는 곳이나 TV를 통해서도 많이 봐선지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가 본 것은 겉만 둘러본 형식적인 관람인 듯하다.
( 이곳을 둘러보며 많은 생각이 들더라.
여행하다 보면 아무것도 아닌것을 관광상품으로 잘 개발하여 팔곤 하는데 우리나란 그런면에서 너무 떨어진다.
뭘 사고 싶어도 살게 없다는 얘기다. 하루속히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인기상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우리는 콩고 쇼를 구경했는데 객석에서 3사람을 차출하여 그 콩고인이 북치는 것을 흉내내게 하는 단순한 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아주 재밌게 관람하는 것을 보았다.
또한 'DOLE 파인애플 농장'에서도 2500원씩 하는 파인애플 아이스크림을 사려고 줄 서는 것을 보고 관광상품의 인기 비결이 뭘까를 생각하게 되더라.
섬 일주하며 애석한것은 진주만- '아리조나 메모리얼 파크'-를 제대로 구경 못한 점이다. 거의 마감 시간에 그곳에 입장하는 바람에 빠르게 겉만 훑고 나왔다.
이 아리조나 기념관에서 한무리의 일본 관광객들이 지나갔다. 저들은 자기 선배들의 기습공격으로 남겨진 이 역사의 비극적 현장을 어떤 마음으로 관광하고 있을까?
우리 가이드 얘기로는, 일본인 가이드들이 자기 선조들의 이런 행위에 대해 오히려 자랑스런 마음으로 이 투어를 소개한단다.
하기야...감히 미국을 상대로 덤빈 나라가 어디 있겠어?
그곳 기념관을 나와 H-1프리웨이를 타고 다시 '와이키키' 시내에 들어왔다.
저녁은 'Parc-Cafe'라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양식과 해산물 뷔페로 해결.
셋째날.
이날은 하루종일 자유시간이다.
조식만 호텔에서 제공되는데 가이드도 오지말라 했기에 좀 느긋한 아침 식사를 하고 호텔 앞의 비치로 나갔다.
파라솔과 돗자리등을 빌리고 수영을 했는데 물은 맑았으나 바닥이 점토질 성분이라 뿌연 흙탕물이 인다.
맑은 하늘과 강렬한 태양 탓에 차단 크림을 발랐는데도 피부가 금방 후끈거렸다. 그런데도 서양인들은 이리저리 뒹굴며 마냥 태우는 것 보면 얘들의 피부 강도가 우리완 다른가봐.
이곳은 와이키키 해변과 좀 떨어져 있어 말로만 듣던 아슬아슬한 비키니 아가씨들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으나
한 여성이 용감하게 나체로 엎드려 썬탠하는 모습은 볼 수 있었다.
몸이 익어 더 이상 화상 입기전 해수욕을 끝내고 호텔로 돌아와 샤워 후, 걸어서 '알라모아나 쇼핑센타'에 갔다.
6만평의 부지에 8개의 백화점이 있다는 대형 쇼핑몰이다.
그저 눈구경만 하고 음식 백화점에 가서 그동안 양식으로 느글거리는 배를 한국 음식점에서 좀 가라앉히고 다시 돌아다녔는데 호텔까지 오는 셔틀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구경삼아 호텔까지 걸어왔다.
저녁엔 로얄 하와이안 쇼핑센타에 있는 한국식당 '신라'에 갔는데 소주가 1병에 $23, 얼음 넣은 일본식 소주 1잔에 $5.5 게다가 나중 계산서를 보니 밥따로 김치따로 받았더군.대체적으로 음식값이 좀 비싼느낌.
이곳 하와이는 일본인 천지인데 일본말에 일본돈 일본면허증이 통용되는...그리고 일본차가 주종을 이루는 그런곳.
위의 한국식당에서도 우리에게도 일본말로 인사를 했으니 원...예전 싱가폴 갔을때도 모든 안내방송에 일본말은 꼭 포함되더니 이곳도 마찬가지여서 미국놈들 배알도 없나?라는 생각이 들더군.
왜냐면 1941년 진주만 공격으로 지금 수 천명의 자기네 병사들이 아직도 수장되어 있는데(잊지 말자고 일부러 안 건진다면서..)이제 모든 상권은 일본이 쥐고 있다는 느낌이 드니 말이다.
역시 돈 앞엔 과거의 치욕도 잊혀질 수 있는건가?
한국 식당을 나와 '칼라카우아 거리'를 걸어 호텔로 들어와 가족들과 캔맥주를 나누며 하와이의 마지막 밤을 마감지었다.
첫댓글명진아, 네가 아주 전형적인 하와이 단체관광 투어를 다녀 갔구나. 그때는 나도 여기서 대학원 마치고 한국에서 연구소 다니고 있을 때였지. 물론 일년에 두번 정도는 여기 왔다갔다 하면서. 사실은 그 관광 마치고 한 2~3일 따로 남아서 머물 수 있으면 더 좋은데...관광에서 잘 안가는 곳 구경, 음식 등등...
첫댓글 명진아, 네가 아주 전형적인 하와이 단체관광 투어를 다녀 갔구나. 그때는 나도 여기서 대학원 마치고 한국에서 연구소 다니고 있을 때였지. 물론 일년에 두번 정도는 여기 왔다갔다 하면서. 사실은 그 관광 마치고 한 2~3일 따로 남아서 머물 수 있으면 더 좋은데...관광에서 잘 안가는 곳 구경, 음식 등등...
그래, 짧은 일정으로 여행 하다보면 전형적인 곳을 가 볼 수 밖에 없더구나. 그렇게 한 번 훑고나서 좋다고 느껴지면 다시가서 좋은곳 뒤져보는거지. 계속 거기 있을거지? 담에가면 좋은곳 자문 받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