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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전원주택의아름다움 원문보기 글쓴이: 울타리
농사 결심한 아들 위해 마련한
아들이 부모면 누구나 말하는 번듯한 직업을 가지길 원했다. 한평생을 땅과 함께해 온 아버지는 어릴 적 총명했던 아들이 의사나 검사가 돼 주길 남몰래 바랐다. 거주지인 경기도 시흥 아파트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충남 당진까지 오가는 길이 힘들지 않았던 것도 아들에 대한 기대가 컸음이리라. 그러나 이런 아버지 기대에서 벗어나 아들은 농사를 택했다. 아들은 결코 농부가 의사나 검사보다 못하다 생각지 않았다. 대를 이어 농사를 짓겠다는 아들에게 결국 아버지는 농지 16500㎡(5000평)를 사줬다. 여기에 더해 126.1㎡(38.2평) 복층 목구조 황토집을 지어 가족이 함께 생활하기로 했다. 건축주 안정근(53세) 씨와 아들 안창빈(23세) 씨 이야기다.
건축정보
집은 남서향을 바라본다. 풍수지리가 조언으로 남서향으로 틀어 앉히고 대신 대문과 현관은 진입로가 나 있는 남향으로 배치했다. 건축주 안정근 씨가 농사를 결심한 아들 창빈 씨를 위해 마련한 126.1㎡(38.2평) 복층 목구조 황토집이다(上). 1 가족이 기념 촬영에 나섰다. 2 해가 드는 정면으로 덱을 길게 뽑아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게 했다.
충남 당진군 교로리는 한적한 농촌 풍경을 그대로 담은 마을이다. 벼농사가 주를 이루고 원주민이 대부분인 이곳은 아직 전원풍경이 낯설기만 하다. 건축주 안정근(53세) 씨는 친구가 농사지을 좋은 땅이 있다며 구경 가자고 들른 김에 이곳 농지 7만여 평을 매입했다. 농부가 되기로 결심한 아들 대학 졸업에 맞춰 126.1㎡(38.2평) 복층 목구조 황토집을 올린 안정근 씨는 입주한 지 20일밖에 안됐지만 자고 나면 개운한 것이 아파트에 살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고 한다. 한편 부인 정미경(47세) 씨는 화색이 도는 등 얼굴이 좋아지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1 거실에 본 현관. 입구가 전체적으로 좁은 느낌이지만 거실 오른편으로 놓인 주방/식당 공간은 꽤나 크다. 집을틀어 앉히면서 자연스레 이런 효과를 얻었다. 2 남향으로 창을 낸 안방. 3 2층 아들방으로 안방과 유사한 분위기다.
풍수지리가에게 물어 향을 틀다
4 식탁 너머로 계단실이 보인다. 5 서까래와 보 등을 노출시켜 황토집 멋을 한껏 냈다. 6 아들이 사용하는 2층 거실.
7 2층 거실에서 내려 본 내부로 화사하면서도 자연 친화적 분위기가 전해진다.
농어민후계자 아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다
1 교로리는 전원풍경이 낯설기만 한 한적한 농촌 풍경을 그대로 담고 있다. 작은 언덕배기에 들어섰지만 주위로 막아서는 것이 없으니 전망이 빼어나다. 2 굴뚝과 동그란창, 지붕선이 조화를 이뤄 황토집 멋을 발산한다. 3 집 배면으로 앉은 모양이 다소곳하다. 4 진입로에서 본 모습으로 굴곡을 이루는 길과 전봇대, 나무가 어우러진 전원 풍경이 멋지다.
“그래도 아버님이 하던 일을 물려받고 싶다는데 기특하지 않으세요?”라는 질문에,“ 어디 나라에서 우리같이 농사짓는 사람들을 대접이라도 해줍니까. 아니 대접까지는 바라지 않아요. 기운 빠지게만 하지 말아야죠”한다.
그래도 아들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아버지 기대를 저버리고 농대 진학을 결심했을 때 내심 실망도 했지만 한편으로는“나도 농사지으면서 잘 먹고 잘 살았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란다. 결국 지금 아버지 안정근 씨는 농어민후계자가 된 아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안정근 씨는 직접 경작하는 7만여 평 외에 아들을 위해 5천 평을 새로 매입하고 집도 지었다. 손님이 왔다는 아내 전화에 흙 묻은 장화를 털고 들어서는 너무도 닮아버린 부자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田 글 홍정기 기자 사진 서상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