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떠날까를 생각하다가, 돌아오지 않은 아들 놈 같이
걱정하는 마음에서 일찍 귀가했다.
평소처럼 밥을 먹고 7시 20분쯤 출근시각에 맞춰 무등산을 두루 돌 계획으로 나서는데, 엘리베이터 앞에서 한강이를 만났다.
플라스틱 칼과 칼집을 들고 유치원 가방을 맨 그가 나를 끌고 들어간다. 산에 가려한다하니 엄마께 허락을 받겠다 한다.
흐리고 한 두차례 비가 온다하여 걱정이 되어 우산도 넣고 옷도
더 챙긴다. 한결이더러 동행하자고 하나 시큰둥 대답을 않는다.
말해봤자 내 기분만 더 상할 것 같아 한강이 배낭을 매 주며 손을 잡고 나선다.
증심사 주차장에 주차비 걱정하며 차를 세우고, 김밥 2인분을 산다.
토끼등 가는 등성이길을 잡아 오른다. 긴 오르막길이 걱정도 되지만
토기봉 지나 중머리재만 가자고 생각하며 오른다. 8시 30분 쯤이다.
벌써 내려오는 사람도 있다.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들이 앞질러 간다. 10여분 지나서 한강이는 힘들어 한다. 몸을 가볍게 팔짝팔짝 올라가던 한결이의 어렸을 적에 비하면 형편없다. 계단에 주저 앉는다. 내려가겠다고 한다.
모른 척 오르다 달려 온 그의 손을 잡고 또 오른다. 나도 땀이 난다.
나의 체력도 정말 형편없다. 아이의 배낭을 받아 한쪽 어깨에 걸친다.
춘설헌 차 밭 위의 벤취에서 쉰다. 나 혼자서 이 길을 오르내릴 때
한번도 앉아보지 않았던 곳인데.
한강이의 땀을 닦아주고 자유시간 초콜렛을 준다.
다시 힘을 내어 오른다. 내려오던 할아버지가 사탕 두 개를 준다.
앞질러 올라가는 할머니가 빨아먹는 캔디 두 개를 주며 격려한다.
그도 조금 힘을 낸다.
40여분 지났을까? 토끼등에 닿았다.
그가 아침을 제대로 먹었는지도 몰라서 김밥 하나를 꺼내 먹는다.
그는 철봉에 다녀와서는 이제 내려가자고 한다. 구름 속에 갇힌 동화사 터 위의 꼭대기를 가리키며 아직 멀었다고 한다.
소나무와 참나무 숲으로 뒤덮인 넓은 흙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길을 잡는다. 한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이다. 평평한 길이다.
조금 가니 돌샘이다. 계단을 내려 가 한강이더러 물병을 채우게 하고 난 구경한다. 조금 힘을 낸다. 70쯤의 노인이 아래쪽에서 올라와 배낭에서 물병을 계속 꺼낸다. 부적합 표시가 붙어있는데 참 대단하다.
다시 걸으니 봉황대로 동기들과 지난 적이 있는 곳이다. 돌길 오르막이 나타나자 한강이는 또 힘들어 한다.
백운암 지나서는









중머리재에는 사람이 많다.
입구에 아이스께끼를 파는 젊은이가 땀을 흘리고 있다.
만연산을 건너다 보며 앉아 물을 마신다.
얼음과자를 사 줄거냐고 물어도 알아서 하란다.
천원 주고 하나를 사서 나도 베어먹는다.
정상은 구름에 덮여있다. 다음엔 꼭 정상에 가자고하니
그러자고 한다. 고통은 금방 잊혀지나보다.
시간이 일러서 새인봉 쪽으로 돌고 싶은데 무리다.
당산나무 쪽으로 내려오며, 사진을 찍는다.
수리한 카메라는 여전히 전원이 불안하여 친구의 카메라를 쓴다.








중머리재에는 사람이 많다.
입구에 아이스크림을 파는 젊은이가 땀을 흘리고 있다.
만연산을 건너다 보며 앉아 물을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