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일기(49)- 장항역, ‘국립생태원’을 위한 역
1. 장항선의 <장항역>은 특별한 장소로 안내하는 입구다. 원래 ‘장항역’은 서천 장항의 중심 산업이었던 ‘제련’과 관련있던 장소였지만 지금은 기념관으로 바뀌었고, 장항역은 국립생태원 쪽으로 이전하였다. 과거의 장항역이 산업을 상징하는 물류의 중심이었다면, 지금의 <장항역>은 자연과 생태의 중요성을 탐색하게 하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장항역> 주변에는 별다른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재의 <장항역>은 오직 국립생태원으로 향하는 생태 탐방로의 출발이라는 상징으로 존재하고 있다.
2. <국립생태원>은 보통의 수목원들과는 다르다. 가평의 <아침의 고요 수목원>이나 그 밖의 대표적인 수목원들이 인위적인 방식으로 꽃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식물들의 조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생태원은 자연 그 자체의 순수한 생태환경을 조성해 놓고 있다. 생태원은 넓은 공간을 활용하여 습지생태, 호수생태, 숲생태, 암석생태 등을 원래의 모습 그대로 재현한다. 더구나 육지에서는 보기 어려운 해안사구 생태도 만들어져 있다. 그야말로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생태 환경의 집합체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산과 물 그리고 자연의 모습에 대한 정수를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생태원은 중앙에 <에코리움>이라는 거대한 실내 식물원 시설을 갖추고 여기에 전세계에서 자라고 있는 다양한 기후대의 식물을 전시하고 있다. 생태원의 중심건물인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곳보다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야외 공간에 더 관심이 간다. 식물의 종류를 아는 것보다, 식물과 동물들이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야생의 모습이 더 흥미롭기 때문이다. 약 2-3시간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걷는다면 자연의 실제적인 모습과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나처럼 숲과 식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좋았듯이, 자연 속을 특별한 불안없이 걸으면서 한국에서 자라고 있는 다양한 식물들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 생태원의 큰 장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3. 생태원의 다양한 매력 중에서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곳이 있다. 자연의 순수한 가치를 찾아 스스로 자연 속에서 생활했던 미국의 사상가 소로우의 오두막집이 재현되어 있는 곳이다. 소로우는 월든 호숫가에 집을 짓고 문명과의 단절을 시도하며 자연 그 자체의 순수함과 의미를 탐색했다. 그것은 자신의 의지였으며 자신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한 시도였다. 그의 말처럼 ‘죽는 순간 후회하지 않기 위한’ 삶의 도전이었던 것이다. 숲 속의 고요함 속에 자리잡고 있는 오두막 앞 의자에 앉아 숲의 냄새와 공기를 느껴본다. 소로우는 약 2년 2개월동안 이 곳에서 살며 생각했던 기억을 에세이 <월든>을 통해 발표했다. 소로우는 그 후 ‘생태’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하고 저명한 인사가 되었다. 2년이란 시간은 짧을 수도 있지만, 충분히 자연과 공존하는 삶이 무엇인가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 속에서 그는 인간의 자유를 확인했고 자연에서 얻는 힘을 인간의 존엄과 시민적 자유를 위해 헌신했다. 자연과 인간의 멋진 선순환이었던 것이다. ‘자연’은 은둔하고 숨기위한 공간이 아니다. 현실에서의 힘과 가치를 확인하며 다시금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교두보일지 모른다. 자연이 있기에 인간은 휴식할 공간을 찾을 수 있고, 그 휴식을 통하여 다시 현실에서 활동할 수 있는 것이다.
첫댓글 - 수목원도 식물원도 연구원도 아닌 허허벌판에 만들어진 생태원, 이제는 꽤 많이 모양을 갖추었겠다.